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단지역을 지나 상주 쪽으로 가다보면 그 동안의 우뚝 솟은 공장들과는 대조되는 한가로운 논길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호젓한 마을길로 들어가면 구건물과 신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고즈넉한 정취를 풍기는 학교가 있다.
이 곳 구미를 지킨 지 56년째 되는 오상고등학교. 그리고 이 학교와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사람도 있다. 바로 허섭(48·옥계동)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다.
● 우리 고장 ‘무을풍물’의 재발견
우리네 정겨운 탈을 연상시키는 맘씨 좋은 웃음이 얼굴에 배어 있는 허섭 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우리 풍물가락이 흘러나오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무을풍물’
정작 구미에서 나고 생활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지만 선산 무을면이 그 기원인 우리의 풍물굿이다.
50년대 후반 수다사의 정재진 스님이 그 동안 이 고장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던 풍물굿을 정리했고 이 것이 김천과 구미로 나뉘어져 전파되었는데 김천에서는 ‘김천 빗내굿’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한 반면 우리 구미지역에서는 그 맥을 이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우리 풍물과 문화에 관심이 많던 허 교사는 지난 92년 동료교사들과 함께 놀이패를 찾아다니며 풍물을 배웠다. 경기도 안성과 전남 남원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배운 것을 학생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 학교 특활시간과 동아리를 통한 전수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96년에 우리고장의 ‘무을풍물’을 알게 되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일단 풍물을 배우고 가르치기는 했는데 남의 고장 것을 공연하자니 많이 아쉽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우리 고장에도 무을풍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얼마나 반가웠던지….”
우리 고장의 ‘무을풍물’이 다시 세인들과 만나게 된 것은 이제 불과 5년~6년에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우리 것을 잘 알기 위해 자청한 영어선생
허섭 교사의 지역사랑 정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미지역의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과 ‘길라장’이라는 지역 답사 동아리를 만들어 벌써 5년째 활동중이다. 하지만 허 교사는 정작 이 곳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것을 가르치는 사람도 아니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허 교사는 영어과 담당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타향 사람이 우리 고장의 얼을, 우리 고장의 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문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 남의 문학을 먼저 공부했는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 것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어느 일이나 그렇듯이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에는 사비를 털어 공연준비를 했던 것은 물론이고 각종 풍물 경연 대회에 나가서 아무런 성과도 보지 못하는 등 좌절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제법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여러 선생님들을 비롯한 학생들의 노력과 인내로 작년에는 대전에서 열린 <전국 풍물="" 경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그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진옹재’의 정신으로
“제 호가 ‘진옹재’예요.‘진솔하게, 옹골차게, 재미있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늘 이걸 강조하죠. 요즘 학생들 어찌 보면 정말 진옹재 정신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태도는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지만,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확실하게 하거든요. ”
똑부러지는 요즘 제자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세월 탓일까, 학교 앞 개울에서 함께 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지냈던 옛 제자들과의 정이 점점 그리워진다고 한다.
어느 학교에서나 악역을 담당하는 학생주임을 맡고 있으면서도 학교 홈페이지 안에서 퀴즈코너 등을 운영해 학생들과 세대간의 차이를 좁히려는 등의 노력도 잊지 않는다.
꽹과리 장구 북 징 소고 태평소와 잡색 등으로 어우러지는 우리네 풍물굿!
이렇듯 교사와 학생들이 흥겨운 소리와 동작으로 한 데 어우러지는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어느 곳이나 허 교사의 잔잔한 미소 같은 사랑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김정하 리포터 alabong@naeil.com전국>
이 곳 구미를 지킨 지 56년째 되는 오상고등학교. 그리고 이 학교와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사람도 있다. 바로 허섭(48·옥계동)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다.
● 우리 고장 ‘무을풍물’의 재발견
우리네 정겨운 탈을 연상시키는 맘씨 좋은 웃음이 얼굴에 배어 있는 허섭 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우리 풍물가락이 흘러나오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무을풍물’
정작 구미에서 나고 생활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지만 선산 무을면이 그 기원인 우리의 풍물굿이다.
50년대 후반 수다사의 정재진 스님이 그 동안 이 고장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던 풍물굿을 정리했고 이 것이 김천과 구미로 나뉘어져 전파되었는데 김천에서는 ‘김천 빗내굿’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한 반면 우리 구미지역에서는 그 맥을 이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우리 풍물과 문화에 관심이 많던 허 교사는 지난 92년 동료교사들과 함께 놀이패를 찾아다니며 풍물을 배웠다. 경기도 안성과 전남 남원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배운 것을 학생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 학교 특활시간과 동아리를 통한 전수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96년에 우리고장의 ‘무을풍물’을 알게 되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일단 풍물을 배우고 가르치기는 했는데 남의 고장 것을 공연하자니 많이 아쉽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우리 고장에도 무을풍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얼마나 반가웠던지….”
우리 고장의 ‘무을풍물’이 다시 세인들과 만나게 된 것은 이제 불과 5년~6년에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우리 것을 잘 알기 위해 자청한 영어선생
허섭 교사의 지역사랑 정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미지역의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과 ‘길라장’이라는 지역 답사 동아리를 만들어 벌써 5년째 활동중이다. 하지만 허 교사는 정작 이 곳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것을 가르치는 사람도 아니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허 교사는 영어과 담당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타향 사람이 우리 고장의 얼을, 우리 고장의 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문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 남의 문학을 먼저 공부했는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 것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어느 일이나 그렇듯이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에는 사비를 털어 공연준비를 했던 것은 물론이고 각종 풍물 경연 대회에 나가서 아무런 성과도 보지 못하는 등 좌절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제법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여러 선생님들을 비롯한 학생들의 노력과 인내로 작년에는 대전에서 열린 <전국 풍물="" 경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그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진옹재’의 정신으로
“제 호가 ‘진옹재’예요.‘진솔하게, 옹골차게, 재미있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늘 이걸 강조하죠. 요즘 학생들 어찌 보면 정말 진옹재 정신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태도는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지만,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확실하게 하거든요. ”
똑부러지는 요즘 제자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세월 탓일까, 학교 앞 개울에서 함께 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지냈던 옛 제자들과의 정이 점점 그리워진다고 한다.
어느 학교에서나 악역을 담당하는 학생주임을 맡고 있으면서도 학교 홈페이지 안에서 퀴즈코너 등을 운영해 학생들과 세대간의 차이를 좁히려는 등의 노력도 잊지 않는다.
꽹과리 장구 북 징 소고 태평소와 잡색 등으로 어우러지는 우리네 풍물굿!
이렇듯 교사와 학생들이 흥겨운 소리와 동작으로 한 데 어우러지는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어느 곳이나 허 교사의 잔잔한 미소 같은 사랑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김정하 리포터 alabong@naeil.com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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