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우다 나는 슈퍼맨이다’

지역 문화예술집단 들여다보기 ?- ‘구미에서 연극인으로 사는 법’

지역내일 2001-06-06
박신양과 전도연이 출연한 흥행 영화 <약속>이 원래 연극대본을 각색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의 아그네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우리가 아는 여러 영화들도 연극을 모태로 만든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유명극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우리지역에도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연극인 저변·재정 턱없이 부족

구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연극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이들은 대부분 각자의 생활을 가지고 있으면서 극단이라는 하나의 형식과 연극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아래 모여있다.

구미의 연극단체는 구미연극협회 이하 극단 ‘구미 레파토리’와 ‘파피루스’가 있다. 그리고 금오공과 대학교의 ‘극예술연구회 불모지대’가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에서는 4개의 연극단체가 각각 구성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1개 극단으로 통합, 하나의 협회 아래 정기공연·구미시 예술제·구미 연극제·단막극제·청소년 연극제 등 질 높고 왕성한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지역의 연극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대학의 경우 돈 안되고 사회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연·문예 동아리를 찾아오는 신입생들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물며 지역 연극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직업 연극인 황윤동(28·공단동)씨는 이런 점에서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나는 배우다 고로 나는 슈퍼맨이다. 한편의 공연을 올릴 때 우리는 일당백이 되어야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의 수를 맞추자니 단원 모두가 배우가 되어야 하고 직장 문제로 인해 캐스팅이 어려운 단원은 스텝으로 남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뛰어야한다. 이런 실정이기에 여러 역할을 해야만 한다. 거기다 부족한 예산에 대한 걱정까지….”

지역연극인들이 작품을 올리는데 가장 큰 고민은 ‘제작비 확보’다.

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8백 만원의 예산을 확보해야하는데 구미연극협회가 한해 시·도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봄·가을 각각 5백 만원 내외 정도. 기업의 후원이 있다면 안정적일 수 있겠지만 IMF이후 누구나 인정하듯이 스폰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 월급 받는 연극인 꺽은 자부심

구미연극협회 대표 김용원(38·북삼)씨가 대안을 제시했다.

“구미시가 문화예술 생산자도 장기적 시발전의 인프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형식을 따지지 말고 시립극단을 재창단 해야 한다. 이를테면 사립극단에 대립되는 개념의 관립극단이 아니라 공생할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 경우에 작품을 만들기 위한 제작비도 문제가 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역시 관객동원의 문제이다. ‘연극은 어려운 것’이라는 통념이 아직 사람들의 사고에 남아있다.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꺼려하고 연예인이 나오는 뮤지컬이나 퍼포먼스 등 쇼의 성향을 띈 즐겁고 흥겨운 것을 찾는다.

한 연극인은 또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의 연극을 아마추어로만 바라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우리를 전문연극인으로 봐달라고 해봤자 돌아오지 않는 화살일 뿐이다. 하물며 지역의 문화 행정인은 우리를 예술인으로써의 대접을 해 주는가.”

“지역행정인의 야속함을 말하기 전에 우리의 단일한 힘을 길러야 한다. 단일하고 단결된 구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지역이라는 현실의 벽을 점차 허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제12회 경상북도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해 전국연극제에 경북대표로 출전하게 된 극단 ‘구미레파토리’의 성과는 우리지역 연극관객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연극인들에게도 결코 아마추어에만 멈추지 않는 질적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아닐까 한다.

극단 구미레파토리 대표 김용원씨는 얘기한다.

“이번에 우리는 경주와 경합을 벌였습니다. 경주의 연극인들은 시에 소속된 단체로서 공무원 월급을 받으며 연극만을 하는 단체입니다. 우리는 실상 그렇지는 못합니다. 저녁에나 모여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작업을 합니다. 그런 우리가 직업연극인들을 꺽고 전국대회에 나가게 된 것이 너무 기쁩니다.”

이들은 돈이 없다. 고정관객도 많지 않다. 작품에 투입된 배우나 스텝은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나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좋아하는 연극을 한다.

구미연극은 86년 창단된 극단 ‘현장’을 시작으로 15년째이지만 전국대회에 나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전국대회에서의 고군분투로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걷어와 지역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손호순 리포터 sh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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