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공방 재점화
제목: “내려라” … “더 이상은 어렵다”
부제: 이달 중순 공청회 앞두고 소상공인과 카드업계 격돌
현금결제 할인제 도입·전표매입사 신설 놓고 논란 가중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장사도 안 되는데 신용카드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도 있는데 왜 항상 우리에게만 수수료를 내리라고 하나. 그리고 수수료를 원가로 생각하지 않고 마치 불로소득처럼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방안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공청회를 열어 제도개선방안을 새롭게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제도개선안에 대한 외부용역 결과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현금할인제와 전표매입사 도입 등 새로운 제도도입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카드 수수료라도 낮춰야 그나마 살 수 있겠다는 소상공인들과 더 이상 양보하기 어렵다는 신용카드 업계의 주장이 여전히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수수료 공방 = 신용카드 수수료 공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긴축을 생각하게 되고 그 가운데 신용카드 수수료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는 구조다. 이를 두고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원죄론’을 거론한다. 2002, 2003년 카드대란을 겪은 뒤부터 카드업계는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구조가 정착됐다는 것. 2004년 가맹점단체협의회와 카드사간의 수수료 분쟁, 이마트와 비씨카드간 수수료 분쟁, 2006년 서울시 후불교통카드 수수료 분쟁, 주유소 업종 수수료 인하 요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수수료 분쟁은 있었지만 카드대란 이후 더욱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그동안 이 같은 압력에 의해 수수료를 끊임없이 내려왔다.
단국대학교 탁승호 교수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1992년 3.5%에서 매년 0.1% 정도씩 내려 2006년에는 2.09%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에도 카드사들은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체계 합리화 방안을 적극 수용해 간이사업자에 대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평균 수수료는 내려갔지만 가맹점간의 편차 문제가 새롭게 불거졌다.
한국조세연구원 김재진 박사는 “소상공인의 불만은 전반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높고 더구나 협상력이 취약한 영세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업종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은 최대 140%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있는 각 이익단체나 기관들은 경영이 어려울 때면 해결책의 하나로 어김없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거론한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앞 다퉈 카드 수수료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시장원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평가다. 더구나 실제 수수료 인하의 효과가 서민들이나 소상공인들에게는 기대한 만큼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제지원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하기 보다는 수수료 인하로만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늘어나면서 중소가맹점의 세금부담이 크게 늘었고, 과거 현금거래시 부담하지 않았던 신용카드수수료를 새롭게 부담하게 되면서 중소가맹점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다”고 분석한 뒤 “이를 수수료 인하나 현금결제시 할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세재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 산 넘어 산 =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개최할 예정인 공청회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한 개선안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된다. 특히 공청회에서는 카드가맹점이 현금결제하는 고객들에게 카드이용 고객보다 할인해 주는 현금할인제 도입이나, 현재 카드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카드결제전표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회사 설립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카드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현금결제 할인은 현금사용 유도를 통해 신용카드 이용률을 줄이게 돼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정부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 방안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정착단계에 있는 신용카드 이용관행을 거꾸로 돌리는 것일 뿐 아니라 현재도 전자, 유흥 등 일부 업종에서 세금탈루 목적으로 현금사용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식화 하는 것은 세금탈루에 의한 세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측은 세원탈루 가능성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는 게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업계는 현금영수증소득공제제도 한도인 500만원이 넘을 경우 현금영수증 발급을 할 이유가 없어져 실효성을 상실하게 되고 같은 상품에 대한 다른 가격(신용카드와 현금)을 제시하게 됨으로써 가격시스템의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드결제전표 매입 전문회사 도입 역시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의 전표 매입 업무도 함께 하는데 전문 매입회사들을 통한 전표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아래 도입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들은 매입전문사 제도 도입은 현재 신용카드사들과 중복투자로 인해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고 자칫하면 외국계 자본에 국내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또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불카드와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직불카드가 1~2%로 신용카드 2~3.5%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직불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보다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 방안은 결국 시장원리를 해치게 되고 부작용만 초리 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금 할인 결제나 전표매입사 신설 등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을 경우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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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려라” … “더 이상은 어렵다”
