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목민대상’을 수상할 기초자치단체 4곳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전북 군산시와 경기도 안산시는 정직한 단체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항구·공장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탈피했으며, 전남 함평군과 경남 고성군은 단체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그만 시골도시라는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2008 다산목민대상 심사위원회’는 이 같은 점을 높이 평가해 제1회 다산목민대상 수상단체로 선정했다. 다만 대상이 없는 것은 심사위원회가 타 지자체에 비해 뚜렷한 공적을 남긴 곳이 없다고 판단해 이번엔 선정하지 않았다.
본상·경남 고성군
‘공룡나라 경남고성’ 브랜드 창조경남의 작은 농어촌인 고성군(이학렬 군수)은 지난 3년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06년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2007년 조선산업특구 유치, 2008년 생명환경농업 기반 조성이 고성의 변화를 이끈 3대 프로젝트다. 고성군은 이를 바탕으로 1·2·3차산업이 조화를 이룬 전국 최고의 군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공룡엑스포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52일 행사기간 동안 154만명이 다녀갔다. 고성군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행사 이후 ‘공룡나라 경남고성’이란 브랜드가 생겼고 농·특산물 판매량이 50%이상 늘어났다.
변변한 기업 하나 없는 고성이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게 ‘조선특구 유치’였다. 장벽은 높았지만 주민들의 단합으로 이를 넘었다. 환경훼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화와 설득을 통해 군내 전세대수의 91%가 건의서에 서명했다.
이학렬 군수는 유치단과 함께 국회 15회, 재정경제부 80회, 해양수산부 12회 등 관련부처에 200여차례 가까이 찾아가 특구유치에 ‘올인’, 2007년 7월 특구로 지정받았다. 2012년까지 민자 6000여억원이 투자될 예정이고 사업이 완료되면 3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고성군은 지난 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생명환경농법’을 도입했다. 화학비료,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토착미생물과 한방영양제를 이용, 지력과 벼의 건강을 북돋는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으로 163ha에서 850t의 쌀을 첫 수확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고성발 농업혁명’은 시작단계지만 무한경쟁시대 우리 농업의 새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 변화의 선두에는 이 군수가 있다. 2002년 7월 민선3기 고성군수로 취임하면서 ‘투명 행정’의 상징적 조치로 군수실 벽을 유리로 교체했다. 그는 특유의 열정과 부지런함으로 매사 ‘직접’ 뛰었다. 주민들을 상대로 특구필요성을 설명하러 다녔고 환경농업 도입을 위해서 농민들과 함께 농업연구소에 5박6일간 같이 교육을 받았다.
“컵의 물을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없다”는 게 그의 군정철학이다.
고성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본상·전북 군산시
‘60고초려’로 떠나던 주민 마음돌려 수도권외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인구감소’ 현상이다. 산업화에서 밀린 지역에서 학교와 직장을 찾아 고향을 등지는 행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전북 군산시도 마찬가지였다. IMF 이후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해마다 2000∼3000명이 빠져 나갔다. 2002년에는 4594명이 줄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06년 문동신(71) 군산시장은 취임 후 ‘다시 오고 싶은 군산’을 선언하며 행정의 체질을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재편했다. 행정조직은 기업유치와 교육, 관광에 초점을 맞춰 개편하고, 공직자에 대한 혁신교육과 특강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군산시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았던 공무원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 군장산업단지를 매개로 국내외 주요기업 유치활동에 나서 현대중공업(조선) 두산인프라코어, 동양제철화학 등 307개 기업을 유치했다. 특히 기업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60여 차례 방문한 것을 놓고 청와대에서 ‘60고초려’라는 표현을 써가며 극찬, 이후 문 시장이 청와대와 중앙공무원교육원, 전국 지자체 간부대상 교육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도 파격적이었다. 자주재원 10%를 교육예산으로 확보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고 서울 유명학원과 학생들을 연계해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군산시내 고등학교로 진학할 경우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새만금을 조기에 완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제로 활용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새만금특별법 제정과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 결과 2007년 12월 말 기준 인구가 26만562명에서 2008년 12월말 기준 26만3845명으로 1년 새 3283명이 증가했다. 10년만의 일이다. 군산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준공되면 인구증가세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동신 시장은 “고용이 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간 것이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 한다”며 “살고 싶고, 투자하고 싶고, 다시 오고 싶은 군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산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본상·경기 안산시
고정관념 깬 창조행정경기도 안산에서는 1년 365일 어느 시간에나 민원서류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365일 열람실을 개방하는 도서관도 있다.
