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철도망 대부분 일제강점기때 건설
도로건설은 13만㎞, 지난해 예산만 7조원
지구 역사상 최대의 탄소 줄이기 운동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탄소가 주 성분인 온실가스의 운송부분 배출증가율이 7.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산업(32%) 다음으로 교통(20%)이 높다. 결국 운송교통 부분의 성장은 지구온난화의 가속도와 비례하게 된다.
자동차 1500만대 시대를 연 대한민국. 그러나 자동차 배출가스와 과다한 에너지 소비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에너지 부족과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철도가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광복 이후 철도는 도로와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에 밀려 철저히 소외돼 왔다. 지금부터라도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철도를 교통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
철도전문가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철도 총연장은 3390㎞. 48년 전인 1960년 3022㎞와 비교하면 368㎞ 늘어났을 뿐이다. 그나마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없었다면 제자리걸음에 머문 것이다.
◆철도건설 광복 후 정체 수준 = 일제 강점기 건설이 활발했던 철도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도로에 밀려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 그 사이 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에 대한 투자는 천문학적 수준이었다. 전체 교통시설 투자 중 도로의 투자비중은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1962~1966년) 중에는 17.2%에 불과했지만 계속 확대돼 2차 기간(1967~1971년) 52%, 3차 기간(1972~1976년) 51.6%로 증가했다. 6차 기간(1987~1991년)에는 무려 79.6%를 차지했다.
그 결과 1960년대 말 경부고속도로 건설 이후 지금까지 고속도로만 3000㎞가 넘는 도로망을 갖췄다. 일반도로는 10만㎞가 넘는다. 지금도 국토 여기저기서 고속도로를 포함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박사는 “우리나라 간선철도망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 건설됐다”며 “현재의 철도 총연장도 이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광복 후 63년 동안 새로 신설된 철도 노선은 경전선(전주~순천), 영동선(영주~강릉), 태백선(제천~태백), 서울교외선 정도다. 경부선복선화와 수도권전철화 사업, 고속철도 사업은 특별사업이었다. 그런 사업을 다 합쳐도 일제강점기간 35년에 건설된 철도(전체 6362㎞ 중 남한만 2642㎞)의 반에도 못 미치는 1300㎞ 정도밖에 안 된다.
◆계획 대비 투자라도 제대로 해야 = 철도는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8분의 1 수준이다. 자동차에 1만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연료비라면 철도로는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자동차와 비교해 6분의 1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 철도투자는 도로에 비해 3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철도정책은 계획의 실천에서도 항상 소외됐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차 중기 교통시설투자계획 기간 도로와 철도 투자비율은 40조원 대 16조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투자율은 도로가 102.2%였던데 반해 철도는 84.1%에 머물렀다. 특히 고속철도 건설사업 기간의 예산운용이었다.
한국철도연구원 인태명 경영연구팀장은 “최소한 계획 대비 투자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철도 상황이 지금보다는 크게 발전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철도투자 감소는 서비스 수준 저하로 이어져 철도이용을 기피하는 원인이 된다. 철도의 여객수송 분담률이 1961년 53%에서 2004년 15.4%까지 떨어진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도로 과잉·중복 투자 여전 = 철도와는 달리 도로의 중복·과잉투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이화령터널 구간, 강원도 인제와 속초를 잇는 미시령터널 구간 등이 대표적인 과잉·중복투자 사례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평행하게 건설돼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데다, 민자사업으로 진행한 탓에 공사비를 국가가 떠안았거나 혹은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경우다.
이 같은 도로 건설에 대한 중복투자·예산낭비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고속도로와 국도 가운데 중복 투자된 구간은 8개 노선 320㎞, 예산낭비는 8조6000억원에 달한다.
녹색연합 허승은 간사는 “같은 구간을 지나는 도로가 3개씩이나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 때문에 한 해 수백억 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는 선진국 수준 운운하며 여전히 도로가 부족하다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1994년 교통시설특별회계를 설치해 교통시설 투자재원을 조달하기 시작하면서 최근까지 12년 동안 투자금액의 평균 60%를 도로 건설에 썼다. 2007년 한해에도 고속도로·국도·지방도·광역도로 등 481개의 도로가 건설됐다. 투자 예산만 7조원에 이른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한 정부가, 철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통체계를 구상하는 상황에서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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