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 모(여·66)씨는 지난 2월말 동네 슈퍼마켓 직원 이 모(47)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술에 취한 이씨를 꿀물이나 마시고 가라며 집안에 들였다가 당한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다. 그저 빨리 잊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지적장애인 김 모(여·24)는 지난 1월 이후 이웃집 이 모(45)씨에게 자신의 집에서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어눌한 말로 ‘연애’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경찰에서 강간이 아닌 ‘화간’으로 처리됐다.
◆의사능력 떨어지는 약점 이용한 성폭력 =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2005년 738건에서 2007년 1081건으로 46.4% 증가했다. 61세 노인에 대한 성폭력도 같은 기간 225건에서 275건으로 22.2% 증가했다. 경찰이 집계한 전체 성폭력범죄 발생건수 증가율 13.9%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민간차원의 상담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이 단체의 장애인 여성 성폭력 상담건수는 2006년 900여건에서 지난해 1000건 이상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3대 사회적 약자가 성인여성에 비해 의사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적 인식 등으로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나 상담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 갖춘 수사관 필요 = 경찰은 성폭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에 전담조사관을 배치하고 있다. 경찰청은 성폭력전담조사관이 전국적으로 1128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여자경찰이 818명으로 전체의 72.6%를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일선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면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담’이라는 말과 달리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주간의 성폭력 관련 교육을 받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획가 없기 때문이다.
수시로 부서를 이동하는 것도 전문성을 쌓기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보직을 맡은 지 오래되지 않아 성폭력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 수사는 정상적인 성인여성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복주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대표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인 중에는 지적장애인이 많은데 이들은 진술능력이 떨어져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피해자를 조사하려면 이들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아동 성폭력 수사관도 전문직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수사를 한 경험이 있어야 아동성폭력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노인에 대한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대부분 성폭행을 당하면 자신의 문제로 보거나 주위사람을 의식해 숨기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련에 당하는 성폭행은 훨씬 충격과 후유증이 크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검·경 합동 여성폭력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인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이상선 기자 s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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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이씨를 꿀물이나 마시고 가라며 집안에 들였다가 당한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다. 그저 빨리 잊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지적장애인 김 모(여·24)는 지난 1월 이후 이웃집 이 모(45)씨에게 자신의 집에서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어눌한 말로 ‘연애’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경찰에서 강간이 아닌 ‘화간’으로 처리됐다.
◆의사능력 떨어지는 약점 이용한 성폭력 =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2005년 738건에서 2007년 1081건으로 46.4% 증가했다. 61세 노인에 대한 성폭력도 같은 기간 225건에서 275건으로 22.2% 증가했다. 경찰이 집계한 전체 성폭력범죄 발생건수 증가율 13.9%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민간차원의 상담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이 단체의 장애인 여성 성폭력 상담건수는 2006년 900여건에서 지난해 1000건 이상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3대 사회적 약자가 성인여성에 비해 의사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적 인식 등으로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나 상담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 갖춘 수사관 필요 = 경찰은 성폭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에 전담조사관을 배치하고 있다. 경찰청은 성폭력전담조사관이 전국적으로 1128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여자경찰이 818명으로 전체의 72.6%를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일선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면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담’이라는 말과 달리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주간의 성폭력 관련 교육을 받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획가 없기 때문이다.
수시로 부서를 이동하는 것도 전문성을 쌓기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보직을 맡은 지 오래되지 않아 성폭력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 수사는 정상적인 성인여성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복주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대표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인 중에는 지적장애인이 많은데 이들은 진술능력이 떨어져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피해자를 조사하려면 이들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아동 성폭력 수사관도 전문직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수사를 한 경험이 있어야 아동성폭력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노인에 대한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대부분 성폭행을 당하면 자신의 문제로 보거나 주위사람을 의식해 숨기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련에 당하는 성폭행은 훨씬 충격과 후유증이 크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검·경 합동 여성폭력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인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이상선 기자 sss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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