안산시는 박주원 시장 취임 이후 ‘원더풀 25시 민원감동센터’와 ‘25시 여권민원서비스’ ‘365일 개방하는 열람실’ ‘365-day Library’를 잇따라 추진했다. 모두 시민의 눈높이와 생활주기(life-cycle)에 맞춰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만든 시설들이다. 반월·시화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안산시가 지난해 3월 시민 14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조사에서 9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열람실의 경우 전체 좌석 286석 가운데 평균 200석이상 이용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창조적 실용주의의 대표사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문화국제도시’로 도시위상도 제고했다. 안산시에 현재 등록된 외국인은 3만2933명, 실제 거주하는 외국인은 55개국 4만명에 달한다. 시는 지난해 1월 원곡동에 도·시비 30억원을 들여 외국인주민센터를 건립했다. 센터에는 이주민통역지원센터, 외국인무료진료소, 외환송금센터, 다문화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고 365일 연중무휴(평일 오후 10시)로 운영한다.
‘안산시 거주 외국인 지원조례’도 만들었다. 이 조례에 근거해 센터를 운영하고 지원을 체계화·활성화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범죄예방을 위한 원곡특별순찰대 운영 등을 추진했다. 앞으로 외국인 밀집지역인 원곡동 일대를 ‘안산시 다문화체험 특구’로 지정해 코리안드림센터, 외국전문식당, 상징조형물 건립 등 특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이달 중으로 지식경제부에 특구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통령상을 세번 수상하고 49개 분야에서 9억원이 넘는 상금을 받았다.
박주원 시장은 “시민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깬 창조행정을 강조한 결과 큰 변화를 경험했다”며 “무엇보다 큰 성과는 공무원과 시민 모두가 긍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본상·전남 함평군
나비로 ‘관광 1등 함평’ 개척‘관광 불모지’였던 전남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통해서 ‘관광 함평’의 신기원을 만들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이석형 함평군수는 1년 뒤 나비축제라는 ‘엉뚱한’ 사업을 기획했다. 나비축제가 성공하려면 최소한 살아있는 나비 5만 마리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당시까지 나비를 집단 사육한 사례가 없었다.
나비는 특히 생육기간이 짧아 행사 기간에 맞춰 대량 사육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집단 서식지도 문제였다. 주민들은 이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군수가 엉뚱한 짓을 한다’고 타박했고, 공무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이 군수는 축제를 강행했다. 천연자원이나 변변한 기업체 하나 없는 함평군의 절박한 현실이 그를 도전으로 이끌었다.
우선 나비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함평천 일대에 유채꽃을 심었다. 그리고 새로 영입한 정헌천 나비곤충연구소장에게 나비 집단 사육을 맡겼다. 그동안 나비를 소규모로 사육했던 정 소장은 3개월 동안 집도 내팽개치고 나비 사육에 매달렸다.
이렇게 시작된 나비축제는 모든 사람의 우려와는 달리 첫해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한해 20만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나비축제 이후 300만명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세계 나비·곤총엑스포’를 열어 입장료로 100억원 정도를 벌었다. 나비축제가 성공하면서 ‘나비= 청정 함평’이라는 등식이 생겨났다.
