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외면당한 109회 철도의 날

지역내일 2008-09-19
외면당한 109회 철도의 날

어제는 109회 철도의 날이었다. 1899년 9월 18일 제물포-노량진 간 33.2km의 철도가 개통된 날을 기념하는 이 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는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이 식전에서 관계자 14명이 철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과 포장과 표창장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쓸쓸한 행사였다.
매스미디어에 크게 보도되지 않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도, 110년을 바라보는 철도의 생일행사의 의미를 간과할 수는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철도공사는 대체에너지 철도차량 개발, 전철화 투자 확대, 연계 환승시스템 강화 같은 중장기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그런데 단골 메뉴 하나가 빠져 못내 서운했다. 해마다 들어오던 철도시설 확충에 관한 약속이 자취를 감추었다. 국토를 X자로 묶는 간선철도망을 건설하고, 어디와 어디를 잇는 고속철도망을 건설하겠다는 식의 재탕 삼탕 약속을 또 내놓기 민망했을 것이다.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이니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38년간 겨우 200여㎞ 늘렸을 뿐
우리나라는 철도시설 투자에 너무 인색하다. 작년 말 현재 한국의 철도 총연장은 3,399km이다. 38년 전인 1970년에 비해 겨우 200여km가 늘어났을 뿐이다. 경부고속전철 사업이 없었으면 제자리걸음이었다.
광복 후 63년 동안의 철도사업은 경전선(진주-순천), 영동선(영주-강릉), 태백선(제천-태백), 서울교외선 정도이다. 경부선복선화와 수도권 전철화 사업, 고속철도 사업은 특별사업으로 기억된다. 그런 사업을 다 합쳐도 일제강점기간 35년에 건설된 철도의 반에도 못 미치는 1,300여km 밖에 못 놓았다. 여기에 생각이 닿으면 철도의 날을 기념하는 것조차 창피할 일이다.
나라살림이 어려울 때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에 비해 너무 불균형한 투자 실태를 보면 이럴 수가 있나 싶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 3,000km의 도로망을 갖추었다. 내륙지방을 종횡으로 연결한 신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런 곳에 꼭 고속도로가 필요할까 싶은 곳이 많다.
국도와 지방도 개량에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다. 곡선구간을 펴고 폭을 넓히기 위해 설악산 대관령 구간 같은 산악지역에까지 무수한 터널을 뚫고 교량을 놓았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에 준 고속도로 같은 국도와 지방도 확장사업이 되풀이되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3번국도 이화령 터널 구간 74km 도로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이 확정된 사업 가운데, 고속도로와 국도 중복투자 구간이 8개 노선 320km에 이른다. 이렇게 낭비되는 예산이 8조 6,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철도는 경부선 호남선 같은 종선을 축으로 하고 있다. 동서를 잇는 철도는 경전선 정도뿐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같은 대도시를 잇는 세로 동맥선도 필요하지만, 대구-광주 서울-속초 같은 가로 철도망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동서 간 교통이 자동차 일변도인데도 몇 십 년을 허송세월로 살았다.

철도 외면한 녹색성장 타령은 공염불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차 중기 교통시설투자계획 기간 도로와 철도 투자비율은 40조원 대 16조원이었다. 그러나 실제투자율은 도로가 102.2%였던 비해, 철도는 84.1%에 머물렀다. 고속철도 건설사업 기간의 예산운용이 이랬으니 저간의 사정을 알 만 하다.
고유가 시대, 친환경 시대에 철도가 대중교통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일·프랑스·영국·등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철도의 교통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시설 확충과 개량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천국인 미국도 뒤늦게 철도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중국·인도 같은 인구대국들은 예외 없이 철도시설 경쟁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치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창했다. 에너지 수요와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안전성과 수송효율이 월등히 높은 철도를 외면한 녹색성장 타령은 공염불과 다를 바 없다.

문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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