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80년만의 봄 가뭄으로 최악의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분분하다. 워싱턴타임스는 지난달 29일 베이징 발 기사에서 북한을 방문한 원조 제공 기관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주요 곡물 생산지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1919년이래 최대의 가뭄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80년만에 최악의 가뭄과 식량난
데이비드 모튼 유엔 인도적 문제 조정관은, 이 가뭄은 북한 주민들이 쌀과 옥수수가 나오는 추수기까지 견디는 데 필요한 밀·보리·감자의 작황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EF)은, 북한이 올해 지난 1998년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실 북한은 지난해 식량생산도 2200만의 인구에 필요한 530만톤 보다 200만톤이나 부족한 실정이었다. 어쩌면 올해 북한이 지난 1995년과 1996년의 잇단 대홍수와 가뭄으로 외국의 원조만 기다리던 상황을 재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와 같은 북한의 절대 기아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을 형편이 못된다는 데 있다. 이것은 저 멀리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가 굶고 있으니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일과도 또 다르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을 적대적 위치에 있었다 할지라도 북한 인민들은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동족이다. 더욱이 그 적대적 관계라 하는 것도 북한 체제 지도자와 정책 당국자의 노선이지 인민들의 결정사항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북한 땅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의 경우에는 내 가족 내 혈육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주의·동포애로 식량 보내야
그런 까닭으로 우리 삶의 형편과 경제가 어렵다 할지라도 저들이 아사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대로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옳겠다. 아무런 혈연적 유대도 없는 외국의 구호 기관들이 애써 나서는 것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지난달 29일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통지문을 보내 6월 1∼5일 대북 비료 수송계획을 통보했다. 이 기간에 4차례에 걸쳐 3만2000톤을 보냄으로써 20만톤의 수송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이 비료가 북한의 식량 생산에 얼마만한 도움이 될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료를 보내고 식량을 보내는 대북 지원사업 자체는 인도주의와 동포애에 입각해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강한 보수주의자일지라도 이를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지원방법에 있어서는 이론이 많다. 그처럼 어려운 사정을 마음 아파하며 같은 동포로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왜 북한에서는 그에 상응할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적당한 답변이 잘 없다.
이 논의 체계에 이름을 붙이자면 그것은 '상호주의'라는 어휘가 된다. 우리가 보낸 만큼 북한에서도 합당한 성의를 보이라는 것인데, 우리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재화나 물량이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같은 인적교류의 안건이다.
전략적·탄력적 상호주의 적용을
대북 상호주의를 사전적이고 고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그렇게 밀고 나가다가는 북한이 저 멀리 달아날 버릴 터이므로 그 적용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북한을 달래어 함께 민족사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사명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방미 기간에 제시한 '포괄적 상호주의'는 바로 이 부분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언어적 표현이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의구심을 보이며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오히려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에 대해 그것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논리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설명은 온당하고 설득력이 있다.
하나를 주었으니 하나를 달라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니 그쪽도 성의를 보여달라고 설득하는 탄력 있는 상호주의를, 식량을 보낼 때에도 잘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북 문제, 이토록 시급한 이산가족 문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풀어 나가자는 말이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 경희대 교수
Karts@hanmail.net
80년만에 최악의 가뭄과 식량난
데이비드 모튼 유엔 인도적 문제 조정관은, 이 가뭄은 북한 주민들이 쌀과 옥수수가 나오는 추수기까지 견디는 데 필요한 밀·보리·감자의 작황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EF)은, 북한이 올해 지난 1998년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실 북한은 지난해 식량생산도 2200만의 인구에 필요한 530만톤 보다 200만톤이나 부족한 실정이었다. 어쩌면 올해 북한이 지난 1995년과 1996년의 잇단 대홍수와 가뭄으로 외국의 원조만 기다리던 상황을 재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와 같은 북한의 절대 기아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을 형편이 못된다는 데 있다. 이것은 저 멀리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가 굶고 있으니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일과도 또 다르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을 적대적 위치에 있었다 할지라도 북한 인민들은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동족이다. 더욱이 그 적대적 관계라 하는 것도 북한 체제 지도자와 정책 당국자의 노선이지 인민들의 결정사항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북한 땅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의 경우에는 내 가족 내 혈육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주의·동포애로 식량 보내야
그런 까닭으로 우리 삶의 형편과 경제가 어렵다 할지라도 저들이 아사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대로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옳겠다. 아무런 혈연적 유대도 없는 외국의 구호 기관들이 애써 나서는 것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지난달 29일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통지문을 보내 6월 1∼5일 대북 비료 수송계획을 통보했다. 이 기간에 4차례에 걸쳐 3만2000톤을 보냄으로써 20만톤의 수송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이 비료가 북한의 식량 생산에 얼마만한 도움이 될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료를 보내고 식량을 보내는 대북 지원사업 자체는 인도주의와 동포애에 입각해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강한 보수주의자일지라도 이를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지원방법에 있어서는 이론이 많다. 그처럼 어려운 사정을 마음 아파하며 같은 동포로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왜 북한에서는 그에 상응할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적당한 답변이 잘 없다.
이 논의 체계에 이름을 붙이자면 그것은 '상호주의'라는 어휘가 된다. 우리가 보낸 만큼 북한에서도 합당한 성의를 보이라는 것인데, 우리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재화나 물량이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같은 인적교류의 안건이다.
전략적·탄력적 상호주의 적용을
대북 상호주의를 사전적이고 고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그렇게 밀고 나가다가는 북한이 저 멀리 달아날 버릴 터이므로 그 적용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북한을 달래어 함께 민족사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사명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방미 기간에 제시한 '포괄적 상호주의'는 바로 이 부분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언어적 표현이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의구심을 보이며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오히려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에 대해 그것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논리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설명은 온당하고 설득력이 있다.
하나를 주었으니 하나를 달라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니 그쪽도 성의를 보여달라고 설득하는 탄력 있는 상호주의를, 식량을 보낼 때에도 잘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북 문제, 이토록 시급한 이산가족 문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풀어 나가자는 말이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 경희대 교수
Kar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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