이 군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계절 관광에 눈길을 돌렸다. 여름에는 낙조로 유명한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갯벌생태체험행사를 열었다. 가을에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을 열어 명품 가을 축제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열린 국향대전에는 33만 여명 다녀갔고, 입장료로 7억5900만원을 벌었다. 이 군수는 나비·곤충 산업화라는 미지의 세계에 또다시 도전, 나비 인공사료를 만들었고, 곤충을 이용한 대장암 진단키드도 조만간 생산한다.
이 군수는 “함평은 엑스포를 통해서 나비·곤충산업의 신기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농가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평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목민정신 계승은 나라를 바로세우는 것”
다산목민대상 심사평 - 박석무 심사위원장·다산연구소 이사장다산 정약용 선생이 살았던 시대는 경제가 발달하고 문예가 부흥하고 서민이 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방에는 탐학한 지방관이 백성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무능한 지방관이 지역 아전의 농간에 놀아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다산은 오래된 낡은 제도를 고쳐야한다는 절박감에 국가경영 마스터플랜인 <경세유표>를 쓰고 있었지만, 제도개혁만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금 있는 제도 아래에서라도 지방행정 책임자가 크게 각성하여 선정을 베푼다면 백성들의 삶은 한결 나아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놓은 책이 지방행정관의 업무지침서라 할 수 있는 <목민심서(牧民心書)>이었습니다.
<목민심서>는 단순한 업무지침 이상의 정신과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목민(牧民)’이란 백성이 자유롭고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준다는 뜻입니다. 이 책에서 다산은 목민관이라면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의 덕목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근검, 청렴 등 자기관리를 잘할 것, 공인의식에 입각하여 법과 예를 따를 것, 백성을 사랑할 것 등입니다.
오늘날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자치시대에도 이러한 덕목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공직자가 부패한 사회는 한걸음도 전진할 수 없습니다. 그 사회적 비용과 비효율은 엄청납니다.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공인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지방행정을 책임지는 공직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주민을 주인으로 여기고 애정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실한 행정을 펼 수 있겠습니까.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가 어언 13년여 기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기 위해, 잘못됨을 지탄하여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함을 들추어 현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산목민대상을 제정하여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지방주민이 주인으로서 행복을 향유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또 바람직한 지방행정문화와 전통이 쌓이고 모여서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뜻입니다.
이번에 내일신문, 농협 등 여러분이 협력하여 상을 제정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호응에 따라 후보를 정하고 심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오늘 이 자리에서 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수상자의 기쁨은 두말할 것 없겠지만, 시상자의 기쁨도 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간 심사에 임했던 심사위원님들과 함께 심사의 어려움과 시상의 두려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 다산목민대상이라는 그 이름에 실로 크나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상이란 받을 만한 자가 받아야 스스로 영예롭고 축하하는 자도 기쁜 법입니다.
옛 성인이 향원(鄕愿)은 덕(德)의 적(賊)이라 했거늘, 가급적 좋은 면을 크게 보아 표창하려고 한 것이 도리어 다산정신에 어긋날까 두려웠습니다. 이제 이 상의 명예는 수상자 여러분께 달려있습니다.
다산목민대상은 이제 제1회를 시행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심사 시상절차를 더욱 엄정하고 설득력 있게 개선시키는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처음 실시하는 상 하나로 소기의 목적을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이 상을 계기로 다산의 목민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하며, 수상의 영예를 지키고자 더욱 노력하고 삼가는 지방자치행정을 기대합니다.
이번에 다산목민상을 수상한 지방자치단체에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산목민대상’은?
‘다산목민대상’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저술한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의 목민심서 정신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창의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상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도입된 지 13년이 지나 정착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선진 지방자치로 발전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민본사상을 되새기는 것은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만족하는 신 지방자치’를 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산목민대상’은 다산연구소와 내일신문이 행정안전부·농협중앙회의 후원을 받아 올해 처음 제정했다. 이번에 본상을 수상할 지방자치단체 4곳은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 곳이다.
다산연구소와 내일신문은 매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다산목민대상’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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