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는 왜 몰라?

지역내일 2008-09-11
최근 근래 보기 드물게 불편한 심정으로 영화 관람을 했다. 상영 영화 중 한 편이라도 갖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못 견디던 때는 좋건 싫건 보는 것 자체가 의미여서 불편한 영화도 꽤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영화를 고르고 골라서 보는 편. 취향과 내용을 적절히 고려해 선택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면 대부분 흡족했다.
애써 영화를 만드는 모든 연출진의 노고를 아는 입장이니 영화명을 정확히 대지는 않으련다. 물론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애정을 던지고 있는 바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보는 내내 불편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게 했다. 그냥 끝까지 버디무비만 줄곧 해댈 것이지 왜 여자이야기는 하고 싶어졌던 건지,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남성들이 품음직한 마리아와 모성애 환타지를 적절히 섞은 영화는 그의 필모에 쉼표가 되기에 충분하리라.
여성을 여성이 아닌 남성이 다루었으니 그렇다고 살짝 이해해볼까? 하지만 남성을 여성이 다루었음에도 충분한 영화가 있으니 면죄부는 줄 수가 없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브라더스>는 생활의 잔 먼지가 포근히 쌓인 남성을 와이키키라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공간에서 읊조리듯 보여준다. 어디 그 영화뿐이랴. 단편으로 주목을 받은 후 충무로에 첫 데뷔해 보였던 <세친구>는 막 고등학교 졸업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들의 것인 양 보여준다.
물론 개별을 전체로 비약할 마음은 없다. 임순례 감독이 그러하니 모든 여자가 남자를 잘 이해하리라고, 모든 남자는 여자를 불투명유리를 통해 본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어찌 보면 타인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배려하는 여성성과 자기중심적인 남성성의 기가 막힌 증명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세상 자체가 남성 중심이니 그 시각 외에는 보고 들어본 적 없다면 그것만이 세상이라고 여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옳다고까지 우기면 그건 정말 곤란하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히스토리가 아닌 허스토리라고 했지만 관객과 여자 입장으로서는 남자가 본 그녀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여전히 감독은 히스토리 전문 작가일 뿐이었다.
앞으로도 정말 여성 영화를 하고픈 남성 감독이 있다면 부탁이다. 제발 여성을, 여성의 눈으로 보아주기를 바란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남성에 순종하고, 사랑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여성의 모습은, 하물며 모성애조차도 어쩌면 남성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환타지일 수도 있음을 알아주기를. 남성중심 사회에서 살아내기 위해 그 환타지를 저도 모르는 사이 배우고 익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을 수도 있음을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기를.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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