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박상진 광주 왕실도예가회 이사장

“도자기를 굽는 것은 기다림입니다”

지역내일 2008-10-27
“도자기 특화지역이라고 하면 이천 광주 여주를 떠올립니다. 세 지역이 함께 개최해온 도자기엑스포의 성과라 할 수 있죠. 특히 광주는 독자적으로 왕실도자기축제를 11회째 개최해왔습니다. 하지만 광주 도예인으로서 왕실도자기의 명성을 제대로 계승·발전시켜오고 있는지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전통에 비해 광주가 이천이나 여주보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지요.”

도예인과 관람객이 함께할 공간 필요해

경기도 광주는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궁중음식을 담당하는 사옹원의 분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광주는 왕실 진상용 백자 제작을 전담했던 유일한 관요였다.
박상진 광주 왕실도예가회 이사장(서울산업대 도자문화디자인과 연구교수)은 1973년부터 광주에 터를 잡고 도예 인생을 걸어왔다. 초창기 광주 도예협회를 발족시켜 동료 도예인들과 전시회를 열고 광주분원 고유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광주 도예발전에 기여해왔다.
2002년에는 사단법인 광주왕실도예가회를 설립하고 현재 광주시 실촌읍 유사리에 광주 왕실도예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도자기 엑스포장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신통치 않습디다. 그래서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을 데리고 갔더니 화색이 좀 돌더군요. 다른 나라 도자기보다 한국 전통 도자기를 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더니 대뜸 제 작업실에 가보고 싶다 길래 다 데리고 갔어요.”
일본 사람들은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박물관이나 식상한 전시회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도예인과 만나 진솔한 대화을 나누고 친분도 쌓으며 직접 흙을 만지고 싶었던 것. 그들은 그 자리에서 박 이사장의 작품을 대거 구입해갔다.
그들은 축제 판매장에 놓인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는 작가의 작품보다 본인들이 직접 만난 작가의 작품에 더 끌렸던 것이다.
박 이사장은 그때 ‘바로 이거다!’라고 깨달았다. 축제 기간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일반인이 도예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함께 작업을 경험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광주왕실도예단지’ 사업의 모티브가 됐다.

광주도예단지는 도예문화발전의 초석과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

광주 도예단지 조성사업은 광주 도자문화 테마특구 조성과 함께 2011년 완공을 바라보며 광주시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도예단지에는 국내 유수 도예작가들이 입주하게 되고 도자교육센터, 도예실습장, 도예미술관, 도자식물원, 도자쇼핑몰, 전통가마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예인들이 왕실도자기의 명성을 살려 명품 도자기를 만들어내려면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도예단지가 들어서면 평상시에도 전시와 세미나, 체험이 가능하게 됩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예촌에 하룻밤 머물면서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죠.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도 할 수 있는 도예문화의 산실이 될 겁니다.”
전국엔 자생적으로 생긴 도예단지가 흩어져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소규모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과 공유하기보다는 도예인끼리 뭉쳐있는 모양새라는 게 박 이사장의 판단.
따라서 이번에 광주시가 정책적으로 도예마을을 조성하면 한국 도예문화는 한 단계 도약하게 되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박 이사장은 보고 있다.
“도자기를 굽는 것은 기다림의 작업입니다. 인내력 없이는 불가능하죠.”
박 이사장은 도자기 축제를 통해 상품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왕실도자기의 브랜드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작품을 생산해내는 도예인의 자부심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도예인에게 도자기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서도 좋아하기 때문에 도자기를 굽는 거죠. 후배들에게 ‘팔기에 연연하지 말고, 너 자신과 도자문화를 알리고 팔라’고 합니다. 정신과 기술을 일반인들과 공유하라는 거죠.”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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