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띄우는 그림편지> 낙동강- 3

지역내일 2008-10-16
<강에서 띄우는="" 그림편지=""> 낙동강- 3

강물은 끊임없이 스스로 맑아집니다

회룡포에서 삼강주막, 상주 경천대까지 … 끝없이 펼쳐지는 금빛모래톱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지난 낙동강은 ‘구담습지’로 흘러듭니다. 구담습지는 안동댐과 임하댐으로 가로막힌 낙동강이 습지를 만들어 스스로를 지켜가는 현장입니다.
수많은 물고기와 수생식물들이 서식하는 구담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다시 맑은 빛을 되찾아 예천군으로 흘러갑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나루터 주막, ‘백련주막’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2000년 봄 처음 삼강주막을 처음 찾았을 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예천군 용궁면과 풍양면을 잇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회룡포에서 길을 물어물어 문경시 영순면 백포나루까지 갔는데, 삼강리는 저쪽 강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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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경시 영순면을 한 바퀴 완전히 돌아서 삼강리 하류에서 영풍교를 건넜습니다. 풍양면 소재지를 거쳐 겨우 삼강리에 도착했는데 벌써 해가 기울어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삼강리 쪽 백포나루는 봐야겠다며 강둑으로 올라갔죠.
그때 마침 휴대전화가 울리는 바람에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내려가다가 차가 강변 모래밭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 하나 없고 … 결국 이날 백포나루 강변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강에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습니다. 낙동강이 그래도 여기까지는 세수 정도는 할 만큼 맑습니다.
그런데 강둑 안쪽에 조그만 오두막이 한 채 있었습니다. 처음엔 버려진 오두막인가 했는데, 할머니가 한분 살고 계셨습니다. 그 오두막이 바로 ‘백련주막’이었고 할머니는 백련주막의 마지막 여주인 류옥련(당시 84세)씨였습니다.
2004년 유옥련 할머니가 88세로 작고할 때까지 50년 넘게 지켜왔던 이 주막집은 백포나루가 사라진 뒤에도 동네 노인들의 마실 장소로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2년 뒤 2002년 낙동강 답사 때는 백년주막에서 동네 어르신들께 소주와 두부찌개 안주를 대접하고 좋은 사진도 찍었습니다. 슬라이드 필름으로 남은 사진 속에는 할머니가 안주상을 들고 오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등장인물 5분 가운데 3분이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된 백련주막의 진짜 모습입니다.
요즈음 삼강주막(백련주막)은 시끌벅적합니다. 경상북도가 도 예산을 들여 삼강주막을 예전 모습대로 복원하고 용궁에서 삼강리로 오는 다리도 새로 놓여 접근성도 좋아졌습니다.
이제 삼강주막은 예전의 그 아스라한 기억 속의 주막이 아닙니다. 막걸리와 파전, 도토리묵도 정신없이 팔고 관광객들을 실은 대형버스가 수시로 들어오는 낙동강의 주요 관광지 가운데 한곳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류옥련 할머니 돌아가신 후 ‘너무 심심하셨던’ 이 동네 정수영 노인회장님은 요즘 들어 이마에 주름살이 부쩍 깊어지셨습니다. 동네가 좋아진 만큼 골치도 더 아프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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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三江里)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입니다.
이 세 줄기 강의 물뿌리는 모두 백두대간에 닿아 있습니다. 낙동강 본류는 백두대간 싸리재(1268m·태백시)에서, 내성천은 구룡산(1345m·봉화군)에서, 금천은 대미산(1115m·문경시)에서 발원합니다.
세 강의 합수지점인 백포나루엔 용궁과 삼강을 잇는 큰 다리가 놓였지만 다리 아래 낙동강 물빛은 여전히 티없이 맑습니다. 강변 모래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그대로입니다.
삼강리를 지난 낙동강은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백두대간 속리산 문장대(1033m)에서 발원한 영강을 만납니다.
낙동강 옆의 비옥한 충적지대 평야를 끼고 있는 상주는 하부의 각 조세창고에서 한양으로 세곡을 실어나르던 뱃길의 최상류 종착지점이었습니다. ‘낙동강 뱃길 700리’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곳 상주 일대 낙동강 물빛은 그래도 맑은 편이고 수질도 연평균 1급수를 유지합니다. 영강은 문경 일대의 폐광지역을, 낙동강 본류는 태백과 석포, 안동을 거쳐 내려왔고, 내성천도 영주와 예천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맑은 물빛을 유지할까요?
상류지역의 수많은 오염원들을 거쳐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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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권인 안동 예천 상주 지역에는 이런 금빛 모래톱이 무척 많습니다. 흔히 강에는 강물만 흘러가는 줄 알지만 하상의 모래도 강물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려갑니다. 모래와 황토는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납니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모래로 만듭니다. 염소 소독 공정을 빼면 다 모래로 여과시켜서 흐린 강물을 맑게 만들거든요. 하상에 모래가 많은 강이 웬만한 오염에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비법입니다.
그러나 정작 오염의 늪에 빠져 있는 대구 이남의 낙동강 하류에는 이런 금빛 모래톱이 없습니다. 풍부한 모래톱을 골재채취로 다 긁어내고 여기에 각종 오폐수와 쓰레기들이 쌓여 물질덩어리 뻘밭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소중한 모래톱이건만 낙동강 중·상류권에는 지자체마다 모래채취 사업이 한창입니다. 모래채취장이 보이는 곳을 지나 하류로 가면 물빛은 영락없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습니다.
골재채취는 안정된 수생 수변 동식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입니다. 아무리 자정능력이 뛰어난 모래라고 해도 이렇게 뒤집어놓으면 머금었던 오염물질을 토해놓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더욱이 물속에서 골재를 퍼올리면 강바닥에 깊은 웅덩이가 생기면서 오염된 퇴적물들이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쌓입니다. 여기에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까지 느려지면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한반도대운하를 하자는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운하를 건설하면 수자원 총량이 늘어나고 낙동강의 수질이 더 좋아진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 즉 체류시간입니다.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대구 이남 낙동강의 수질은 지금도 엉망인데, 10개 가까운 수운보(댐)를 막는다면 체류시간은 얼마나 늘어날까요? 그래도 수질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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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경천대는 예로부터 낙동강 1300리 중에서 경치가 으뜸가는 곳으로 알려진 경승지입니다.
주위에 높은 산봉우리들이 연이어 있고 경천대 아래 절벽에는 천태만상의 소나무 숲이 바위와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강물은 절벽을 굽이쳐 돌고 건너편에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198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뒤 이곳 경천대 일대는 값싼 위락단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주말이면 바이킹을 타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인공폭포 아래 인공냇물 옆으로는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게 어디 수만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온 경천대의 책임이겠습니까. 경천대 안에 단란주점까지 차려놓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인간의 욕심이 문제겠지요. 인간 문명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얼마나 더 앞으로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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