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대 사기사건에 대검·경찰청 ‘시큰둥’

2년 전 제이유사태 교훈 잊었나…

지역내일 2008-11-21
일선수사부서 ‘지휘부 차원 인력지원’ 호소에도 ‘알아서 해라’ 팔짱
피해자들 “파산, 자살자 속출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돼야 나서나” 울분

현재까지 확인된 사기액수만 3조4000억원, 조만간 5조원대의 피해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구와 인천 등의 금융피라미드 사태에 대해 대검찰청과 경찰청 지휘부의 인식이 안이해 피해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사기사건을 주도한 주범급 세 명이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본부 설치, 외교부 등과의 기관 공조 등 종합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각 지역별로 검사 1명이 사건을 지휘하는 일반 사건처럼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물론 사건을 맡고 있는 일선 수사부서에서도 검·경 지휘부의 관심과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요지부동인 상태다. 지난 2006년 전국을 강타한 불법다단계 제이유사태의 교훈을 까마득히 잊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틀새 피해액 1조원 늘어 = 대구지방경찰청은 20일 안마기 등 건강용품을 구입하면 수개월만에 고액의 이자를 보장해준다며 투자자를 유치해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로 ‘씨엔’ 대표 권기탁(48)씨를 구속하고 업체의 실질적 대표 조희팔(51)씨와 임원급 10여명을 수배했다. 경찰은 또 중국 등으로 도피한 강태용(47)씨 등 임원급 3명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체의 유사수신으로 영남권 투자자들의 피해자만 1만5000여명, 피해액수는 1조9445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는 이틀 전인 18일 집계에 비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대구청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계좌 확인 작업이 진행되면서 피해액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1조8000억원의 공식 피해를 기록한 불법다단계 제이유의 피해액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찰이 ‘씨엔’의 법인명의 계좌와 현금 구매계약서 조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업체는 대구와 부산, 인천권으로 나눠 전국 각지에 15개 법인 50개 센터를 유사수신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의 피해를 수사중인 충남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의 피해는 1조5000억원 가량이다.
경찰 관계자는 “각 법인들이 공식 계좌로 끌어 모은 액수만 3조가 넘고 피해자만 10만명에 달한다”며 “이 업체는 1개월간만 현금 구매계약서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 기간 동안의 전체 현금 투자액을 합하면 실제 피해액과 피해자는 더 큰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의 대구 본사 법인명은 씨엔이지만 이전에는 ‘BMC’ ‘엘틴’ ‘벤스’ ‘티투’ ‘리젠’ 등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인천에서는 ‘리브’ ‘리드앤’으로, 부산에서는 ‘챌린’ ‘리버스’ 등으로 이름을 바꿔 사기행각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이 업체는 5년 가까이 불법 유사수신 행각을 이어갔지만 전국적인 피해 규모는 수당 지급이 전면 중단된 지난달 말에야 파악됐다.

◆사건 관심 없는 검·경 지휘부에 비난 = 사상 최대 규모 피해 상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은 물론 대구지방청과 충남 서산경찰서, 경기 부천경찰서 등 일선 수사부서에서도 검·경 지휘부 차원에서 수사본부를 설치해 보다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대구지검과 서산지청, 부천지청 등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도 각 1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른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피해자 모임 카페(http://cafe.daum.net/antilib.bmc.t2)’에는 3000명의 피해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며 검찰과 경찰, 언론의 신속한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이 카페 회원 조 모씨는 “이미 주범 3명이 해외로 유유히 도망가 피해를 보상받지 못할 우려가 커졌다”며 “콜롬비아에서는 1조원대 피라미드 사건이 발생, 정부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비난했다. 김 모씨는 “돈을 벌겠다는 순간의 욕심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내 한몸 죽는 건 무섭지 않지만 자식들에 앞날을 생각하면 이도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절규했다. 김씨는 “씨엔 사건으로 가계가 파산하고 자살자가 속출해야 정부가 비로소 관심을 기울일 것이냐”고 덧붙였다.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의 한 경찰은 “제이유사태보다 훨씬 큰 피해액과 피해자를 낸 사건임에도 ‘정관계 연루’ 등 민감한 내용이 없어서 그런지 윗선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각 지역별로 공조를 하고 있지만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일손이 딸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한 검사도 “대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원활하게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형사부의 고위관계자는 “의료기 유사수신 사건의 보고를 받고 있지만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검 차원에서 나설 사안은 아니다”라며 합동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찰청 수사국 고위관계자 역시 “현재 대부업체나 조폭 수사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피라미드 사기에까지 경찰청이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수사본부 설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선문대 법대 김홍석 교수는 "막상 사회적 피해가 절정에 달한 상황에서 뒤늦게 나서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검찰과 경찰이 사건 초기에 집중적이고 종합적으로 나서야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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