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재벌에게 은행도 넘기려는가(안찬수 2001.06.21)

<내일진단>재벌에게 은행도 넘기려는가

지역내일 2001-06-21
<내일진단>재벌에게 은행도 넘기려는가(안찬수 2001.06.21)
안찬수 정책팀장


137조 1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사실상 ‘국유화’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소유구조 문제가 올 하반기 정부 금융정책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진 념 부총리는 18일 서울국제투자금융포럼에서 ‘금융현안과 향후 금융정책방향’이라는 특별강연을 통해 그동안 DJ의 재벌개혁 ‘5+3원칙’에 따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 아래 동일인 소유한도를 4%로 제한해온 은행소유구조에 대한 규제완화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방향 전환의사를 내비쳤다.
진 부총리는 “그동안 은행 책임경영체제 확립(주인 찾아주기) 차원에서 은행 소유제한 완화 논의가 있었으나, 이제는 은행 소유구조 완화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진표 재정경제부 차관은 경제인들과의 조찬 간담회나 강연 등의 형식을 빌어 ‘은행소유한도 4% 제한이 내외국인 간 차별을 가져오고 있다”며 소유규제 완화에 대해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재벌 회귀나 외국자본에 덤핑판매로 귀결될 위험
이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8월 은행소유한도의 정책방향에 대한 각계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위해 금융발전심의회 은행분과위원회( 위원장 하성근 연세대 교수)에 자문을 구하면서 사실상 준비돼 왔다.
금융발전심의회는 은행의 책임경영 확립 등을 위해 은행소유규제 완화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 정부출자은행의 민영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본격적인 민영화 개시 이전에 법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금발심의 답신을 토대로 올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은행소유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하반기 은행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이미 세워 놓았었다.
우리나라 은행은 신한 하나 한미 등 몇몇 외국 자본이 대주주로 지분을 갖고 있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국책은행과 정부 출자 은행, 그리고 IMF 이후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국유화된 은행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 분야에 관해서 만큼은 시장경제라기 보다는 국가소유 형태가 관치에 의한 개발독재와 다르지 않다. 그만큼 정부의 입김과 통제, 독점, 배급식 금융 체제 아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흔히 금융은 산업의 혈맥이라고 불린다. 이것이 우리나라처럼 경직돼 있고 원활히 흐르지 못한다면 여타 경제 역시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IMF 이후 계속되는 회사채 시장의 자금위기는 바로 단적인 사례이다.
은행소유제한제도의 완화가 바로 이같은 국가 소유 은행 시스템을 개선하고 흔히 그런 시스템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관료가 권한을 거머쥐고 군림하면서 다 해먹는 ‘관치’를 극복하고 시장에 금융의 흐름을 맡기겠다는 시장경제적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것이라면 크게 환영할 만하다. 그래서 경쟁력을 갖는 금융대기업이 탄생한다면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바로 한국형 재벌의 금융기관 장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소유의 은행이나 기업을 내다 팔아 대주주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물건이나 기업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IMF 이후 덩치 큰 공기업이나 은행을 살 만한 돈을 가지고 있는 데는 사실상 외국 자본과 국내 금융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은행의 주인 찾기를 해봐야 과거 산업자본이 은행을 다시 지배하거나 외국자본이 나서서 은행을 사가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과거의 재벌 경제로 돌아가거나 제일은행 사례처럼 외국자본이 헐값에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상화시켜놓은 열매를 따먹는 결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항간에 ‘IMF로 나라망친 YS에 나라파는 DJ’라는 막말이 나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금융대기업 창출이나 조합운동의 방향이 바람직
재벌시스템의 폐단이 개혁을 통해 민주적 시장경제로 이행되지 않는 한 은행소유한도 완화는 전문가들이 지적한대로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발심도 은행의 소유한도 완화는 “산업과 금융의 결합으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경제력 집중 및 불공정 경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경영에 대한 산업자본의 영향력 증대로 경쟁기업에 대한 대출제한, 부실 자회사 등에 대한 무리한 대출, 은행보유 정보의 부당한 이용 등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나 또는 주인찾기는 재벌의 금융지배로 단지 덩치만 키운 재벌소유 은행을 만드는 방향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금융대기업이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시장경제 체제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추진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조합운동 등 다양한 방향이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찬수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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