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일 꿈 - 평화 · 평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지역내일 2008-09-12


이주항 (부천실업고등학교 설립자)

아침 7시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를 나선다. 10분이면 학교에 도착한다.
공장 속을 지나 길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학교는 밤새 그대로 잘 있다.
주변청소를 하고 식당에 내려가 아주머니와 배식을 한다. 조그만 프레스에 셋째 손가락 끝이 눌려 한 달간 병원에 있었던 은비가 보인다. 손이 아직 완전치 못해 친구가 식판을 대신 들어준다. 어디 닿을까봐 치켜세운 다친 손가락 끝이 보인다. 무슨 말을 하려다 얼른 보고 외면한다. 마음이 애틋하다. 눈이 큰 은비는 삼촌이 보호자다. 가족이 별반 없기도 하고 선생님과 학교 친구들이 입원실을 번갈아 가며 지켰다. 위험한 직종에는 취직시키지 않거나 학생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지 않기로 약속을 하지만 바쁘다고 잠깐이 이런 사고를 부른다. 2주 만에 나타난 강산이와 근호도 보인다. PC방, 찜질방을 전전하다 어제 붙잡혀 왔다. 반가웠다. 뚱뚱한 세광이는 귀엽다. 학교 앞 동네 정육점에서 심부름과 배달 일을 한다. 난생 처음 간 공장일이 적응 안 되어 몇 번 실패하고 시작한 일이다. 가끔 꾀부리고 속이 다 보이는 변명도 늘어놓고 가기 싫다고 땡강 부리는 것을 9시가 다 되어 달래 보내기도 한다. 김치를 잘 안 먹는 인경이는 3학년이다. 인천에서 어머니가 처음 데려왔을 때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한 걱정을 하였는데 기복이 있었지만 공장도 잘 다니고 얼마 후면 졸업이다 “인경아 졸업하네” “네” “어머니가 좋아 하시겠다” “네... 헤헤”웃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렇게 오늘도 부천실업고등학교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근로청소년 학교이다. 20년 전에 젊은 교사들과 함께 무대포로 시작한 학교다. 고생과 힘겨움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정식고등학교 학력인정도 받고 조그만 운동장에 단독 건물이지만 전교생 120명 정도와 함께 할 수 있는, 있을 것은 다 있는 작은 학교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시세말로 공부 못하고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아이들이다.
밖에 나가면 좋은 일 한다고 하면서 “대학도 많이 가죠” 그분들 생각에는 아주 핵심적이라고 할 만한 질문을 한다. 공부 잘하고 대학-아니 등급이 높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자부심 있는 사람다움’과 통하는 게 우리사회이니 당연할지 모르겠다. 공부 잘하고 최상위등급의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은 글쎄 10%쯤 잡으면 될까, 나머지는 자부심 있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두발로 세상에 우뚝 서기에는 부족한 사람이 된다. 구조적으로 이런 사회라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최하위등급의 우리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체 지독한 결핍감과 어눌함에 시달리며 살아 왔고 살아갈 것이다. 며칠 전에 만났던 사람은 당신이 그런 학교를 안 하면 그 아이들이 모두 범죄자가 되어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하였던가, 어이없고 쓸쓸름 하다. 고생한다면서 칭찬해주는 말이 이렇다.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조잘대는 식당을 꽉 채운 아이들은 그 나이대의 순진함과 평범함으로 활기차다. 학교의 본질이 성적순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것인가. 균형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스스로 개척 할 수 있는 삶의 용기를 갖도록 하며 타인과 좋은 소통을 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 하는 게 아닌가
오늘아침 평등과 평화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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