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지능(EQ), 그 10년의 역사
문용린 (서울대 교수/ 청소년학교폭력 예방재단 이사장)
심리학이나 교육학 역사상 EQ 즉 감성지능처럼 화려하게 등장한 개념은 없다. 그것도 아주 단시간 내에 말이다. 뉴 햄프셔 대학의 존 메이어 교수와 예일대학의 피터 샐러비 교수가 EI(Emotional Intelligence:감성지능)라는 말을 학술논문에 사상 처음으로 사용한 때가 1990년이었고, 이 개념에 흥미를 느낀 뉴욕 타임즈의 과학 담당 기자이자 심리학자 였던 다니엘 골먼이 이 개념을 주제로 “Emotional Intelligence"(1995)라는 제목의 단행본 책을 처음으로 출간한 것이 1995년이다.
인류진보에 큰 역할
바로 그해 가을 10월 2일자 Time 잡지에 “The EQ Factor"라는 제목으로 EQ가 커버 스토리로 소개되는데, 독자들 사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이 때 처음으로 감성지능(EI)에 대한 닉네임처럼 EQ가 사용되기에 이르고, 그 이후 EI라는 말 보다는 EQ라는 말이 감성지능을 표시하는 말로 대중 속에 각인되기 시작한다.
이 잡지의 커버스토리는 골만의 책이 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차가운 이성을 중요시하고, 뜨거운 감정을 소홀히 취급해왔다. 그러나 오히려 인류의 진보는 이성능력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성능력을 가동시키고 활성화 시키며 가치로운 방향을 발휘되게끔 유도하고 통제해준 감성능력 즉 EQ의 덕분이다. 한 개인의 일상생활 속의 적응에서도 EQ는 이성능력 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골만의 책에 대한 찬사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EQ라는 개념은 인류가 그동안 자신들 속에 묻혀있던 소중한 감성능력을 재인식하고,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지혜와 자신감을 북돋아 준 것이다.”
첫 출간이후 10년이 되는 2006년에 그는 10주년 기념판을 제작한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10년 전에 감흥을 다시 느꼈다. 역시 이 책은 감성지능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고, 대중 속으로 그 지평을 넓히게 엄청난 책이었음을 다시 한번 더 확실하게 느낀다.
기업과 교육분야에 가장 큰 영향
지난 10년간 감성지능은 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학교와 기업 분야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다. 기업분야의 감성지능 확산은 럿거스 대학의 감성지능연구협회(CREIO)의 활동으로 대표되는데, 미연방정부의 이력담당부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죤슨앤 죤슨 등의 회사가 감성지능을 기업생산성과 연계시킨 대표적 회사들이다. 그래서 Harvard Business Review는 감성지능을 지난 10년간 경영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경영개념의 하나로 꼽고 있다.
교육분야에서의 감성지능의 확산은 SEL(Social Emotional Learning)과 PATHS로 대표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가치를 인정하여 유네스코는 2002년 전 세계 140개국의 정부에 SEL의 도입을 위한 권장서를 발송한 바도 있다.
우리나라도 감성지능 연구와 실천에 앞장서가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이미 감성지능의 측정을 위한 표준화된 도구가 유, 초, 중, 고, 성인을 대상으로 구비되어 활용 중에 있고, 학교와 기업체 등에서 감성지능을 고양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 삼성인력개발원, 네패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등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던 대표적인 기관들이다.
골만의 10주년 기념책에서 우리는 감성지능의 미래를 본다. 골만의 자신감이 배어 있는 서문을 통해서 감성지능 연구와 교육훈련의 실천과 활용의 가능성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자신 속에 감추어져 있는 또하나의 능력인 감성지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리라고 믿기에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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