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람 사는 냄새’가 그윽한 곳

주부리포터가 쓰는 ‘쓸만한 곳 탐방기’ - 원평동 중앙시장

지역내일 2001-06-25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코를 자극하는 건 싱싱한 과일향이다.

제철에 맞게 좌판에 실린 토마토도 그 빛깔만으로 충분히 향기롭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아무래도 복숭아며 자두 같은 풋과일이다. 보기만 해도 입안 가득 배어 나오는 침을 넘기느라 모두들 난처한 표정이다.

양쪽으로 늘어 선 상점들 사이로 빽빽이 서 있는 포장마차엔 떡볶이며 튀김들이 그렇지 않아도 잔뜩 시장기가 돈 사람들의 배를 자극하느라 바쁜 풍경이 낯설지 않다.

시장엔 생선 과일 아동복 뿐 아니라 갖가지 야채나 건어물 등등 없는 게 없다.

오랜 세월 제 몫을 다한 나무의자가 세월의 훈장인 듯 반질 해진 이마를 내밀고 있고, 호객행위에 분주한 상인들의 손짓, 발짓이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조금 걸어 들어가다 보니 왠 상점 앞에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아동복을 팔고 있는 가게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보니 과연 소란스러울 만한 게 천 원, 이천 원 짜리 옷이 아주 많이 나와 있다. 경기가 좋지 못하다보니 서민들은 자꾸만 싼 것, 더 싼 것을 찾기 마련인 것 같다.

스무 걸음쯤 더 왔을까.

널려진 옷이며 신발들을 구경하는 동안 어느듯 생선가게 앞이다.

미처 눈을 감기도 전에 그물에 걸린 건지 파란 눈을 둥그렇게 뜬 채로 나란히 줄을 지어 누워 있는 생선도 있다.


● 이 사람 저 사람, 그리고 사는 모습들

생선 가게를 지나 시장의 제일 끄트머리쯤까지 오니 채소가게에서 실랑이가 한창이다.
그래, 뭐니뭐니 해도 재래시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실랑이다.

백 원이라도 더 깎아보려는 알뜰파 아줌마들과 한두 개 덤으로 더 올려주더라도 제 값을 다 받으려는 상인들. 바로 이 모습이다. 뭐든 쉽고 편한 게 좋은 현대인들에겐 비능률적이고 어수선한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선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아파트 같은 경우엔 한 동에 살고 있어도 서로 인사 한 마디 나누지 않는 게 허다하다. 그런 현대인들의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들에 가끔은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거기에 비하면 재래시장의 모습은 얼마나 인간적이고 정겨운가.


● 예전 같지 않은 ‘장날’ 풍경

중앙시장은 5일마다 장이 선다. 뒷자리가 1일 6일, 그러니까 16일, 21일, 26일의 순이 된다.

예전엔 장날이면 사람들도 많이 붐비고 거래량도 무척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장날이란 것에 대해 그리 민감하지도 않고 해서인지 상인들도 이젠 장날 수입이 만족스럽지가 않은가 보다.

거의 10년째 이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만석(남·48·원남동)씨는 “대형 할인마트들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장날이 되어도 예전 같지가 않아요. 점점 우리 같은 상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지요”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재래시장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건 소상인들의 설 자리를 없애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가슴 속 정을 무디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 아쉬워

고정된 자리가 없는 상인들은 리어카에 물건을 진열해 놓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무거운 장바구니에 상인들까지 피하려 하니 짜증이 많이 난다. 더구나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도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장바구니로 밀어 넣어야 하는 모습을 보니 참 어이가 없다.

화장실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각 블록마다 휴지통과 화장실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작은 편의시설 하나조차 해결이 되지 않으니 사람들이 자꾸 대형마트로만 몰리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임은실 리포터 sil1104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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