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같은 여당, 여당같은 야당

지역내일 2008-09-22
상임위서 여당 ‘튀고’ 야당 ‘뒷짐’ … 10년만 정권교체에 정체성 혼돈

청와대 업무보고가 진행된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 회의실. 여당의원들은 청와대 참모진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칼끝이 이 대통령을 직접 향하는 것을 피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운영위에서 논란이 될만한 △고소영 인사논란 △언론장악 시비 △촛불시위 사태 등을 미리 치고들어가 김을 빼는 전략도 선보였다. 사전각본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민주당은 초점없이 나열식 문제제기만 하다가 질의시간을 전부 써버렸다. 야당 특기인 쟁점 만들기에 실패한 것이다. 신선한 시각이나 패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저녁 상임위가 끝난 뒤 열린 운영위원들과 청와대 수석간 회식자리조차 여당 주도 아래 이뤄졌다는 후문이었다.

지난 5월말 18대 국회임기가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야당 10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의욕을 앞세웠다가 뒤늦게 여당이라는 입장에 걸려 주춤하고, 야당인 민주당은 여당생활 10년에 젖어 야당이 갖춰야될 실력과 의욕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야당처럼 목소리를 높이는가하면 뒤늦게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물러서는 사례가 혼재되고 있다. 일부 의원은 10년동안 갈고닦은 야성(野性)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유승민 의원은 예결위에서 추경예산안을 강도높게 질타하더니 추경을 통과시키기위한 상임위에는 아예 불참해버렸다. 야당 전매특허인 비리의혹 폭로도 여당에서 터져나온다. 진수희 의원은 수개월동안 로또복권 주변을 추적한 끝에 지난 17일 비리 가능성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여당이라는 점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답답하다”는 불만이 훨씬 더 많은게 사실이다. 국회에 들어온지 10여년이 된 한나라당 4급 보좌관은 “국감에서 써먹을만한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여당이라는 입장 때문에 못본척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이 보좌관은 “10년동안 야당 생활을 하다보니 야성(野性)이 체질화돼서 나도 모르게 관계부처들을 몰아세우곤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부처로부터 “여당이 된 걸 잊은 것 같다”는 불평이 터져나오는 대목이다.
야당의 계절인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맞은 야당측은 아직 별다른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야당의원들은 호통만 칠 뿐 정부를 결정적으로 몰아세울 정책검증이나 폭로전을 펼치지 못해 ‘호통 야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국회 들어온지 10년 가까이된 민주당 4급 보좌관은 “여당 생활만해서 그런지 솔직히 어디서 무엇을 뒤져야할지 몰라 대학 선배인 한나라당 보좌관에게 국감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털어놨다. 야당이지만 정작 야성(野性)은 찾기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 소속의원 83명 가운데 초선이 22명 밖에 안되는 탓인지 ‘화끈하게 붙는’ 분위기가 없다는 얘기다.
국회 안팎에선 여야의 정체성 혼란이 10년이라는 짧지않은 세월 끝에 정권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나라당은 야당 10년동안 갈고닦은 실력이 있지만 여당이라는 점 때문에 발톱을 감춰야하는 고통이 있고, 민주당은 여당 10년동안 야성(野性)을 잃으면서 내세울 발톱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참보좌관은 “여야가 뒤바뀐 처지에 하루빨리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번 국감은 역대 가장 쟁점없는 감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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