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디 사람사는 곳입니까. 시꺼먼 똥물이 하천을 뒤덮어 숨쉬고 살수가 없어요. 어디 그뿐입니까. 몰려드는 모기와 파리떼로 한낮에도 문을 열수가 없어요. 이젠 지하수에서도 똥물이 흘러 물을 끌어다 댔던 논에서는 어린 모들이 견디지 못해 모두 죽어버렸어요. 한숨만 나옵니다. 어쩌다 고향땅이 이지경으로 변했는지…”
안동시 녹전면 서삼리 주민들은 할말을 잃었다. 물만 보면 넌저리가 난다. 8년의 세월동안
인근 와룡면 서현리의 서현양돈단지에서 배출하는 축산폐수와 ‘전쟁’을 치르다 보니 하천
물소리만 들어도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긴 한숨과 타다만 애간장뿐
이었다. 그동안 관계기관에 수차례 민원도 넣어보고 항의방문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
두가 예순을 넘은 노인들이지라 거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고향땅이 썩어가
는 것을 쳐다만 볼 수 없어 노구를 이끌고 안동시를 찾아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도 해봤
지만 메아리친 건 ‘좌절감’이었다.
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급기야 지난 4월 30일 주민 10명은 작심을 하고 물통에다 하천
에서 길러온 ‘축산폐수’를 담아 시청 민원실 앞마당에 뿌렸다. 순간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직원들이 뛰쳐나와 만류했지만 분노와 울분으로 고통받아온 주민들을 감당해내지는
못했다.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99년 8월에도 주민들이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이를 만류하는 직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축산분뇨를 퍼붓는 소동이 있었다.
지난 4일 서삼리 일대를 방문했을때도 주민들은 여전히 인근 양돈단지에서 흘러나오는 축산
폐수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가뭄으로 목마른 논에 물을 대기위해 이곳저곳 관정을 박고 지
하수를 끌어올리지만 그때마다 올라오는 건 시꺼멓게 오염된 폐수뿐이었다. 상태는 양돈단
지로 향할수록 심각했다. 거의 모든 논이 폐수에 오염돼 어린 모들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주민 최종근(62)씨는 “그나마 이 똥물도 없어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라
고 이 똥물을 끌어다 사용하고싶겠습니까. 울며겨자먹기식이죠. 그러나 이 똥물로 시들어가
고 있는 어린 모들을 볼때면 억장이 무너집니다”라며 연신 담배를 피워물었다.
논바닥에 뿌려진 물은 육안으로도 오염정도가 심각했다. 논바닥 곳곳에는 검붉은 기름띠와
하얀 거품들이 즐비했고 악취도 심해 코를 막지않고서는 근처를 지날 수가 없었다. 논 옆으
로 흐르는 개울에서는 시커먼 축산폐수들이 연신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닥이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둘 수가 있을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오랫동안 마을주민을 대표해 축산폐수와 씨름했던 권오현(74)씨는 “어찌 이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합니까”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수차례 언론에서 찾아와 취재도 해갔지만
달라진게 없다는 듯 불신감이 팽배했다. “농사망하는 걸 멀쩡히 눈떠고 보는 심정 어떻겠
습니까. 먹는 물도 이젠 겁이 나서 못 먹겠어요. 시에서 마련해준 급수시설에서 지하수를 끌
어다가 식수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2년넘게 검사한번 안해줬어요. 급수시설이 똥물하천에서
불과 30여m도 채 떨어져있지 않은돼도 말입니다. 죽지못해 먹을 수밖에 더 있습니까”라며
한숨만 내쉰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서산리 주민들 대부분이 최씨나 권씨와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얼마되지
농가들도 축산폐수로 골머리를 앓다가 하나둘씩 고향을 등졌다. 양돈단지와 시청을 상대로
한 싸움도 이젠 지쳤다. 누구하나 관심가져주는 이들도 없고, 금딱지를 붙인 사람들이 몇번
찾아왔었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어르신들 고생많지요.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
해볼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세요’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돌아서버렸다.
한적한 시골의 조용했던 마을이 축산폐수로 인해 8년의 세월동안 쑥대밭이 되버렸다. 사람
들의 발길도 예전만 못했다. 피해를 당하고도 누구를 원망해야할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할
지 모르고 늙은 농군들은 속만 태우고 있었다.
문제는 이 축산폐수가 안동댐으로 여과없이 그대로 흘러간다는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
에선 8년동안 주민들의 거듭된 항의에 못이겨 최근 1억7천여만원의 예산으로 3.75km에 이
르는 배수로 공사를 해줬다. 그러나 이 배수로는 서산리 마을을 우회하도록 설계만 되어있
을뿐 안동호로 흘러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서현양돈단지는 지난 92년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일대 2만7천여평의 부지에 총사업비 60억
원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 조성됐다. 3년 세월 끝에 지난 95년 완공돼 현재는 8농가가 3만
여두의 돼지를 사육하면서 하루 평균 120여톤에 이르는 축산폐수를 방류하고 있다.
