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회복, 중산층·서민이 핵심이다 ②

코스닥 폭락에 민심도 추락

지역내일 2001-05-29 (수정 2001-05-29 오후 2:33:11)
국민의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한 벤처 코스닥 열풍에 편승, 주식투자에 나섰던 중산층 서민 등 개미
군단들이 강력한 반정부 민심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DJ노믹스의 일환으로 벤처 신경제의 환상에 젖어 너도나도 퇴직금 등을 털어 코스닥 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요즘 “ 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못 믿겠다”며 발등을 찍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극심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한국통신에서 23년 동안 근무한 뒤 지난 1월 퇴직한 이 모(53)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해 퇴직이 결정될 때만 해도 이씨는 직장 생활의 아쉬움은 컸지만 퇴직금 1억5000여만원이면
은행 이자로 생활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금리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이씨의 기대
는 물거품이 됐다.

퇴직금이 휴지조각으로
결국 이씨는 증권사가 발행한 책자를 보며 건실하다는 중소기업 위주로 코스닥 등에 1억여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금 이씨는 3000만∼4000만원 가량 손해를 기록하고 있다. 이씨는 “벌 때는
조금씩 벌고 손해는 크게 봤다”며 “용돈이라도 보탤까 했더니 퇴직금이 거덜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손해가 커지면서 아내와 말다툼도 잦아졌다.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제대하는 내년이면 학비와 용돈까
지 대야 해 이씨의 걱정은 더욱 크다. 답답할 때면 옛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지만, 주위
에도 이익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 이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3시까지 집 근처 증권사에서
주가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것이 일과가 됐다.
대기업 차장 하 모(45)씨는 주식투자 붐이 일기 시작한 98년부터 은행과 카드빚 5000만원, 부모
돈 5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1억5000만원을 투자했으나 지금 남아 있는 돈은 3000만원뿐이다.
하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1억8000만원)를 팔고 전세로 옮길까 생각중”이라면서도 “
아내에게 차마 말을 못 꺼내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거래소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개인들이 밀집해 있는 코스닥시장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
다. 그러나 이번 주가 상승에도 역시 개인들보다는 일부 세력들만이 대부분의 차익을 실현했다는 지
적이 나오고 있다.
연초랠리에서 ‘혹시나’ 하고 들어왔던 개인들은 추락하는 주가에 다시 된서리를 맞아 이번 랠리
에 들어오는데 머뭇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00포인트 가까이 올라갔던 코스닥지수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급전직하해 50포인트대로
추락하면서 개인들은 평균 70% 이상 손해를 보고 빈털털이가 됐다. 이들 자금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들의 퇴직금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주식투자 실패로 여론 악화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10명 중 4명은 금융기관에서 빚을 내서 투자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또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소시장에서 48조3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4조원 등 총
92조3000억원의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했다.
퇴직자들을 비롯한 여론주도층들의 주식투자에서의 연이은 손실은 결국 정부의 정책부재나 남발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변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의 잘잘못으로 귀결되는 게 마땅
하지만 이들은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성공’ 등 정부의 장미빛 정책이 자신의 투자실패를 유도
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50대 이상 가장형 투자자들로 가족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신뢰회복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가띄우기식의 증시부
양책이나 재벌 중심의 정책 등은 더이상 투자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이 믿고 투자하기 위한 건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정책마련과 적극적인 시행이 필
요하지만 정권말기에 그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