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인데도 공급과잉 때문에 소 출하를 못하고 있어요. 요즘이 IMF때보다 훨씬 힘들당게요.”
전남 함평에서 소 200마리를 키우는 김낙현(47)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추석이 코앞인데 명절 분위기는 고사하고 돈 구경 해 본지 오래됐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아예 쇠고기를 안 먹는 분위기가 조성돼 갈수록 빚만 늘고 있다.
김씨는 “이 상태가 오래 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김씨가 소를 키우기 시작한 건 20년 전. 결혼하자마자 소 3마리를 샀고 소를 늘려가는 재미로 세상을 살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여물을 줘야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함평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기로 정평이 나 있는 터라 판로 걱정도 없었다.
아이가 자라 지금 대학생이 되기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 어렵다던 IMF때도 남들은 키우던 소를 줄였지만 그는 되레 송아지 100마리를 사들였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한해 7000만~8000만원을 벌어들였다”며 먼 산을 쳐다봤다.
올 들어 모든 게 뒤바뀌었다.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금리도 덩달아 올라 이자부담이 커졌다. 김씨는 “지난해 5000원 하던 20kg들이 섬유질 가공 사료가 8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한 달에 사료 값으로 1800만원 가량 지출하던 그에게는 타격이 컸다. 게다가 면세유는 고작 트랙터 한 대를 굴릴 정도만 공급됐다. 트럭을 비롯한 나머지 장비는 모두 비싼 기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후 육류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식당에서도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한다.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불신은 여전한 실정이다.
500kg 나가는 소 값이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소를 키울수록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김씨는 “요즘은 자금회전이 안 된다”며 “본전이라도 건져야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4월에는 난데없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우 회원 두 명이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평소 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라 충격이 컸다. 김씨는 자살 얘기가 나오자 “착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부에서는 한우 농가를 위해 쇠고기 품질 고급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김씨는 “고급육을 생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느냐”고 받아쳤다. “그동안 고급육을 생산하는데 들인 노력만큼 공부를 했다면 이미 판·검사가 돼있을 것”이란다. 영세한 한우농가 처지는 모르고 정부에서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우 농가가 살아나려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료값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쇠고기를 싫어하는 소비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김씨는 “소비자 심리가 언제 바뀔지가 관건”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함평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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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에서 소 200마리를 키우는 김낙현(47)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추석이 코앞인데 명절 분위기는 고사하고 돈 구경 해 본지 오래됐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아예 쇠고기를 안 먹는 분위기가 조성돼 갈수록 빚만 늘고 있다.
김씨는 “이 상태가 오래 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김씨가 소를 키우기 시작한 건 20년 전. 결혼하자마자 소 3마리를 샀고 소를 늘려가는 재미로 세상을 살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여물을 줘야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함평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기로 정평이 나 있는 터라 판로 걱정도 없었다.
아이가 자라 지금 대학생이 되기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 어렵다던 IMF때도 남들은 키우던 소를 줄였지만 그는 되레 송아지 100마리를 사들였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한해 7000만~8000만원을 벌어들였다”며 먼 산을 쳐다봤다.
올 들어 모든 게 뒤바뀌었다.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금리도 덩달아 올라 이자부담이 커졌다. 김씨는 “지난해 5000원 하던 20kg들이 섬유질 가공 사료가 8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한 달에 사료 값으로 1800만원 가량 지출하던 그에게는 타격이 컸다. 게다가 면세유는 고작 트랙터 한 대를 굴릴 정도만 공급됐다. 트럭을 비롯한 나머지 장비는 모두 비싼 기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후 육류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식당에서도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한다.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불신은 여전한 실정이다.
500kg 나가는 소 값이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소를 키울수록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김씨는 “요즘은 자금회전이 안 된다”며 “본전이라도 건져야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4월에는 난데없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우 회원 두 명이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평소 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라 충격이 컸다. 김씨는 자살 얘기가 나오자 “착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부에서는 한우 농가를 위해 쇠고기 품질 고급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김씨는 “고급육을 생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느냐”고 받아쳤다. “그동안 고급육을 생산하는데 들인 노력만큼 공부를 했다면 이미 판·검사가 돼있을 것”이란다. 영세한 한우농가 처지는 모르고 정부에서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우 농가가 살아나려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료값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쇠고기를 싫어하는 소비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김씨는 “소비자 심리가 언제 바뀔지가 관건”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함평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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