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북경의 불꽃놀이와 화왕산 억새태우기
권선필(목원대학교 교수, 행정학)
북경에 출장을 다녀왔다. 마침 출장기간 중에 중국 사람들이 원소절이라 부르는 정월대보름날이 있었다. 중국의 구정 명절은 춘절이라 하는 정월 초하루에서 시작해서 원소절이라 하는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진다.
북경에 머무르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불꽃놀이였다. 북경의 불꽃놀이는 우리나라 불꽃놀이와는 그 규모나 강도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저녁 해가 지면서부터 밤늦게까지 시내 전체가 번쩍이는 불꽃과 폭죽 터지는 소리로 정신 차리기 힘들었다.
가깝게 혹은 멀리서 터지는 쿵쿵 하는 소리와 그 여운 그리고 불꽃과 연기는 즐겁기보다는 오히려 전쟁터를 연상시켜 공포감마저 불러일으켰다. 특히 대보름인 10일은 불꽃놀이를 할 수 있도록 허가된 마지막 날이어서 엄청난 양의 폭죽이 밤늦게까지 터졌다.
다음날 아침, 뉴스에는 보름 행사에 관한 두 가지 소식이 함께 있었다. 중국 국영방송 부속건물이 폭죽에서 떨어진 불씨로 인해 모두 타버렸다는 소식과 아울러 우리나라 경남 창녕의 화왕산에서 억새 태우는 축제를 하다가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였다.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중국국영방송 신사옥의 부속건물이 불꽃놀이 때문에 불에 탔다. 수백억대의 재산 손해가 난 것은 물론 소방대원 한 사람이 화재로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되었다. 더군다나 이 건물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축물 중 하나로 북경의 자랑거리였다. 완전히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은 북경 시 당국이나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임에 틀림없고 그 상처의 치유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창녕의 억새태우기 행사도 정월 대보름날 국태민안과 남북통일을 염원하고 가정마다 액을 물리치고 화목을 기원하기 위해 화왕산 정상에서 상원제 및 달집살기를 하고 억새를 태우는 행사라고 한다.
불기운이 있어야 풍년이 들고 평안하다는 속설 때문에 지난 95년부터 3~4년에 한번씩 대규모 축제로 개최해왔다는 것이다. 아무튼 강풍에 방향을 바꾼 불꽃 때문에 축제행사에 참석했던 관광객 여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북경 중앙방송의 화재나 화왕산에서의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전해내려오는 풍습과 전통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라 할 수 있다. 목적에 있어서도 양쪽 다 불을 통해 재액을 막고 복을 받아들인다는 민간 풍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른 점도 있다. 화왕산의 경우 창녕군청에서 이 억새태우기를 주도했고 북경의 경우는 관에서 허가는 했지만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전통을 재현하다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사후처리에서도 양쪽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북경에서는 화재와 관련된 관련 직원들에 대한 처벌이 얘기되는 것 같다. 창녕의 경우 관련 공무원의 징계는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억새태우기 축제도 완전히 폐지한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전통과 풍습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한번 사라졌던 전통을 다시 살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중국의 불꽃놀이든 화왕산의 억새태우기이든 다시 살려냈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구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번 사고처럼 현대사회에서 전통이나 풍습의 재현이 가져오는 위험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각되는 것은 창녕의 경우처럼 관이 전통과 풍습의 재현에 어설프게 관여하는 것은 더 큰 재해를 가져올지 모를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재현된 풍습조차 영원히 사라지게 할 위험까지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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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불꽃놀이와 화왕산 억새태우기
권선필(목원대학교 교수, 행정학)
북경에 출장을 다녀왔다. 마침 출장기간 중에 중국 사람들이 원소절이라 부르는 정월대보름날이 있었다. 중국의 구정 명절은 춘절이라 하는 정월 초하루에서 시작해서 원소절이라 하는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진다.
북경에 머무르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불꽃놀이였다. 북경의 불꽃놀이는 우리나라 불꽃놀이와는 그 규모나 강도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저녁 해가 지면서부터 밤늦게까지 시내 전체가 번쩍이는 불꽃과 폭죽 터지는 소리로 정신 차리기 힘들었다.
가깝게 혹은 멀리서 터지는 쿵쿵 하는 소리와 그 여운 그리고 불꽃과 연기는 즐겁기보다는 오히려 전쟁터를 연상시켜 공포감마저 불러일으켰다. 특히 대보름인 10일은 불꽃놀이를 할 수 있도록 허가된 마지막 날이어서 엄청난 양의 폭죽이 밤늦게까지 터졌다.
다음날 아침, 뉴스에는 보름 행사에 관한 두 가지 소식이 함께 있었다. 중국 국영방송 부속건물이 폭죽에서 떨어진 불씨로 인해 모두 타버렸다는 소식과 아울러 우리나라 경남 창녕의 화왕산에서 억새 태우는 축제를 하다가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였다.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중국국영방송 신사옥의 부속건물이 불꽃놀이 때문에 불에 탔다. 수백억대의 재산 손해가 난 것은 물론 소방대원 한 사람이 화재로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되었다. 더군다나 이 건물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축물 중 하나로 북경의 자랑거리였다. 완전히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은 북경 시 당국이나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임에 틀림없고 그 상처의 치유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창녕의 억새태우기 행사도 정월 대보름날 국태민안과 남북통일을 염원하고 가정마다 액을 물리치고 화목을 기원하기 위해 화왕산 정상에서 상원제 및 달집살기를 하고 억새를 태우는 행사라고 한다.
불기운이 있어야 풍년이 들고 평안하다는 속설 때문에 지난 95년부터 3~4년에 한번씩 대규모 축제로 개최해왔다는 것이다. 아무튼 강풍에 방향을 바꾼 불꽃 때문에 축제행사에 참석했던 관광객 여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북경 중앙방송의 화재나 화왕산에서의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전해내려오는 풍습과 전통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라 할 수 있다. 목적에 있어서도 양쪽 다 불을 통해 재액을 막고 복을 받아들인다는 민간 풍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른 점도 있다. 화왕산의 경우 창녕군청에서 이 억새태우기를 주도했고 북경의 경우는 관에서 허가는 했지만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전통을 재현하다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사후처리에서도 양쪽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북경에서는 화재와 관련된 관련 직원들에 대한 처벌이 얘기되는 것 같다. 창녕의 경우 관련 공무원의 징계는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억새태우기 축제도 완전히 폐지한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전통과 풍습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한번 사라졌던 전통을 다시 살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중국의 불꽃놀이든 화왕산의 억새태우기이든 다시 살려냈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구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번 사고처럼 현대사회에서 전통이나 풍습의 재현이 가져오는 위험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각되는 것은 창녕의 경우처럼 관이 전통과 풍습의 재현에 어설프게 관여하는 것은 더 큰 재해를 가져올지 모를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재현된 풍습조차 영원히 사라지게 할 위험까지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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