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보던 노숙자들 많아져”

서울역·용산역 노숙자 증가 조짐 … 경기침체로 하루벌이 일자리도 없어

지역내일 2008-11-11
9일 오후 3시 옛 서울역사 일대는 노숙자로 가득했다. 눈에 띄는 사람만 어림잡아 100여명.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각지에 흩어져 있던 노숙자들이 날씨가 추워지자 역 주위로 몰려들면서 평균 200여명으로 늘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 모(61)씨는 “담배를 달라”며 기자에게 다가오기 전까지 노숙자라는 것을 알 수 없을 만큼 용모가 깔끔했다. 그는 지난 7월에 이곳에 온 ‘신입 노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씨는 부산에서 10평이 못 되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 여름 결국 문을 닫았다. 식자재 값은 오르는데 매출은 떨어져 월세를 낼 수 없는 형편까지 간 것. 몇 푼 안 되던 보증금은 밀린 집세와 생활비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무능한 가장’이라는 자격지심으로 가족과 갈등이 깊어지던 그는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거리로 나섰다. 결혼한 딸들과는 일찌감치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요즘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역 맞은편에서 월 10만원 정도 내고 지내는 쪽방이 있지만 날이 갈수록 거리로 나오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씨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혼자 쪽방살이를 하다 보니 외로워서 서울역으로 자꾸 나오게 된다”며 “다른 노숙자들과 술을 자주 마셔서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지구대에서 8년째 노숙인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장준기 경위는 “외환위기 때 거리로 나와 눈에 익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아직은 예년 수준이지만 조만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노숙자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최근 ‘신입 노숙자’들이 조금씩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라남도 화순이 고향인 최 모(46)씨는 용산역에서 노숙을 한 지 2년째다. 서씨는 “어지간한 노숙자들과는 안면을 트고 지낸다”며 “최근 못 보던 얼굴이 조금씩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 ‘신입’ 중 한명은 친구와 사업을 벌이다 큰 빚을 져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모두 잃고 용산역으로 흘러들어왔다고 했다.
용산역 노숙 4년차인 신 모(49)씨는 “전자상가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찾는 노숙자가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이 구름다리는 외풍이 적어 노숙자들이 잠자리로 즐겨 찾는다. 노숙자들은 인근 대형마트에서 종이박스 5~6장씩을 구해다 잠을 청한다. 서씨는 “지난해에는 하루 20명 정도가 구름다리에서 묵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30명 이상으로 늘어 청소부들이 박스를 치우려고 구름다리를 지키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노숙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악화되고 있었다. 을지로에서 얼마 전 서울역으로 넘어온 김 모(47)씨는 “예전에는 건설경기가 좋아 일거리도 충분했는데 요샌 일감이 없어 쪽방 마련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노숙자 수는 1999년 평균 3725명을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월별 통계로 보면 증가추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서울시는 매일 시설과 거리의 노숙자 수를 집계해 매월 평균을 낸다. 안순봉 서울시 자활정책팀장은 “외환위기 이후로 노숙자는 계속 줄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노숙자의 수가 조만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한열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과장은 “대부분의 노숙자는 거리로 나오기까지 PC방과 찜질방, 쪽방 등을 전전하며 수개월을 보낸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노숙자가 크게 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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