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휴화산
① 대통령형제-이재오, 일시 휴전 … “권력은 나누지 못하는 법”
② 대통령형제-박근혜, 여론 눈치에 부분협조할 듯 … 신뢰 붕괴
③ 박근혜-이재오, 지속적인 긴장 … 당권 놓고 정면충돌 가능성
최근 정치권에선 권력내부의 ‘화해’가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재오계 의원모임에 참석하더니 박근혜계 의원들을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박근혜계와 끝없이 티격태격할 것 같던 이재오 전 의원은 “귀국하면 책이나 쓰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명박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여권 내부에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는 것일까.
결론적으론 “아니다”는 답에 힘이 실린다. 이명박(이상득)-이재오-박근혜라는 3대 축이 겉으론 웃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휴화산처럼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여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정부 2년차의 권력기상도를 점검해봤다.
◆대통령 형제와 이재오 관계 =
이재오 전 의원은 개국공신이다. 이명박정부 지분의 3분의 1을 갖고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는 ‘이상득 불출마 쿠데타’ 실패와 총선 낙선과 함께 10개월간 원치않는 외유생활을 견뎌야했다. 그가 내달 중순이면 돌아온다.
이 전 의원의 복귀는 이상득 의원의 역할 축소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이상득 의원은 이 대통령을 대신해 당과 국회를 진두지휘한다. 당으로 돌아오는 이 전 의원으로선 이상득 의원과 적절히 권력을 나눠야하는 입장인 셈이다.
이 때문일까. 이 전 의원 복귀를 놓고 한때 대통령 형제는 ‘완곡히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의원 측근은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이 정쟁 와중에 귀국하는 것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재보궐선거와 당협위원장 교체 등이 맞물린 민감한 시기에 들어오지 말고 5월 이후 귀국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얘기다. 대통령 형제가 이 전 의원과 권력을 나눌 의지가 없는 정황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걱정을 뒤로한 채 내달 귀국을 선언했다. 일단 바짝 엎드렸다. “조용히 지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득 의원도 마지못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시적 휴전이 성립된 것이다.
하지만 휴전은 말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의원측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귀국 뒤 대통령특사로 세월을 낚다가 10월 재보궐선거를 노리는 수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년초 조기전당대회를 노리는 전략이다. 이 전 의원 측근일부는 4월 재보궐선거 이후 당 쇄신론을 앞세워 당권을 잡자는 주장도 한다.
대통령 형제는 내년 7월까지 박희태 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형제와 개국공신간에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형제와 박근혜와의 관계 =
이상득 의원은 지난 21일 부산에서 친박 의원들을 만나 화합을 다짐했다. 2월말 입법전쟁에서 협조를 당부하는 성격이 강했다. 잠시지만 화해 분위기가 엿보였다.
이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법안협조 여부(2월말)-재보궐선거 공천(4월초)-당협위원장 교체(4월말)-원내대표 선출(이르면 3월초 늦어도 5월말)이라는 복병이 차례로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양측이 부분적 또는 일시적인 협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차기를 노리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 집권 2년차부터 정면충돌하는 모습은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이상득 의원 입장에서도 국정운영에서 친박세력 협조는 필수 요소다.
문제는 화해의 영속성이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양호하다고 강변하지만 양쪽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뢰가 깨진지 이미 오래다. 서로에게 인간적인 실망이 겹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불편한 동거를 끝내는 선언의 순간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 박근혜와 이재오와의 관계 =
양측은 부분적 또는 일시적인 화해 가능성도 엿보기 힘들다. 끊임없이 긴장감이 흐르면서 언제 충돌할 것인가만이 관심사다.
원내대표 선출이 첫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의원측은 이미 안상수 의원을 대표선수로 내세웠다. 친박에선 불편한 표정이다.
당협위원장 교체도 관건이다. 이 전 의원측은 공동위원장안을 타협안으로 내놓으면서 “안되면 경선하자”는 식이다. 친박에선 “현역의원이 맡는게 상식”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은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초엔 당권을 놓고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양쪽 수장이 직접 자웅을 겨눌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소장개혁세력의 위상 =
대통령 형제-이재오-박근혜라는 3대 축이 지분을 나눈 당에서 개혁소장파는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모습이다. 16대 미래연대, 17대 수요모임으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18대에선 세력결집조차 어렵다.
그나마 4선 남경필 의원과 3선 권영세 원희룡 의원 등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도 어렵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당내 3대 축을 중심으로한 권력투쟁이 심해질 수록 소장개혁세력이 나설 수 있는 공간이 열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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