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국장은 금감원 그만두면 만물수리가게 차려도 될 겁니다. 오디오, TV는 기본이고 컴퓨터, 자동차까지 고치는 사람이 바로 이 국장이거든요.”
부하직원으로 이 국장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금감원의 한 검사역은 이 국장을 ‘괴짜’라고 했다. 이 국장은 ‘기계에 미친 사람’이다.
주위를 보면 이 국장처럼 기계 만지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이 더러 있다. 내부를 분해했다가 조립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 국장은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새로 나온 전자제품이 있으면 뜯어 헤쳐 내부를 들여다봐야 직성이 풀리지, 안 그러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기계를 사랑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계천에서 40여년 헤매다
이 국장을 요즘말로 표현하면 ‘컴도사’다. 그의 컴퓨터 실력은 거의 해커 수준이다.
그가 금감원 IT검사국장을 맡게된 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컴퓨터 실력 때문일 것이다.
이 국장은 67년 고등학교(선린상고)를 졸업하던 해에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한은에서 맡은 업무는 주로 조사부 외환관리부 국제금융부 등이었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전기·전자제품에 쏠려 있었다.
당시에는 전자제품이라고 해봐야 진공관 라디오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청계천을 헤집고 다녀야 새로 나오는 전자제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는 퇴근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청계천에서 보냈다. 지금은 용산, 강남의 테크노마트 등 전자제품을 접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청계천이 유일한 본산이었다. 이 국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40여년 동안 청계천을 헤매고 다녔다고 했다.
“새로 나온 기계가 어떤 게 있나, 궁금해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또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내부를 뜯어 들여다보고 작동원리를 알고 넘어가야 안심이 됐습니다.”
기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전기·전자 기초이론, 진공관·트랜지스터 등 각종 기초소자에 대한 연구를 해야 했다. 전기·전자 분야 이론에 밝은 것은 60년대부터 기계원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부산물인 셈이다.
컴퓨터와의 인연
그가 컴퓨터를 만난 것도 청계천이었다. 80년초 ‘아들 녀석’사주기 위해 청계천을 들렀다가 우연히 애플 컴퓨터를 봤다. 당시 컴퓨터는 신문지상에 간간이 소개되긴 했지만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컴퓨터 가격은 45만원 정도. 한국은행의 넉달치 월급과 맞먹었다.
“아내에게 애걸복걸해서 45만원짜리 컴퓨터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PC를 짊어지고 집으로 와서 바로 분해작업에 들어갔죠. CPU의 구성원리가 어떻게 돼 있는지, 응용 프로그램이 어떤 경로로 작동되는지 연구했습니다.”
보통 컴퓨터나 전자제품을 접하는 사람들은 기계자체, 즉 하드웨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만 제대로 작동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국장은 하드웨어를 먼저 뜯어보고 소프트웨어에 접근해 전자제품의 작동원리를 완전히 습득해버리는 스타일이다.
80년대초 친구들과 한 PC통신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익히면서 이 국장과 컴퓨터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요즘은 PC통신을 초등학생들도 이용하는 수준까지 와 있지만 80년대초에 PC통신을 했다고 하면 믿겠는가. 당시 그는 친구들과 전화선을 연결해 PC통신을 했다.
“통신용 프로그램이 없을 시절 전화선을 연결해서 원시적인 PC통신을 하고 있었는데, 애플사에서 통신용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당시 프로그램은 조이스틱과 같은 하드웨어 장치가 필요한 것이었어요. 불편했죠. 장치가 없이도 통신을 할 방법이 없나 머리를 짜냈죠. 결국 프로그램을 해독해 하드웨어 장치가 없어도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청계천에 풀어버렸죠.”
요즘 같았으면 이 국장은 프로그램 무단유포 죄로 처벌 받았을 것이다.
ㄱ을 치면 화면에 어떻게 ㄱ 이 나오나
한때 그는 게임 프로그램 개발에 빠진 적도 있다. 게임의 작동원리를 연구하다 보니 움직이는 물체를 형상화하는 그래픽을 공부하게 되고, 음향효과를 연구하게 됐다. 또 음향효과 연구가 컴퓨터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전자음악에 미쳐 몇 년간 거기에만 매달린 적도 있었다.
그의 기계에 대한 관심은 간단했다. ‘컴퓨터 자판에 ㄱ을 치면 화면에 어떻게 ㄱ 이 나오나’ 하는 궁금증이었다. 한마디로 원리가 뭐냐는 것이었다. 이런 기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금융기관 IT검사분야 전문가로서 금감원 IT검사국장 이만식의 존재가치였다.
요즘 이 국장은 금융기관의 IT투자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IT투자를 놓고 말들이 많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IT분야에 중복투자 하는 게 아니냐’‘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IT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국내 금융기관들은 뭐 하느냐’등 언론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있다.
금융기관 IT검사분야 전문가
이 국장은 금융기관의 IT투자에 대해 섣불리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금융구조조정이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중복투자의 위험도 있지만 금융기관의 생존차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T부분에 독자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금융기관의 얘기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국장을 IT검사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99년 통합 감독원 출범 이후 이 국장은 금융부문의 Y2K 문제 해결 책임을 맡아 무난하게 해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국장은 Y2K 문제 해결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또 증권 보험 비은행 금융기관 등에 대한 IT검사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1월부터 금융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이 국장은 “금융기관 IT부문이 안전하고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IT검사의 기본”라고 말했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IT검사 인력이 지금보다 2배 정도 늘어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하직원으로 이 국장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금감원의 한 검사역은 이 국장을 ‘괴짜’라고 했다. 이 국장은 ‘기계에 미친 사람’이다.
