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신고 석달새 30배 ‘폭증’
‘안잘리면 다행’ 임금삭감 감수
비정규직 내보내는 공장 늘어
“근무일도 주4일로 줄었고, 잔업이나 특근도 없어 평균임금이 30% 정도 삭감됐어요.”
반월공단 내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는 박 모(37)씨는 지난해 9월부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수입이 3분의 2로 줄었다. 일감이 없어 휴업이 잦아지고 잔업수당, 특근수당 등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그동안 푼푼히 모은 적금을 해약해 4인 가족의 생활비로 쓰고 있다. 그는 앞으로 계속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세금까지 빼서 생활비로 써야할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인원이 8만 5000명이 넘는 안산 반월공단은 30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대규모 공업단지다.
섬유 석유화학 기계 전기전자 운송장비 등의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월공단은 일감이 넘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던’ 곳이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반월 공단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본격적으로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11월 산업동향 통계를 보면 반월공단의 주요업종 생산이 일제히 감소하면서 11월 전월대비 2.5%, 전년 동월대비 1.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감소로 인해 고용인원도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안산종합고용지원센터에 접수된 사업장의 휴업계획 신고 현황을 보면 9, 10월에는 20여건에 불과하던 건수가 11월에는 114건, 12월에는 600여건으로 네달 사이 30배 정도 늘어났고, 실업급여 건수는 지난해 9월, 10월 1200여건에서 1월에는 2300여건으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 원치 않는 주4일 근무 = 휴업계획을 신고하는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근로자들의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GM대우에 납품을 하는 ㅇ업체에서 일하는 조 모(38)씨는 “12월엔 17일까지만 일했고 1월엔 금요일은 다 쉬었다”며 “원래 주야간 교대로 일해서 250만원 정도 받았는데 요즘은 야근이 없어 170만원밖에 못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를 하고 싶지만 부인은 거동을 못하시는 할머니를 돌봐드려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며 “그나마 유치원 다니던 막내가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유치원 회비 지출이 없어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알바’ 자리는 없고 구조조정은 시작되고 = ㅇ업체의 강 모(39)씨는 “잔업이 없어져 남은 시간에 할만한 서빙이나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며 “알바를 한다고 해도 시급이 낮아 충당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허탈해했다. 결국 강씨는 올해부터 자녀들의 학원 등록을 포기했고 대형마트를 가는 대신 동네 슈퍼에서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는 방향으로 지출을 줄였다. ㄷ업체의 박씨는 “더 이상 임금삭감은 문제가 아니며, 이제는 누가 살아남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벌써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왔고 지난달까지 2명이 신청을 했다”며 “희망퇴직 모집으로 구조조정이 안되면 좀 더 강제적인 방식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ㅇ업체의 최 모(39)씨는 “회사 재정이 아직 적자가 난 상태가 아닌데도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조건 근로자들 인건비부터 깎으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용역업체를 통해 10명 이상씩 파견직 근로자를 고용했던 업체들도 11월 중순 이후로는 파견직 근로자들을 다 내보냈다. 비정규직 근로자부터 서서히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의 분위기 속에 공장 라인마다 납품하는 업체가 달라 누구는 계속 잔업이 있고 누구는 잔업이 없는 경우도 있어 동료 간에 분위기는 더 삭막해지고 있다. 5시 반이면 일이 끝나지만 서로 눈치 보느라 술 한잔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반월공단 식구들은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안산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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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잘리면 다행’ 임금삭감 감수
비정규직 내보내는 공장 늘어
“근무일도 주4일로 줄었고, 잔업이나 특근도 없어 평균임금이 30% 정도 삭감됐어요.”
반월공단 내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는 박 모(37)씨는 지난해 9월부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수입이 3분의 2로 줄었다. 일감이 없어 휴업이 잦아지고 잔업수당, 특근수당 등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그동안 푼푼히 모은 적금을 해약해 4인 가족의 생활비로 쓰고 있다. 그는 앞으로 계속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세금까지 빼서 생활비로 써야할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인원이 8만 5000명이 넘는 안산 반월공단은 30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대규모 공업단지다.
섬유 석유화학 기계 전기전자 운송장비 등의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월공단은 일감이 넘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던’ 곳이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반월 공단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본격적으로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11월 산업동향 통계를 보면 반월공단의 주요업종 생산이 일제히 감소하면서 11월 전월대비 2.5%, 전년 동월대비 1.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감소로 인해 고용인원도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안산종합고용지원센터에 접수된 사업장의 휴업계획 신고 현황을 보면 9, 10월에는 20여건에 불과하던 건수가 11월에는 114건, 12월에는 600여건으로 네달 사이 30배 정도 늘어났고, 실업급여 건수는 지난해 9월, 10월 1200여건에서 1월에는 2300여건으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 원치 않는 주4일 근무 = 휴업계획을 신고하는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근로자들의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GM대우에 납품을 하는 ㅇ업체에서 일하는 조 모(38)씨는 “12월엔 17일까지만 일했고 1월엔 금요일은 다 쉬었다”며 “원래 주야간 교대로 일해서 250만원 정도 받았는데 요즘은 야근이 없어 170만원밖에 못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를 하고 싶지만 부인은 거동을 못하시는 할머니를 돌봐드려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며 “그나마 유치원 다니던 막내가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유치원 회비 지출이 없어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알바’ 자리는 없고 구조조정은 시작되고 = ㅇ업체의 강 모(39)씨는 “잔업이 없어져 남은 시간에 할만한 서빙이나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며 “알바를 한다고 해도 시급이 낮아 충당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허탈해했다. 결국 강씨는 올해부터 자녀들의 학원 등록을 포기했고 대형마트를 가는 대신 동네 슈퍼에서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는 방향으로 지출을 줄였다. ㄷ업체의 박씨는 “더 이상 임금삭감은 문제가 아니며, 이제는 누가 살아남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벌써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왔고 지난달까지 2명이 신청을 했다”며 “희망퇴직 모집으로 구조조정이 안되면 좀 더 강제적인 방식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ㅇ업체의 최 모(39)씨는 “회사 재정이 아직 적자가 난 상태가 아닌데도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조건 근로자들 인건비부터 깎으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용역업체를 통해 10명 이상씩 파견직 근로자를 고용했던 업체들도 11월 중순 이후로는 파견직 근로자들을 다 내보냈다. 비정규직 근로자부터 서서히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의 분위기 속에 공장 라인마다 납품하는 업체가 달라 누구는 계속 잔업이 있고 누구는 잔업이 없는 경우도 있어 동료 간에 분위기는 더 삭막해지고 있다. 5시 반이면 일이 끝나지만 서로 눈치 보느라 술 한잔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반월공단 식구들은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안산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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