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생태학교’

지역내일 2008-11-18
푸르른 마음으로 함께한 ‘청년생태학교’

누구처럼 배움에의 뜨거운 열정도 없이,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마주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 여름은 백운산의 품에 안기리라는 작정을 오래전부터 하였었다.
4박5일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가족에서 분리되어) 쓸 수 있다는 설레임에 초등학교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 못지않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간!
실은 빡빡한 여정과 만만치 않은 단체생활의 고단함이 그리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그래봤자 남들은 군대도 가는데 전쟁 난 셈치고 한번 부딪혀보자는 배짱으로 맞서며 드디어 입교일을 맞았다.
머리 큰 아들, 딸은 이제 엄마의 부재를 아쉬워하지 않을 나이, 같은 방을 너무 오래 같이 쓴 남편도 살짝 부러움을 보이긴 했으나 대신 간만에 맛볼 자유가 마냥 싫지만은 않을 터...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섰건만 여지껏 불혹의 경지도 알지 못하는 미천한 아낙이 먼 산티아고 길은 걷지 못할지언정 붉은 황토빛의 내 나라 전라도 땅 광양을 밟고 순천만을 가슴에 담으며 백운산의 정기를 받고자 새벽길을 나서 마침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작은 배낭 하나와 보조 가방 하나!
재수 좋으면 비오는 여름 숲속을 온 몸으로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벅찬 기대도 함께 데리고 비옷도 챙기는 꼼꼼함으로 꾸린 개나리봇짐!
자연의 품에 안겨 세상사 잊고 흐르는 마음을 따라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지내며, 청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겸허히 배우며 머리 속 가득한 잡념을 버릴 것.
길 떠나며 나와의 약속을 챙기며 모자란 아침잠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일상에의 탈출’이라는 무한한 기쁨 탓에 쉬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보채는 사이 어느새 보고팠던 순천만에 이르렀다.
짱뚱어를 처음 만나 인사하고 탕으로 시식하고, 순천만의 철새를 가까이 보고자 단체로 모터보트를 탔다. 순천만의 뛰어난 경관을 지역주민의 경제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계속되는 모습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리란 약간의 노파심과 함께 꼭 긍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용산의 전망대까지 맨발로 걸으며 남도의 땅이 지닌 푸근함을 심호흡하자 조금씩 오늘의 행복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긴 안목을 갖고 살지만 현재 순간에 가장 집중해서 살아야 한다”는 누군가의 글을 떠올리며...
언제부턴가 의자를 옮겨가며 하루에도 여러차례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는 어린왕자의 별 나라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고향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다면 서해안 어디쯤 터를 잡고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강렬한 희망을 노후대책으로 삼았기에 환상의 S라인으로 떨어지는 순천만의 해거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해 몹시 아쉬었지만 약속된 일정 탓에 서울대 학술림으로 함께 이동 저녁 식사 후 입교식을 치루었다.
순천만 답사 시 모터보트를 타고 기계음을 내며 다가가는 일이 그 곳에 사는 철새들에게 몹시 미안했다는 정영목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작은 감동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간 뒤 모둠 활동이 펼쳐졌고 다음 날부터 이론강의와 현장답사의 타이트한 시간들, 백운산 지킴이로 활동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과의 조우, 옥룡사지터의 너무도 고왔던 동백나무 군락지, 마지막 밤의 잊지못할 문화공연, 마음 뿐 아니라 몸까지 푸른 젊은 이들과의 동고동락 속에 4박5일의 꿈같은 시간이 다 소진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집 떠난 흥겨움에 마냥 좋았던 철없음 뒤엔 나무와 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세속의 때묻은 몸과 마음을 씻는 오체투지의 더없이 낮아진 나로 살았기를, 그리하여 늘어나는 나이가 결코 부끄럽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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