추석이 서글픈 사람들

사진글: 사료값이 치솟은 반면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한우 사육농가들이 벼랑끝에 몰려있다. 사진 방국진 기자

지역내일 2008-09-09 (수정 2008-09-10 오전 6:27:50)
추석이 서글픈 사람들
“사료 값 때문에 요새 같으면 딱 죽겠어요”

“추석이 코앞인데도 공급과잉 때문에 소 출하를 못하고 있당께요. 요즘이 IMF 때보다도 훨씬 힘들당께요.”
전남 함평에서 소 200마리를 키우는 김낙현(47)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추석이 코앞인데도 돈 구경을 해 본지 오래됐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후 사람들이 쇠고기를 안 먹는 바람에 빚이 갈수록 늘고 있다. 김씨는 “이 상태가 오래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씨가 소를 키운 건 20년 전. 결혼을 하자마자 소 3마리를 샀고, 소를 늘려가는 재미로 세상을 살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먹이를 주는 일도 힘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함평 한우가 육질이 부드럽기로 정평이 나 있는 터라 판로 걱정도 없었다. 아들 딸도 낳고 모든 게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그는 IMF 때 도약을 위해 큰 모험을 했다. 김 씨는 남들이 소 사육 숫자를 줄일 때 되레 송아지 100마리를 사들였다. 김씨는 “그때는 송아지 가격이 쌌고 젊었을 때라 모험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외로 김 씨의 모험이 적중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소득도 늘어났다. 한해 7000~8000만원수입은 일도 아니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풀렸다”며 먼 산을 쳐다봤다.
그러나 올 들어 모든 게 뒤바꿨다. 사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금리도 덩달아 올라 이자부담이 생겼다. 김 씨에 따르면 지난해 5000원하던 섬유질 가공 사료(20kg)가 8000원으로 올랐다. 한 달에 사료 값으로 180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 김 씨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다가 면세유는 트랙터 한 대 정도만 고작 사용할 정도로 공급됐다. 이 때문에 트럭 등 나머지 장비는 모두 비싼 기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후 육류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식당에서도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손님들의 불신이 여전한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소 가격(500kg)이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소를 키울수록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김씨는 “요즘은 자금회전이 안 된다” 며 “본전이라도 하고 싶은 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에 난데없는 비보가 날아왔다. 한우 회원 두 명이 빚 때문에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평소 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라 충격이 컸다. 김 씨는 ‘자살’ 얘기가 나오자 “착잡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 씨는 정부의 ‘쇠고기 품질 고급화’ 방안에도 손사래를 쳤다. 김 씨는 “고급육 생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아냐”며 “고급육 생산을 위해 그동안 쏟아 붙은 노력이면 이미 판검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영세한 한우 농가의 처지를 모른 채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한우 농가가 살기위해선 사료 값이 떨어지고, 쇠고기를 마냥 싫어하는 소비자 인식이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소비자 심리가 언제 바뀔지가 관건이다”며 “시간이 오래될수록 살길이 막막해 진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함평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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