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칼럼

넓은 모공 - 이제는 치료할 수 있다.

지역내일 2008-09-12
우리의 아주 먼 조상들은 자세도 꾸부정하고 의사소통 수준도 매우 낮았으며, 도구라 하기에는 너무도 빈약한 몽둥이와 도끼 중간쯤 되는 무기를 들고 어렵사리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얼굴과 팔, 다리가 온통 털복숭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허무맹랑한 허구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의 얘깃거리는 바로 그 먼 조상들의 얼굴의 털이다.
물론 현대인들은 그렇게 많은 털을 얼굴에 지니고 있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털이 거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있는 털들도 남자의 수염을 제외하고는 보일락 말락 하는 솜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있는 것과 전혀 없는 것은 천양지차..
사실 우리는 얼굴에 수많은 털구멍을 가지고 있다. 이들 털구멍은 다른 말로 모공이라고도 하며 보통 사람의 얼굴에 약 2만개정도가 존재한다고 한다.
모공은 흔적만 남은 털이 자라나는 입구로, 털뿐만 아니라 호르몬과 피지가 흘러나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특히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과 함께 피지 분비가 왕성해지고 이로 인해 피지샘이 커지고 모공이 덩달아 확장된다. 또는 스트레스, 임신 등이 모공을 넓히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피부에 탄력이 줄어들면 모공 아래쪽은 중력방향으로 쳐지게 되어 모공이 더 커진다. 모공이 커지면 화장품 찌꺼지, 노폐물 등이 쌓이고, 세균이 침투하기 쉬워져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늘어난 모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원래는 없었던 것인데 다른 원인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면 무언가로 구멍을 메워서 없앨 수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있던 구멍이 커진 것은 그렇지 못하다. 이 점이 모공치료의 매우 어려운 점이다. 그러나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커진 모공을 작고 매끈하게 만드는 치료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방법은 2,940나노미터의 파장을 갖는 레이저로 피부를 얇게 깍아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필링요법이라 알려진 기존의 치료법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회복기간이 필요하여 시술 후 한동안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 더욱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고 시술 후 회복기간을 극소화할 수 있는 레이저가 개발되었다.
레이저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피부 표피나, 표피에는 작용하지 않고 내부를 자극해서 회복을 돕던가, 혹은 둘 다 시술하든가 하는 등의 선택적 적용이 가능해 환자 상태에 따른 1:1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모공 하나하나에 정확하고 세밀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술 후 환자의 피부 반응에 맞는 적절한 부수적 치료와 재생관리를 더해주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들 수 있을 것이다.
얼굴에 모공이 완전히 없어질 때 까지 진화하려면 앞으로 몇 만년, 아니 몇 십 만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흉하게 변한 모공을 치료하거나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찾은 셈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털과의 전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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