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살인’ 일본 전철 밟나

장기불황 탓 한달 한번꼴 발생 … 30~40대 실직·무직자 범행

지역내일 2008-10-21
‘묻지마 살인’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극심한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일본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불황의 무게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젊은 일용직과 실직자들의 분노가 사회를 향해 폭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의 주요 용의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30대의 실직자나 무직자가 많았다. 이번 논현동 고시원 살해 사건 용의자 31세 정씨는 지난 2002년 8월 경남 합천에서 상경해 경기도 지역의 식당 종업원이나 주차요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15일 서울 홍제동 모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도 25세 남자였고 7월 22일 강원도 동해시청에서 일어난 공무원 살해 사건의 범인도 37세 남자였다. 또 지난 4월 26일 강원도 양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 사건이나 2006년 3월 발생한 봉천동 세자녀 살인사건도 변변한 직장을 못 구하거나 결혼도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30대 남성들이 범인이었다. 이들은 실직이나 이혼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하며 “세상 살기가 싫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10년여의 장기불황을 경험했던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묻지마 범죄’의 심각성을 겪고 있다. 일본 오사카시 나니와구의 한 DVD방에서 이달 초 46세 무직 남성이 한밤에 불을 질러 15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전 기업에서 정리해고된 이 남성은 “사는 게 싫다”며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일본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은 모두 11건으로, 과거 10년간 연간 평균 6.7번꼴로 발생한 데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한달에 한번꼴로 ‘묻지마 범죄’를 겪고 있는 셈이다. 6월 초에는 도쿄 아키하바라 거리에서 길 가던 시민 7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는 등 묻지마 살인은 잊힐 만하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역시 경찰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구를 죽이든 상관없다”고 진술했다.
일본 사회는 묻지마 살인의 원인으로 △공부만 강요한 부모에 대한 불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외로움 △하류 인생이라는 패배감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 등을 꼽고 있다.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구조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빈곤율은 13.5%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향후 경제침체가 예상되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유범희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지거나 불경기, 실업자 증가 등 사회적 아노미 상태에 처하면 화풀이 차원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이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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