부제: 이달 중순 공청회 앞두고 소상공인과 카드업계 격돌
현금결제 할인제 도입·전표매입사 신설 놓고 논란 가중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장사도 안 되는데 신용카드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도 있는데 왜 항상 우리에게만 수수료를 내리라고 하나. 그리고 수수료를 원가로 생각하지 않고 마치 불로소득처럼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방안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공청회를 열어 제도개선방안을 새롭게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제도개선안에 대한 외부용역 결과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현금할인제와 전표매입사 도입 등 새로운 제도도입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카드 수수료라도 낮춰야 그나마 살 수 있겠다는 소상공인들과 더 이상 양보하기 어렵다는 신용카드 업계의 주장이 여전히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수수료 공방 = 신용카드 수수료 공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긴축을 생각하게 되고 그 가운데 신용카드 수수료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는 구조다. 이를 두고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원죄론’을 거론한다. 2002, 2003년 카드대란을 겪은 뒤부터 카드업계는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구조가 정착됐다는 것. 2004년 가맹점단체협의회와 카드사간의 수수료 분쟁, 이마트와 비씨카드간 수수료 분쟁, 2006년 서울시 후불교통카드 수수료 분쟁, 주유소 업종 수수료 인하 요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수수료 분쟁은 있었지만 카드대란 이후 더욱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그동안 이 같은 압력에 의해 수수료를 끊임없이 내려왔다.
단국대학교 탁승호 교수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1992년 3.5%에서 매년 0.1% 정도씩 내려 2006년에는 2.09%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에도 카드사들은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체계 합리화 방안을 적극 수용해 간이사업자에 대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평균 수수료는 내려갔지만 가맹점간의 편차 문제가 새롭게 불거졌다.
한국조세연구원 김재진 박사는 “소상공인의 불만은 전반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높고 더구나 협상력이 취약한 영세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업종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은 최대 140%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있는 각 이익단체나 기관들은 경영이 어려울 때면 해결책의 하나로 어김없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거론한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앞 다퉈 카드 수수료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시장원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평가다. 더구나 실제 수수료 인하의 효과가 서민들이나 소상공인들에게는 기대한 만큼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제지원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하기 보다는 수수료 인하로만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늘어나면서 중소가맹점의 세금부담이 크게 늘었고, 과거 현금거래시 부담하지 않았던 신용카드수수료를 새롭게 부담하게 되면서 중소가맹점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다”고 분석한 뒤 “이를 수수료 인하나 현금결제시 할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세재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 산 넘어 산 =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개최할 예정인 공청회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한 개선안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된다. 특히 공청회에서는 카드가맹점이 현금결제하는 고객들에게 카드이용 고객보다 할인해 주는 현금할인제 도입이나, 현재 카드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카드결제전표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회사 설립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카드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현금결제 할인은 현금사용 유도를 통해 신용카드 이용률을 줄이게 돼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정부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 방안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정착단계에 있는 신용카드 이용관행을 거꾸로 돌리는 것일 뿐 아니라 현재도 전자, 유흥 등 일부 업종에서 세금탈루 목적으로 현금사용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식화 하는 것은 세금탈루에 의한 세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측은 세원탈루 가능성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는 게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업계는 현금영수증소득공제제도 한도인 500만원이 넘을 경우 현금영수증 발급을 할 이유가 없어져 실효성을 상실하게 되고 같은 상품에 대한 다른 가격(신용카드와 현금)을 제시하게 됨으로써 가격시스템의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드결제전표 매입 전문회사 도입 역시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의 전표 매입 업무도 함께 하는데 전문 매입회사들을 통한 전표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아래 도입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들은 매입전문사 제도 도입은 현재 신용카드사들과 중복투자로 인해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고 자칫하면 외국계 자본에 국내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또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불카드와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직불카드가 1~2%로 신용카드 2~3.5%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직불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보다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 방안은 결국 시장원리를 해치게 되고 부작용만 초리 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금 할인 결제나 전표매입사 신설 등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을 경우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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