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경제단체가 개최한 경제교육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이름 그대로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십인십색’이란 말처럼 참가자들마다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우리 경제교육의 문제점으로 ‘교재의 빈곤’을 지적한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경제교육 교재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선진국에서는 경제교육 교재를 만들 때 정규교과 과목과의 연계를 중시한다. 예컨대 미국의 중학교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경제교육 교재인 ‘머니 매스(Money Math)’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수학과 경제교육을 접목시킨 것이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단리·복리 등 금융의 개념과 원리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의 금융서비스청(FSA)이 발간한 교재들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FSA는 연령·학년별로 다양한 경제교육 교재들을 선보이고 있다. 5~11세 대상 ‘돈이 중요해(Money Counts)’, 11~14세 대상 ‘Colossal Cards’, 14~19세 대상 ‘돈을 최대한 활용하자(Make the Most of It)’등이 그것이다. 이 교재들의 공통점은 각 장별로 습득 가능한 교육 목표와 수학·일반사회·윤리 등 관련 정규교과과정의 교육 목표를 연계 시킴으로써 경제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규교과 과정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경제교육이 학교 수업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다는 불평에 앞서 국·영·수 등 주요과목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선진국의 경제교육 교재들은 만화나 생활 주변의 사례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경제교육 교재들은 딱딱한 이론교육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언뜻 보면 만화나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교재들도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원론의 축소판’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경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우리 나라 경제교육 교재들의 상당수가 졸속적으로 제작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만들려다 보니 말랑말랑한 문체로 경제원론을 풀어 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더욱이 소수의 비전문가가 집필하는 경우도 많아 잘못된 개념이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가 일방적으로 전달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요즘 시중에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아동 경제교육 도서들을 보면 내용이나 설명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선진국의 경제교육 교재들은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교재제작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범위도 훨씬 폭이 넓다. 예컨대, 미국 경제교육협의회(NCEE)는 제작기간 3년·총 320만 달러라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경제교육 교재 ‘Financial Fitness for Life’를 개발하였다. 또 경제·금융의 전문가들만으로 교재의 집필진을 구성하면 아무래도 딱딱하고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육학·아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참여할수록 수준이나 전달방식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신나는 경제의 세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교재들을 많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철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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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경제교육 교재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선진국에서는 경제교육 교재를 만들 때 정규교과 과목과의 연계를 중시한다. 예컨대 미국의 중학교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경제교육 교재인 ‘머니 매스(Money Math)’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수학과 경제교육을 접목시킨 것이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단리·복리 등 금융의 개념과 원리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의 금융서비스청(FSA)이 발간한 교재들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FSA는 연령·학년별로 다양한 경제교육 교재들을 선보이고 있다. 5~11세 대상 ‘돈이 중요해(Money Counts)’, 11~14세 대상 ‘Colossal Cards’, 14~19세 대상 ‘돈을 최대한 활용하자(Make the Most of It)’등이 그것이다. 이 교재들의 공통점은 각 장별로 습득 가능한 교육 목표와 수학·일반사회·윤리 등 관련 정규교과과정의 교육 목표를 연계 시킴으로써 경제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규교과 과정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경제교육이 학교 수업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다는 불평에 앞서 국·영·수 등 주요과목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선진국의 경제교육 교재들은 만화나 생활 주변의 사례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경제교육 교재들은 딱딱한 이론교육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언뜻 보면 만화나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교재들도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원론의 축소판’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경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우리 나라 경제교육 교재들의 상당수가 졸속적으로 제작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만들려다 보니 말랑말랑한 문체로 경제원론을 풀어 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더욱이 소수의 비전문가가 집필하는 경우도 많아 잘못된 개념이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가 일방적으로 전달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요즘 시중에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아동 경제교육 도서들을 보면 내용이나 설명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선진국의 경제교육 교재들은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교재제작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범위도 훨씬 폭이 넓다. 예컨대, 미국 경제교육협의회(NCEE)는 제작기간 3년·총 320만 달러라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경제교육 교재 ‘Financial Fitness for Life’를 개발하였다. 또 경제·금융의 전문가들만으로 교재의 집필진을 구성하면 아무래도 딱딱하고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육학·아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참여할수록 수준이나 전달방식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신나는 경제의 세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교재들을 많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철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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