이 단지에선 지난 96년 4차례의 축산폐수유출사고가 발생해 1km 떨어진 인근 안동댐 상류
지역으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당국에서는 항구적인 대책이
나 책임소재 규명없이 땜질 수습으로 일관했다.
주민들은 “폐수처리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폐수로 인한 농업용수오염과 안
동댐을 죽음의 호수로 만드는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동시 녹전면 서삼리 주민들은 할말을 잃었다. 물만 보면 넌저리가 난다. 8년의 세월동안
인근 와룡면 서현리의 서현양돈단지에서 배출하는 축산폐수와 ‘전쟁’을 치르다 보니 하천
물소리만 들어도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긴 한숨과 타다만 애간장뿐
이었다. 그동안 관계기관에 수차례 민원도 넣어보고 항의방문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
두가 예순을 넘은 노인들이지라 거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고향땅이 썩어가
는 것을 쳐다만 볼 수 없어 노구를 이끌고 안동시를 찾아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도 해봤
지만 메아리친 건 ‘좌절감’이었다.
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급기야 지난 4월 30일 주민 10명은 작심을 하고 물통에다 하천
에서 길러온 ‘축산폐수’를 담아 시청 민원실 앞마당에 뿌렸다. 순간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직원들이 뛰쳐나와 만류했지만 분노와 울분으로 고통받아온 주민들을 감당해내지는
못했다.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99년 8월에도 주민들이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이를 만류하는 직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축산분뇨를 퍼붓는 소동이 있었다.
지난 4일 서삼리 일대를 방문했을때도 주민들은 여전히 인근 양돈단지에서 흘러나오는 축산
폐수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가뭄으로 목마른 논에 물을 대기위해 이곳저곳 관정을 박고 지
하수를 끌어올리지만 그때마다 올라오는 건 시꺼멓게 오염된 폐수뿐이었다. 상태는 양돈단
지로 향할수록 심각했다. 거의 모든 논이 폐수에 오염돼 어린 모들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주민 최종근(62)씨는 “그나마 이 똥물도 없어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라
고 이 똥물을 끌어다 사용하고싶겠습니까. 울며겨자먹기식이죠. 그러나 이 똥물로 시들어가
고 있는 어린 모들을 볼때면 억장이 무너집니다”라며 연신 담배를 피워물었다.
논바닥에 뿌려진 물은 육안으로도 오염정도가 심각했다. 논바닥 곳곳에는 검붉은 기름띠와
하얀 거품들이 즐비했고 악취도 심해 코를 막지않고서는 근처를 지날 수가 없었다. 논 옆으
로 흐르는 개울에서는 시커먼 축산폐수들이 연신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닥이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둘 수가 있을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오랫동안 마을주민을 대표해 축산폐수와 씨름했던 권오현(74)씨는 “어찌 이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합니까”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수차례 언론에서 찾아와 취재도 해갔지만
달라진게 없다는 듯 불신감이 팽배했다. “농사망하는 걸 멀쩡히 눈떠고 보는 심정 어떻겠
습니까. 먹는 물도 이젠 겁이 나서 못 먹겠어요. 시에서 마련해준 급수시설에서 지하수를 끌
어다가 식수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2년넘게 검사한번 안해줬어요. 급수시설이 똥물하천에서
불과 30여m도 채 떨어져있지 않은돼도 말입니다. 죽지못해 먹을 수밖에 더 있습니까”라며
한숨만 내쉰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서산리 주민들 대부분이 최씨나 권씨와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얼마되지
농가들도 축산폐수로 골머리를 앓다가 하나둘씩 고향을 등졌다. 양돈단지와 시청을 상대로
한 싸움도 이젠 지쳤다. 누구하나 관심가져주는 이들도 없고, 금딱지를 붙인 사람들이 몇번
찾아왔었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어르신들 고생많지요.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
해볼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세요’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돌아서버렸다.
한적한 시골의 조용했던 마을이 축산폐수로 인해 8년의 세월동안 쑥대밭이 되버렸다. 사람
들의 발길도 예전만 못했다. 피해를 당하고도 누구를 원망해야할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할
지 모르고 늙은 농군들은 속만 태우고 있었다.
문제는 이 축산폐수가 안동댐으로 여과없이 그대로 흘러간다는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
에선 8년동안 주민들의 거듭된 항의에 못이겨 최근 1억7천여만원의 예산으로 3.75km에 이
르는 배수로 공사를 해줬다. 그러나 이 배수로는 서산리 마을을 우회하도록 설계만 되어있
을뿐 안동호로 흘러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서현양돈단지는 지난 92년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일대 2만7천여평의 부지에 총사업비 60억
원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 조성됐다. 3년 세월 끝에 지난 95년 완공돼 현재는 8농가가 3만
여두의 돼지를 사육하면서 하루 평균 120여톤에 이르는 축산폐수를 방류하고 있다.
이 단지에선 지난 96년 4차례의 축산폐수유출사고가 발생해 1km 떨어진 인근 안동댐 상류
지역으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당국에서는 항구적인 대책이
나 책임소재 규명없이 땜질 수습으로 일관했다.
주민들은 “폐수처리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폐수로 인한 농업용수오염과 안
동댐을 죽음의 호수로 만드는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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