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항기 가계 전략, 마트와 재래시장 비교 체험

마트로 갈까? 재래시장으로 갈까?

지역내일 2009-02-23 (수정 2009-02-23 오후 2:06:34)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장보기도 겁이 난다. 대형 할인마트도 오히려 생활비가 더 많이 든다고들 하소연이다.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장을 보다보면 번개세일에 눈을 돌리게 되고, 카트에 물건이 가득 채워져야 장보기가 끝나기 때문에 오히려 목돈이 펑펑 샌다는 거다. 새는 목돈을 조금이나마 막아볼 요량으로 마트 끊기를 감행한다는 주부들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주차시설 편리하고 아이들과 장보는 데도 불편함 없고, 또 펑펑 터지는 세일 때문에 마트가 훨씬 편리하다고 반대의견을 내세운다. 그러면 재래시장은 어떠한가?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넉넉한 인심을 얻을 수 있고, 양 많고 가격 저렴해 오히려 젊은 주부들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일신문 리포터가 실제 이 두 곳 장보기 체험을 해보면서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득실을 알아보았다.

PART1 재래시장 알고 보니 매력 있네!

깎는 재미, 덤으로 받는 재미 솔솔~
취재 덕분에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가게 됐다. 하필이면 비가 온다. 이런 날 재래시장 풍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일 텐데 ‘어떡하지?’하며 걱정부터 앞선다. 얽히고설킨 우산행렬에 진흙탕으로 옷자락은 또 어떠하겠는가?
순간, 아케이드가 떠올랐다. 예전과 다르게 각 시장마다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했다. 주저 없이 신정시장으로 직행했다. 충동구매를 막기위해 지갑에는 현금 3만만 넣고 차를 몰았다. 사실 재래시장이 집 가까이 없는 것도 불편해서 보통 때는 마트를 이용하는데 모처럼 시장을 간다 생각하니 한편으론 설레기도 했다. 지금쯤 햇나물도 나왔으리란 기대를 안고서.
주차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가 멀어서 그냥 대로에 주차비를 지급하고 차를 세우고 내렸다. 시장 입구부터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미리 준비해간 우산은 오히려 성가시게 됐다.
우선 깨끗하게 진열돼 있는 각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점마다 상호가 붙어있고 물건마다 원산지 표시가 잘 돼 있었다. 예전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재래시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년층은 물론이거니와 젊은 주부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새댁이, 깎는 솜씨 대단해요~
오늘 저녁메뉴는 닭볶음인지라 먼저 생닭을 사기 위해 몇 군데 들렀다가 제일 큰 집을 택해 들어갔다. 마침 보기에도 새댁 같아 보이는 새내기 주부가 닭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아이, 아저씨 3000원에 주세요. 두 마리 사잖아요. 오늘 손님 오거든요.”
애교 섞인 목소리와 생글거리는 모습에 닭집 주인은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에이. 기분이다. 새댁이 알뜰해서 깎아줍니다요.”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새댁은 4,500원 하는 닭을 500원 깎아 두 마리에 8,000원에 사면서 몹시 즐거워했다. 그 웃음 속에 깎는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나도 깎아볼까? 난 한 마리밖에 안 사는데 어림없겠지?’ 잠깐 고심하다가 큰놈으로 한 마리 6,000원에 샀다. 사실 이 가격은 내 예산과 맞았기 때문에 깎을 이유도 없었다. 평소 물건을 사러 가기 전에 미리 가격을 정하는 습관이 있기에.

손톱 새카만 할머니에게 노지 나물 사야지
그리고 야채를 사기 위해 신정지하도 쪽으로 내려갔다. 시장 안에도 많은 야채가게가 있지만 특히 이곳은 직접 농사 지어 내다파는 노점할머니들이 많다. 이왕이면 애쓴 이들에게 사고픈 마음에서. 가끔은 장사꾼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나는 할머니의 손을 보게 된다. 손등이 거칠고 특히 손톱 밑에 때가 새카맣게 낀 것을 보고 사는 경우가 있다. 할머니들이 틈틈이 가꾼 농산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까마득히 앉아있는 할머니들. 나름대로 호객행위에 여념 없다. 어느 분께 사야 하나?
우선 대파와 양파가 필요했다. 팔순도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새까만 손으로 파를 곱게 다듬고 계셨다. 보통 마트에서 5뿌리에 2천원인 것을 10뿌리 주시면서 천 원만 달라고 하신다. 두 배나 싼 가격, 파는 두고 먹어도 되기에 뿌리가 있는 걸로 2천원어치를 샀다.
바로 옆에 할머니는 그야말로 기다렸던 봄나물을 갖고 나오셨다. 아직 이르지만 지금 먹는 봄나물이 가장 맛있고 힘이 난다고 할머니의 햇나물 자랑에 표정도 밝았다. 냉이와 쑥! ‘저것 먹고 나면 노곤함이 좀 풀어지겠지!’하며 각각 3천원어치를 샀다. 아까 새댁처럼 차마 깎지도 못하고 더 달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근데 우리 할머니 용케 그 마음을 아셨는지 덤으로 넣어주셨다.
할머니 왈, “새댁이 많이 사면서도 아무 말 안 하니 내가 더 준다 아이가. 쪼매 사고 더 달라하는 것도 밉상이데이.”

