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과 똑같은 국감기사
/ 박태웅 열린사이버대학교 부총장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부실감사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제도개선 등 정치권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중 상시국감 체제 등 국감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에 ''국감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전 서면 질의·답변을 토대로 한 국감 △연중 상시국감 및 상임위내 기관별·사안별 소위 구성 △연초 국감 지적사항 이행여부에 대한 재점검 등을 제도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 각 정당도 국감이 끝나면 현 국감 제도의 개선에 대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0월 15일 아시아경제신문)
“국정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여야 간 정쟁과 구태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특히 국감을 처음 경험한 일부 초선 의원들은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국회법 개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여야 의원들은 무엇보다 한꺼번에 수백개의 기관을 감사하는 현재의 ‘몰아치기식 국정감사’의 효율성에 이구동성으로 의문을 나타냈다. …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국감 방식에선 야당은 폭로와 한건주의로 나가고 여당은 시간 때우기로 맞서면서, 구조적으로 정쟁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 17일 한겨레신문)
읽어보면 알겠지만 두 기사는 흡사하다. ‘특히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같고, 연중 상시국감을 제안한다거나, 상임위 내에 기관별 사안별 소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개선안도 같다.
매년 국감 때마다 3만9000여건, 9300만쪽의 자료가 제출돼 인쇄비용만 42억7000만 원에 이른다는 지적, 공무원들은 국감자료를 만드느라 해마다 2∼3개월을 허비하는데, 의원들은 정쟁만 벌이다 간다는 푸념도 이맘때만 듣는 계절 노래다.
이정현 의원의 이름이 나오는 것까지 신기하게 그대로지만 앞의 기사는 올해 10월 15일, 뒤의 것은 4년 전인 2004년 10월 17일에 나온 기사다.
전여옥 의원은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언론은 국회를 호통치고 국회의원은 피감기관을 호통치는 듯한 모습 - 그냥 호통에 호통이 꼬리물기로 끝납니다. 그러니 국감이 허무개그 취급을 받을 수밖에요.”라고 적었다.
국감이 끝나면 신문과 방송들, 그리고 아마도 정당들까지 이 모든 지적들, 분노들, 개선안들을 내년 국감 때까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이 묻어둔 채, 그때그때 시류를 쫓아 경마중계마냥 기사를 토해낼 것이다. 4년 뒤인 2012년에도 똑같은 기사를 다시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지적, 이런 기사, 이런 한탄들이 한걸음만 더 내딛기를 바란다. 지적도, 개선안도 충분하다. 4년을 봐왔으니 어지간한 머리로도 외울 만하다. 이제는 여야가 합의를 해도 할 만한 충분히 훌륭한 개선안들이 지난 몇 년 간 왜 실행이 되지 않는 것일까를 알려주는 기사를 보고 싶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알고 싶은 것이다.
내년 국감까지 기다리지 말고, 각 정당이 국감이 끝난 뒤에 진짜 입법안을 내놓는지, 각 당이 협의를 하기는 하는지, 분통을 터뜨린 의원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계속 보도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훨씬 나을 것이다.
한 가지 더. 2003년과 올해 5년의 간격을 두고 되풀이됐던 물류대란 역시 현안이다.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7월 ‘화물운송 제도개선 합동 태스크포스팀’ 1차회의를 열고 다단계 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 화물차 감차 등을 논의해 제도 개선 시안을 마련하겠노라고 약속한 것이 이번 10월까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물류 수임체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화물연대 파업의 근본 해결책이 없다. 김기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중에 제도개선 시안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걸 잊으면 저것도 잊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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