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은(현대해상 전략지원부 한영민 과장)
서른 여덟 살,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 10년 차 직장인. 나의 간략한 프로필이다. 하지만 이 간략한 프로필에 뒤따르는 책임과 삶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아침6시 알람이 울린다. 옆에서 자고 있는 2살짜리 아들이 깰까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멈춤 버튼을 누르고 그렇게 앉아있기를 몇 분, 얼마나 흘렀을까? 이젠 더 이상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는 듯 2차 알람이 울린다. 매일 반복되는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이 깰까 조심스레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뒤이어 출근 해야 하는 아내를 깨우다 보면 나보다 더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왜 그렇지 않을까? 맞벌이하면서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대한민국은 맞벌이 부부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테스트하기 좋은 나라이지 않은가? 8살이라는 적지 않은 터울을 딛고 결혼해서 서른 여섯에 얻은 첫째 아이. 첫아이 가지는 심정이야 모든 부모들이 매한가지겠지만 태어나자마자 아토피에 탈장수술에…. 정말 조그마한 놈이 무던히도 가슴 졸이게 만들었던 지난 2년이었던 것 같다. 맞벌이 우리부부 또한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한일은 처갓집 근처로 이사한 것이었다. 당연히 아이의 육아 때문이었고 그때부터 우리부부와 장모님의 치열한 하루하루가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곤히 자는 아기를 깨워 출근길에 처갓집에 맡기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데려와 밥 먹이고, 놀아주고, 아이 빨래에, 목욕시키고, 우리 부부 또한 밥 먹고 설거지하고, 씻고 자는 것이 일상이다. 회사에서 퇴근한 이후 밤1~2시까지 쉴 틈 없는 일상이 매일 반복 되다 보니 도저히 한 사람만으로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하다. 나 또한 특별한 남녀 평등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 전부터 결심하기를 ‘결혼하면 아내가 미리 말하지 않더라도 같이 모든 일을 하자’라는 마음을 다지고 또 결심했었다. 그러나 왠걸.. 갓 2살(21개월째)된 아이 돌보기에서 따라오는 수많은 일들을 모두 퇴근 후나 휴일을 기해 해야 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엄청난 인내와 배려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아내가 회사일 등으로 몇 일 집이라도 비우는 날에는 정말 단10분의 여유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은 이 땅 3~40대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리라.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힘들던 회사가 오히려 어느 순간엔 편안한 휴식장소 같고, 휴일만 다가오면 오히려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조차 들었을까? 몸과 마음이 지치면 서로에게 짜증이 나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기 마련. 내 나름으로는 누구보다 아내와 아기에게 잘하는 남편이라 굳게 믿고 있었건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언제나 부부싸움을 하면 아내는, “내 친구들 남편은 다 오빠보다 잘해준다고 하더라 뭐…”라고 한다. 도대체 그 남편들 얼굴 함 봤으면 싶다. 누가 나만큼 잘해 준데? 이렇게 한바탕 다툼이 있고 나면 당연히 냉각기류가 흐른다. 이젠 2살짜리 아이도 우리가 다투면 느낌으로 아는지 곧장 울음을 터트리곤 한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정말 내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정말 다른 남편과 아버지들은 나와 틀린 걸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또 행동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잘해주는데 넌 왜?’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 ‘왜 나만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지? 왜 다른 사람은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려고만 할까’ 등등.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당신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더라는 허무한 말도 있지만 그 또한 맞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그게 회사든, 가정이든 구성원 모두가 다 스스로의 역할이 있고 채워주어야 할 자리가 있다. 그 역할과 채워야 할 자리를 빈틈없이 지켜주는 것, 그게 가정이든 회사든 우리가 속해있는 모든 커뮤니티를 잡음 없이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다. 다만 나의 자리를 지켜주되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너를 위한 엄청난 자기희생적 헌신이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그저 당연한 거라는 그런 나만의 생각은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은 술, 담배보다 더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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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덟 살,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 10년 차 직장인. 