주위를 보면 이 국장처럼 기계 만지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이 더러 있다. 내부를 분해했다가 조립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 국장은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새로 나온 전자제품이 있으면 뜯어 헤쳐 내부를 들여다봐야 직성이 풀리지, 안 그러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기계를 사랑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계천에서 40여년 헤매다
이 국장을 요즘말로 표현하면 ‘컴도사’다. 그의 컴퓨터 실력은 거의 해커 수준이다.
그가 금감원 IT검사국장을 맡게된 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컴퓨터 실력 때문일 것이다.
이 국장은 67년 고등학교(선린상고)를 졸업하던 해에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한은에서 맡은 업무는 주로 조사부 외환관리부 국제금융부 등이었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전기·전자제품에 쏠려 있었다.
당시에는 전자제품이라고 해봐야 진공관 라디오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청계천을 헤집고 다녀야 새로 나오는 전자제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는 퇴근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청계천에서 보냈다. 지금은 용산, 강남의 테크노마트 등 전자제품을 접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청계천이 유일한 본산이었다. 이 국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40여년 동안 청계천을 헤매고 다녔다고 했다.
“새로 나온 기계가 어떤 게 있나, 궁금해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또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내부를 뜯어 들여다보고 작동원리를 알고 넘어가야 안심이 됐습니다.”
기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전기·전자 기초이론, 진공관·트랜지스터 등 각종 기초소자에 대한 연구를 해야 했다. 전기·전자 분야 이론에 밝은 것은 60년대부터 기계원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부산물인 셈이다.
컴퓨터와의 인연
그가 컴퓨터를 만난 것도 청계천이었다. 80년초 ‘아들 녀석’사주기 위해 청계천을 들렀다가 우연히 애플 컴퓨터를 봤다. 당시 컴퓨터는 신문지상에 간간이 소개되긴 했지만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컴퓨터 가격은 45만원 정도. 한국은행의 넉달치 월급과 맞먹었다.
“아내에게 애걸복걸해서 45만원짜리 컴퓨터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PC를 짊어지고 집으로 와서 바로 분해작업에 들어갔죠. CPU의 구성원리가 어떻게 돼 있는지, 응용 프로그램이 어떤 경로로 작동되는지 연구했습니다.”
보통 컴퓨터나 전자제품을 접하는 사람들은 기계자체, 즉 하드웨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만 제대로 작동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국장은 하드웨어를 먼저 뜯어보고 소프트웨어에 접근해 전자제품의 작동원리를 완전히 습득해버리는 스타일이다.
80년대초 친구들과 한 PC통신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익히면서 이 국장과 컴퓨터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요즘은 PC통신을 초등학생들도 이용하는 수준까지 와 있지만 80년대초에 PC통신을 했다고 하면 믿겠는가. 당시 그는 친구들과 전화선을 연결해 PC통신을 했다.
“통신용 프로그램이 없을 시절 전화선을 연결해서 원시적인 PC통신을 하고 있었는데, 애플사에서 통신용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당시 프로그램은 조이스틱과 같은 하드웨어 장치가 필요한 것이었어요. 불편했죠. 장치가 없이도 통신을 할 방법이 없나 머리를 짜냈죠. 결국 프로그램을 해독해 하드웨어 장치가 없어도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청계천에 풀어버렸죠.”
요즘 같았으면 이 국장은 프로그램 무단유포 죄로 처벌 받았을 것이다.
ㄱ을 치면 화면에 어떻게 ㄱ 이 나오나
한때 그는 게임 프로그램 개발에 빠진 적도 있다. 게임의 작동원리를 연구하다 보니 움직이는 물체를 형상화하는 그래픽을 공부하게 되고, 음향효과를 연구하게 됐다. 또 음향효과 연구가 컴퓨터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전자음악에 미쳐 몇 년간 거기에만 매달린 적도 있었다.
그의 기계에 대한 관심은 간단했다. ‘컴퓨터 자판에 ㄱ을 치면 화면에 어떻게 ㄱ 이 나오나’ 하는 궁금증이었다. 한마디로 원리가 뭐냐는 것이었다. 이런 기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금융기관 IT검사분야 전문가로서 금감원 IT검사국장 이만식의 존재가치였다.
요즘 이 국장은 금융기관의 IT투자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IT투자를 놓고 말들이 많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IT분야에 중복투자 하는 게 아니냐’‘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IT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국내 금융기관들은 뭐 하느냐’등 언론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있다.
금융기관 IT검사분야 전문가
이 국장은 금융기관의 IT투자에 대해 섣불리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금융구조조정이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중복투자의 위험도 있지만 금융기관의 생존차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T부분에 독자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금융기관의 얘기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국장을 IT검사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99년 통합 감독원 출범 이후 이 국장은 금융부문의 Y2K 문제 해결 책임을 맡아 무난하게 해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국장은 Y2K 문제 해결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또 증권 보험 비은행 금융기관 등에 대한 IT검사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1월부터 금융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이 국장은 “금융기관 IT부문이 안전하고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IT검사의 기본”라고 말했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IT검사 인력이 지금보다 2배 정도 늘어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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