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학자로서 후회없는 삶 보여줘

지역내일 2008-10-10
절규하는 시한부 인생의 40대 교수, 최선을 다하는 모습 남겨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 지음
제프리 제슬로, 심은우 옮김
살림출판사 / 1만2000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이란 말에서 얼마간 연민을 갖게 된다. 마지막 만남, 마지막 수업 처럼 ‘마지막’은 언제나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긴다. 하물며 한 인간이 죽음을 앞두고 하는 마지막 강의에는 감동이 없을수 없다. 더구나 그것이 열의와 진지함과 지적 함축으로 차 있을 때는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 ‘마지막 강의’라는 작은 책 한권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명문 카네기 멜론 대학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토대로 그의 친구가 포시교수의 구술을 받아 기록한 ‘마지막 강의’ 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종합 베스트 셀러 1위를 차지했고 ‘마지막 강의’의 동영상은 1000만명 이상이 본 것으로 집계 되고있다. 타임지는 포시교수를 2008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중 한사람으로 뽑았다. 47세의 한창 나이에 췌장암에 걸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란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포시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지난해 9월 카네기 멜론대학에서 열렸다.
사표를 낸 포시교수에게 대학에서는 ‘마지막 강의’를 청탁 한다. 그러나 그는 강의 수락여부를 두고 잠시 고민한다. 3개월이면 강의가 아니더라도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포시부부는 결혼한지 겨우 8년이 됐고 5세, 2세의 두 아들과 갓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로서 3개월은 그들과 마지막 사랑을 나누기에도 너무나 모잘라는 시간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포시가 세상을 떠날 것에 대비해 대학이 있는 피츠버그에서 처가가 있는 버지니아로 이사를 결정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포시는 결국 강의를 결심한다. 부상당한 사자도 으르렁대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 강의가 자기가 모르는 미래로 가는 한 방법이 될것으로 믿었다고 포시는 말한다.
그는 강의에서 꿈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한다. 꿈이 있으면 이룰수도 있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청중들이 젊은 학생들임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는 꿈을 구체적으로 가지라고 당부한다. 모호한 꿈은 결과도 모호해 질수 있을 것이다.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장벽이 나타나게 될 것이지만 그 장벽들은 당신의 꿈을 가로막기위해 거기 서 있는게 아니라 그것은 당신이 그 꿈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많은 장벽중에서도 가장 뚫기 어려운 장벽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일러준다. 포시는 시간을 잘 관리할줄 알아야 꿈에 이를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시간을 돈처럼 철저히 관리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이가 열차의 운전사 옆에 앉아가고 싶어하는 경우, 부모들은 대부분 물어보지도 않고 그건 안될거라고 생각해 버린다. 포시교수는 그래서 “단지 물어보기만이라도 하라”고 충고한다.
이 부분은 오늘의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회장도 자주 강조했던 대목이다. 사람들이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회사원들이 안된다거나 어렵다고 보고하면 “해보기나 했어”라고 되묻는다고 회고했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타협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때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포시는 그의 선친이 해준 교훈을 소개한다.
판단이 어려울때는 “최후의 순간까지 결정을 늦춰라” 이어 그의 아버지는 일에서나 사람관계에서 설령 내 쪽에 힘이 있다고 해도 언제나 공평하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주의를 주었다고 했다. 운전석에 앉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치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중요하지만 평범한 얘기들이다. 이처럼 평범한 얘기가 전 미국을 감동시키고 있는것은 왜 일까. 그것은 아마도 절망적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포시의 무서운 열정과 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절절히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강의’ 끝머리에 포시는 강의 하루전에 지나간 아내 제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위해 무대위에 생일 케이크를 마련하고 아내를 강단에 올려 축하 포옹을 하는데 이 장면도 자칫하면 신파극을 연상시킬수 있다.
그러나 모든 참석자들은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 장면은 ‘마지막 강의’의 백미가 됐다. 포시의 진심이 거기 담겨 있었고 포시의 절망적 상황이 효과를 극대화 했는지도 모른다.
십수년전 루게릭 병으로 죽음에 이른 노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담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 일이 있다. 이책은 지금도 한국에서 여전히 가장 많이 읽히는 책중의 하나다. 모리교수는 포시와는 달리 아주 차분히 죽음을 관조하고 지나간 삶을 되새긴다. 죽음을 맞이하는 두 교수의 태도는 그들의 나이, 70대와 40대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모리교수는 20대의 젊은 나이로 되돌아 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여기까지 씩씩하게 왔는데 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냐는 핀잔이었다. 이제 50m만 더 올라가면 산의 정상인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나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마지막 강의’와 세상과 조용히 ‘굿바이’를 하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다같이 세상의 사랑을 받았다. 죽음을 대하는 두사람의 태도가 상이한데도 사람들은 둘 다에 깊은 애정을 보였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이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인간의 향기, 삶의 향기 같은 것을 향유한다. 두 사람이 맞는 죽음에서 사람들은 언젠가는 가다올 죽음을 연상해보고 자신은 아직 살아있음에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 김정란은 ‘화요일’에서 ‘살아가는 기술’ ‘죽어가는 기술’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두 책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후회없는 삶을 살도록 당부한다. 그들의 그런 기원이, 그들의 애절함이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강의’의 한국어판은 금년 6월에 나왔다. 이책을 옮긴 심은우씨는 번역을 끝내며 포시교수에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 했다. 그러나 포시교수는 금년 7월 25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암선고를 받고 1년여를 더 버틴 셈이다.
포시와 모리, 세상에 커다란 감동을 주고 떠난 두 사람의 명복을 빈다.

임춘웅 본지 객원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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