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노숙인은 영원한 노숙인?

지역내일 2008-11-20
위장결혼 들러리에 불법대출 명의도용 … 노숙인 이용 사기범죄 잇따라
신용불량·전과누적에 사회복귀 어려워 … 사후대책보다 예방이 중요

노숙인들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국제위장결혼과 대출사기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로 인한 신용불량과 전과누적이 불가피해 이들의 사회복귀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번 노숙인은 영원한 노숙인’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19일 노숙인을 베트남 여성들과 위장결혼시킨 뒤 14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형법상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등)로 베트남 현지 브로커 노 모(6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위장 결혼 노숙인 등 8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씨 등은 지난 7월11일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던 이 모(46)씨와 베트남 여성 P(여·19)씨를 위장 결혼시키고 P씨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는 등 지난해 초부터 올해 8월까지 75쌍의 위장결혼을 알선해주고 14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노씨 등은 베트남 여성들로부터 위장결혼의 대가로 받은 수수료에서 1인당 500만원씩 떼어주겠다는 조건으로 돈이 필요한 노숙인을 모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18일 경기 김포경찰서는 노숙인 등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이들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금융기관에서 수십억원을 대출받아 빼앗은 혐의로 조직폭력배 일당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역 등의 노숙자 80여명의 명의로 음식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이를 신용카드 할인 업자에게 1인당 500만~3000만원을 받고 팔아 모두 2억7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피해자들 명의의 휴대전화와 예금통장을 개설한 뒤 이를 제3자에게 판매하는 등 총 24억7000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초에도 노숙자를 유인해 감금한 뒤 이들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아낸 불법 대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9일 노숙자 등을 감금해 이들 명의로 금융권으로부터 10억여원대의 신용대출을 받아낸 혐의로 전 모(35)씨 등 7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동대문구 청량리 주변을 배회하던 노숙인 손 모(50)씨를 유인해 경기도 안산의 합숙소에 감금한 뒤 은행권으로부터 300만원을 대출받는 등 지금까지 모두 50여명의 명의로 1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삶이 어려운 사람들을 이용한 아주 죄질이 나쁜 사건”이라며 “피해자들은 신용불량과 전과누적으로 장기간 노숙 생활로 연명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장결혼 대출사기 등에 동원되는 노숙인들은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가 노숙인 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7%가 신용불량자였다. 신용불량 원인으로는 신용카드(39%)와 휴대전화(28%), 사채·은행대출(15%), 명의도용(9.4%)에 따른 결과였다. 즉 20명 가량이 사기조직의 명의도용에 걸려 신용불량을 겪고 있는 셈이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노숙자 4명 가운데 1명이 명의도용을 당했으며 5명중 3명은 타인으로부터 명의도용 제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실사 이동현 간사는 “IMF 직후인 1990년대 말에는 노숙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범죄가 많았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노숙인의 명의 등을 도용하거나 위장결혼 등 사기를 통해 이들을 수렁에 내모는 범죄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노숙인들이 사기범죄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신용불량과 전과누적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어려워져 ‘한번 노숙인은 영원한 노숙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채무 탕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다.
서울시는 지난 9월 노숙인 368명의 110억원대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2000만원 이상 채무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도움으로 개인파산·면책 조치를 받았으며 2000만원 이하 노숙자신용회복위원회의 도움으로 이자와 원금 일부를 감면받았다. 이밖에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221명은 9400만원의 탕감 혜택을 봤다.
노실사 이동현 간사는 “노숙인이 범죄 등에 연루돼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 사후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경찰 등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사전예방에 나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노숙인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며 소극적인 단속 위주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경찰과 전력공사 가스공사 등 기관이 함께 팀을 짜 노숙인 종합대책을 세우는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이재걸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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