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척자 없는 실화에 ‘특수공무방해 치사죄’ 기소 … 논리적 비약
물포분사 방조 경찰 무혐의 … 직무유기·직권남용죄 처벌가능
‘경찰 봐주기’로 끝난 검찰 수사 결과가 법리 적용에 있어서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 화염병을 던졌는지도 가리지 못한 철거민들에게는 무기 등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를 적용한 반면, 용역직원의 물포 분사를 방치한 경찰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물을 수 없다고 처벌하지 않았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망루 4층 계단에서 시너를 부은 후 화염병을 3층으로 던져 화재가 발생하면서 경찰관 1명을 포함, 6명의 사망자가 났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화재 발생 동영상 자료와 경찰 특공대원 진술을 근거로 이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막판까지 농성자를 소환, 조사했지만 화염병을 던지거나 시너를 부은 사람을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이 적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죄와 부합하지 않는 대목이다.
◆철거민 공동정범 기소도 모순 =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죄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무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 적용하는 죄목으로 행위자를 특정해야 한다. 더욱이 화염병에 의한 화재로 사망했다면, 화재의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참사 당일 상황은 철거민들이 고의로 화재를 내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화재 발생 원인을 화염병으로 돌리기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변호인단은 농성자들이 망루에서 시너를 뿌렸다는 것이 동영상만으로 입증하기에는 불명확하고 물대포에서 쏟아진 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망루 3층 계단에서 발생한 불이 시너를 타고 아래로 번져 큰불이 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용산소방서 조 모 소방위는 “첫 발화가 3층 계단의 대각선 반대쪽에서 일어났다”고 상반된 설명을 했다.
화염병 투척도 특공대 진술 밖에는 없다. 농성자들은 화염병 투척을 부인하고 있고 화재 발생에 따른 위험이 상존한 상황도 이같은 진술을 뒷받침한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농성자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단선적으로 접근했다”며 “유증기에 의한 폭발, 발전기 누전, 특공대 진압 물품 등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망루 4층에 있었다고 해 김 모씨 등 철거민 3명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도 지나친 법 적용이라는 지적이다.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죄를 범한 때에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범죄를 저지르는데 기여 또는 동의했거나 범죄에 의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을 때 적용된다.
최소한 화재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화재를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화재가 나도 좋다는 의사는 있어야 한다. 그것도 공동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검찰이 인정하는 것처럼 방화의 고의성이 없는 실화인데, 공동정범에 의한 기소를 한다는 것은 모순인 것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화염병 투척자가 특정되지 않고 실화인데도 특수공무방해 치사죄를 적용한 것은 난센스”라며 “불이 나면 농성자들도 위험한데, 화염병을 던지는데 공동의 의사가 있었고 방화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잘못 인정했다면 고의성 있어 = 진압작전의 문제점을 인정한 검찰은 경찰의 지배영역 밖이라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특공대 조기투입의 위법성이나 농성자 사망과의 인과관계 성립을 비켜갔다. 참사 전날인 19일 농성자들이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다수의 사망자를 낸 것은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경찰의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는 것이 용역직원의 물포 분사였다.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은 물포 분사 20분만에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2시간 동안 방치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의경을 동원, 호위까지 해줬다. 더욱이 용산서장이 경비과장에게 “물포는 경찰이 쏴야지”라고 지시까지 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데도 검찰은 처벌조항을 찾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물포 분사는 경찰관 직무에 속하고 진압작전의 일환이었던지라 경찰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도 사법처리를 안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폭력 방조나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고의적으로 직무를 방기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경비과장이 온갖 것을 챙기느라고 잠시 잊어버렸다고 한 것이 현장 상황과 어긋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철거민과 경찰을 대하는 검찰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법조계는 물포 분사를 방조한 경찰에 대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윤식 변호사는 “경비과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면 고의로 직무를 방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서장의 지시까지 어기며 진압작전을 용역에게 하게했다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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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포분사 방조 경찰 무혐의 … 직무유기·직권남용죄 처벌가능
‘경찰 봐주기’로 끝난 검찰 수사 결과가 법리 적용에 있어서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 화염병을 던졌는지도 가리지 못한 철거민들에게는 무기 등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를 적용한 반면, 용역직원의 물포 분사를 방치한 경찰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물을 수 없다고 처벌하지 않았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망루 4층 계단에서 시너를 부은 후 화염병을 3층으로 던져 화재가 발생하면서 경찰관 1명을 포함, 6명의 사망자가 났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화재 발생 동영상 자료와 경찰 특공대원 진술을 근거로 이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막판까지 농성자를 소환, 조사했지만 화염병을 던지거나 시너를 부은 사람을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이 적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죄와 부합하지 않는 대목이다.
◆철거민 공동정범 기소도 모순 =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죄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무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 적용하는 죄목으로 행위자를 특정해야 한다. 더욱이 화염병에 의한 화재로 사망했다면, 화재의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참사 당일 상황은 철거민들이 고의로 화재를 내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화재 발생 원인을 화염병으로 돌리기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변호인단은 농성자들이 망루에서 시너를 뿌렸다는 것이 동영상만으로 입증하기에는 불명확하고 물대포에서 쏟아진 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망루 3층 계단에서 발생한 불이 시너를 타고 아래로 번져 큰불이 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용산소방서 조 모 소방위는 “첫 발화가 3층 계단의 대각선 반대쪽에서 일어났다”고 상반된 설명을 했다.
화염병 투척도 특공대 진술 밖에는 없다. 농성자들은 화염병 투척을 부인하고 있고 화재 발생에 따른 위험이 상존한 상황도 이같은 진술을 뒷받침한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농성자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단선적으로 접근했다”며 “유증기에 의한 폭발, 발전기 누전, 특공대 진압 물품 등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망루 4층에 있었다고 해 김 모씨 등 철거민 3명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도 지나친 법 적용이라는 지적이다.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죄를 범한 때에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범죄를 저지르는데 기여 또는 동의했거나 범죄에 의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을 때 적용된다.
최소한 화재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화재를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화재가 나도 좋다는 의사는 있어야 한다. 그것도 공동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검찰이 인정하는 것처럼 방화의 고의성이 없는 실화인데, 공동정범에 의한 기소를 한다는 것은 모순인 것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화염병 투척자가 특정되지 않고 실화인데도 특수공무방해 치사죄를 적용한 것은 난센스”라며 “불이 나면 농성자들도 위험한데, 화염병을 던지는데 공동의 의사가 있었고 방화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잘못 인정했다면 고의성 있어 = 진압작전의 문제점을 인정한 검찰은 경찰의 지배영역 밖이라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특공대 조기투입의 위법성이나 농성자 사망과의 인과관계 성립을 비켜갔다. 참사 전날인 19일 농성자들이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다수의 사망자를 낸 것은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경찰의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는 것이 용역직원의 물포 분사였다.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은 물포 분사 20분만에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2시간 동안 방치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의경을 동원, 호위까지 해줬다. 더욱이 용산서장이 경비과장에게 “물포는 경찰이 쏴야지”라고 지시까지 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데도 검찰은 처벌조항을 찾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물포 분사는 경찰관 직무에 속하고 진압작전의 일환이었던지라 경찰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도 사법처리를 안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폭력 방조나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고의적으로 직무를 방기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경비과장이 온갖 것을 챙기느라고 잠시 잊어버렸다고 한 것이 현장 상황과 어긋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철거민과 경찰을 대하는 검찰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법조계는 물포 분사를 방조한 경찰에 대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윤식 변호사는 “경비과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면 고의로 직무를 방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서장의 지시까지 어기며 진압작전을 용역에게 하게했다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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