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학교 절반이 ‘공사중’

소음·분진으로 주민·학생 고통 … 미비한 안전규정, 방치되는 수업권

지역내일 2008-10-07
학생을 위해 진행되는 교육환경개선 공사가 정작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공사 안전 관련 법규가 따로 없는데다 시공사, 교육청 모두 공기를 맞추는 데 급급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한 주택가 안의 ㅊ초등학교. 건물 외벽과 화장실 개조공사가 한창이다. 이 학교는 방학동안 교사 앞면의 벽돌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이제 뒷면 벽돌 교체 작업과 화장실 개조를 남겨둔 상태다.
작업 과정에서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진망은 뚫려 있었다. “하루에 수 십 번씩 자재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아예 문을 뚫어두고 있다”는 게 현장관계자들의 변이다. 공사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환경도 엉망이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수업은 아예 창문을 닫고 진행됐지만 학생들은 먼지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평소 아토피를 앓던 아이들이 분진 때문에 고생한다”며 “심한 아이들은 결석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사 중인 화장실 바로 옆 교실에서 공부한다는 한 여학생은 “종종 공사소음 때문에 수업내용을 듣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바로 뒤쪽은 아파트 단지와 학생들의 등하굣길이다. 후면에 설치한 안전망이 학생들 머리위로 노출돼 있는 상태. 그러나 그물 한 장짜리 안전망은 위태로워 보이기만 했다.
이 학교 인근의 ㅅ초등학교도 올 여름 리모델링 수준의 대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공사 후 발생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업체가 청소하지 않고 떠나 학부모들이 청소에 동원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578개 중 절반가량이 공사 중이다. 교육환경개선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해도 5450억원이나 된다.
이들 공사는 대부분 방학 때 시작한다. 하지만 30여일에 불과한 방학 중에 공사가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공기가 지연되면 시공사들은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공사를 서두르게 된다. 수업 시간에도 작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ㅊ 초등학교 시공사는 “다소의 분진과 소음으로 학생, 주민들의 불편이 있다는 걸 알지만 공기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 공사를 감독하는 지역 교육청 측도 할 말은 있다. “담당 공무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 서울 북부교육청의 경우 3명의 건축담당 공무원이 각각 20곳 이상의 학교 공사현장을 점검해야 한다.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매일같이 현장을 둘러보지만 공사가 계획대로 되는지 확인하기도 벅차다”며 “담당자들이 현장감독 말고도 업무가 너무 많아 학생 안전이나 주민 민원까지 일일이 수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한 공사 안전 법규가 없다는 것.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상황에 따라 요구하고 협의하지 (법규는) 따로 없다”고 대답했다. 외벽, 화장실, 옥상 방수, 바닥 등 종류가 너무 많아 규정을 일일이 정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질뿐더러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도 별 불상사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주객전도”라는 반응이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교는 학생 안전과 교육권이 가장 중요한 곳인데 돈 문제로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공사는 방학동안 반드시 완공돼야 하고, 설사 무리라 해도 학생들이 있는 시간에는 진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명기 서울시교육위원은 “그동안 학교시설물 안전과 학생 안전에 관한 조례는 지정했지만 학교 공사 안전에 대한 관심은 교육청과 위원회 모두 부족했다”며 “제도화를 위해 애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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