세일이 유혹한다! 그러나 참자!
정 넘치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지나는데 갑자기 식육점에서 큰소리 울려 퍼진다. 양념돼지갈비 1kg에 만원이란다. 저걸 사? 말아? 순간 지갑에 돈을 생각했다. 3만원! 벌써 많이 샀는데 참기로 했다. 오늘 메뉴는 닭. 미리 사 둬도 금방 먹어지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 살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닭복음에 필요한 감자를 5천원어치 사니 벌써 장바구니가 무겁다. 짐꾼이 생각난다. 이럴 때는 마트가 좋은데...
과일가게를 지나다 멈추었다. 마침 먹던 귤이 떨어졌기에 무겁지만 천원을 남기고 만원어치를 사고 낑낑거리며 차로 냅다 달렸다.
먹돌이 아들 녀석은 “엄마, 시장에 가서 이것밖에 안 사왔어요?”라며 투덜거리지만 예산있는 장보기를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PART2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형마트

오늘은 닭볶음 재료만 사리라’
오늘은 닭볶음을 만들어먹기로 마음먹고 평소 자주 들르던 동구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나섰다. 분명 오늘은 ‘닭볶음 재료만 사리라’ 단단히 다짐하면서 말이다. 일요일이어서인지 사람도 많고 세일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여기 저기에 세일 포스터들이 즐비하다.
이리저리 눈길 돌리느라 바쁜 찰나 혹시나 마음에 품었던 세일을 놓칠까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간 곳은 지하 과일코너. 오늘은 딸기가 대폭 세일이라나. 상자에 비닐로 덮어 씌어진 딸기들 가운데 가장 덜 손상되고 신선한 것을 고르려고 뒤에 것까지 밀쳐봤지만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수북이 쌓인 박스를 몇 번이나 뒤적이며 살핀 후에 그나마 신선해 보이는 딸기 두 박스를 싣고서야 기분이 흐뭇해진다.

파인애플 한 덩어리도 덥석!
두 식구라 한 박스만 구입해도 될 것을 ‘대폭 세일’이란 단어에 또 유혹돼 두 박스를 카트에 싣고 말았다. 그런데 뒤쪽 편에 똘망똘망하게 생긴 흑토마토가 눈에 들어온다. 시장에서는 잘 보기 힘든 흑토마토가 이곳에 예쁘게 쌓여있다. 침을 꼴깍하며 삼켰다. 그런데 100g당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나의 입맛을 자극시킨 순간을 놓칠 수는 없는 일. 방울토마토보다는 크고 일반토마토 보다는 작은 중간정도 크기의 조그만 흑토마토 다섯 개를 골랐다. 속이 꽉 차 보이는 놈으로 다섯 개를 봉투에 담아 내밀었더니 덜컥 5,800원이란 가격표가 붙는다. 그리고는 옆쪽에 껍질을 깐 채 파는 노오란 파인애플 한 덩어리도 덥석!

오징어, 창란젓도 날 부르네~
이제 옆 식품코너를 막 지나가려는데 젓갈시식 코너가 시야에 들어온다. 오징어 젓갈에 창란젓, 명란젓, 꼴뚜기 등이 맛을 보라고 반갑게 손짓하고 있다. 그 중 창란젓에 먼저 손이 간다. 창란젓을 한입에 넣고 맛보는 데 옆에 서 있던 판매원이 세일중이니 저렴할 때 사라고 자꾸 권한다. 창란젓만 사자니 오징어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이 생각나 오징어젓갈도 함께 달라고 했다.
참, 지난 설 명절 때 먹던 오징어젓갈이 아직 반쯤 남아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이미 지나친 이상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그 판매원에게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사기로 했다.
아! 닭볶음 재료를 사려고 왔는데 잠시 잊은 듯 했다. 고기와 닭 파는 코너에 서서 잘 포장된 볶음용 닭을 살폈다. 한 마리와 좀 더 양이 많은 한 마리 반이 눈에 띄었다. 한 마리는 왜 이렇게 작은지 불충분해 보였다. 가격도 한 마리 반이 더 착해 보여 그것으로 결정했다.

결재 가격 절반 이상이 ‘과일값’
그리고 감자, 양파, 대파, 마늘, 당근, 파프리카 등을 사는데 두 식구가 먹기에는 너무나 풍부한 양을 살 수밖에 없었다. kg당 판매하는 가하면 대량으로 포장이 돼 있어 그렇다. 시장에서는 흥정도 가능한데 말이다. 또 할머니나 아주머니에게 살 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인정도 덤이란 것도 없다는 사실이 문득 서글퍼졌다. 게다가 며칠 후면 냉장고에서 썩어갈 그것들이 불쌍하게까지 느껴졌다.
대형마트는 볼거리 많고 갖은 시식도 해보는 재미가 있어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보니 안 살 것도 사게 된다. 특히 심심할 때마다 마트에 가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먹을거나 이런저런 살림살이들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고, 나중에 한가득 장 봐서 나올 때야 다음 카드결재일이 걱정되는 것은 또 뭔지. 이렇게 안 살 것도 사게 된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왠지 마음이 허전해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고르는 그 순간만큼은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지고 만다는 사실은 익히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결국 이날은 닭볶음 재료를 사러 갔지만 장 본 결재 가격의 절반 이상을 과일로 채우고 말았다.
박은심 리포터 ionews21@hanmail.net

두 리포터가 닭볶음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본 결과 마트에서 산 경우는 재래장보다 시장비가 두 배나 들었다(표 참조). 재래장의 경우는 시장비를 미리 예산해서 현금만 챙겨갔기에 충동구매는 없었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닥치는 대로 장을 본 결과 시장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이렇듯 어디에서 장을 보든 계획구매가 가계에는 반드시 필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쇼핑을 할 때 웬만하면 카드구매는 억제하는 게 좋은 방법이며, 구매 품목이 적을 때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게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재래시장과 마트="" 장보기="" 가격="" 비교="">
재래시장 마트
닭 6,000원 닭 6,800원
귤 10,000원 딸기 13,600원
대파 2,000원 흑토마토 5,800원
냉이 3,000원 파인애플 6,000원
쑥 3,000원 창란, 오징어젓 22,000원
감자 5,000원 감자, 양파 등 채소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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