나의 간략한 프로필이다. 하지만 이 간략한 프로필에 뒤따르는 책임과 삶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아침6시 알람이 울린다. 옆에서 자고 있는 2살짜리 아들이 깰까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멈춤 버튼을 누르고 그렇게 앉아있기를 몇 분, 얼마나 흘렀을까? 이젠 더 이상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는 듯 2차 알람이 울린다. 매일 반복되는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이 깰까 조심스레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뒤이어 출근 해야 하는 아내를 깨우다 보면 나보다 더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왜 그렇지 않을까? 맞벌이하면서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대한민국은 맞벌이 부부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테스트하기 좋은 나라이지 않은가? 8살이라는 적지 않은 터울을 딛고 결혼해서 서른 여섯에 얻은 첫째 아이. 첫아이 가지는 심정이야 모든 부모들이 매한가지겠지만 태어나자마자 아토피에 탈장수술에…. 정말 조그마한 놈이 무던히도 가슴 졸이게 만들었던 지난 2년이었던 것 같다. 맞벌이 우리부부 또한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한일은 처갓집 근처로 이사한 것이었다. 당연히 아이의 육아 때문이었고 그때부터 우리부부와 장모님의 치열한 하루하루가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곤히 자는 아기를 깨워 출근길에 처갓집에 맡기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데려와 밥 먹이고, 놀아주고, 아이 빨래에, 목욕시키고, 우리 부부 또한 밥 먹고 설거지하고, 씻고 자는 것이 일상이다. 회사에서 퇴근한 이후 밤1~2시까지 쉴 틈 없는 일상이 매일 반복 되다 보니 도저히 한 사람만으로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하다. 나 또한 특별한 남녀 평등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 전부터 결심하기를 ‘결혼하면 아내가 미리 말하지 않더라도 같이 모든 일을 하자’라는 마음을 다지고 또 결심했었다. 그러나 왠걸.. 갓 2살(21개월째)된 아이 돌보기에서 따라오는 수많은 일들을 모두 퇴근 후나 휴일을 기해 해야 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엄청난 인내와 배려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아내가 회사일 등으로 몇 일 집이라도 비우는 날에는 정말 단10분의 여유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은 이 땅 3~40대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리라.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힘들던 회사가 오히려 어느 순간엔 편안한 휴식장소 같고, 휴일만 다가오면 오히려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조차 들었을까? 몸과 마음이 지치면 서로에게 짜증이 나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기 마련. 내 나름으로는 누구보다 아내와 아기에게 잘하는 남편이라 굳게 믿고 있었건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언제나 부부싸움을 하면 아내는, “내 친구들 남편은 다 오빠보다 잘해준다고 하더라 뭐…”라고 한다. 도대체 그 남편들 얼굴 함 봤으면 싶다. 누가 나만큼 잘해 준데? 이렇게 한바탕 다툼이 있고 나면 당연히 냉각기류가 흐른다. 이젠 2살짜리 아이도 우리가 다투면 느낌으로 아는지 곧장 울음을 터트리곤 한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정말 내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정말 다른 남편과 아버지들은 나와 틀린 걸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또 행동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잘해주는데 넌 왜?’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 ‘왜 나만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지? 왜 다른 사람은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려고만 할까’ 등등.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당신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더라는 허무한 말도 있지만 그 또한 맞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그게 회사든, 가정이든 구성원 모두가 다 스스로의 역할이 있고 채워주어야 할 자리가 있다. 그 역할과 채워야 할 자리를 빈틈없이 지켜주는 것, 그게 가정이든 회사든 우리가 속해있는 모든 커뮤니티를 잡음 없이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다. 다만 나의 자리를 지켜주되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너를 위한 엄청난 자기희생적 헌신이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그저 당연한 거라는 그런 나만의 생각은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은 술, 담배보다 더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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