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집단소송제 전면도입 시급하다(김영호)

<신문로 칼럼>(2001.06.12)

지역내일 2001-06-12
<신문로 칼럼="">집단소송제 전면도입 시급하다(김영호)
김영호 시사평론가


소득수준의 향상과 소비환경의 급변에 따라 소비자의 의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상품이나 용역을 일방적으로 제공받지 않고 거래상-제품상의 결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 정신적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90년대 이래 활발해진 소비자운동이 그것을 잘 나타낸다. 소비자의 주권의식이 발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관료조직이나 재계는 소비자주의의 사각지대여서 좀처럼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60년대 이래 경제정책의 초점이 소수 재벌의 집중적 육성에 맞추어졌다. 국내자본을 축적한다는 명목으로 제한적인 금융공급마저 독점하도록 허용했다. 판매시장에서도 독점체제를 구축하도록 용인하여 소비자 보호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이같은 개발논리에 더하여 정경유착이 고착되어 소비자주의는 존립할 근거가 빈약했다. 여기에다 수출지상주의는 소비자로 하여금 수출품보다 더 비싸고 조악한 내수품을 쓰면서 불만조차 제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생산자 위주의 산업-금융정책으로 인해 소비자의 권익이 사실상 방기된 상태였다.

정부 소비자 중심 정책 전환에 인색하다
그런데 시장개방에 따른 경영환경의 변화가 상품-용역의 품질향상을 촉진함으로써 소비자 불만을 다소 해소하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정부 차원에서 산업-금융정책을 능동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 아니다. 또 사업자측에서 고객불만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경영전략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개방체제가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선진국의 유수한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생존전략을 위해 나온 자구책에 지나지 않는다.
권위주의체제가 붕괴되면서 소비자들도 주권의식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역할과 권리를 인식하면서 정부와 사업자에게 품질보증, 적정가격, 사후관리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개별적 요구가 실현되지 않자 소비자가 연대하여 권리구제에 나섰다. 그것이 소비자시민운동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산업-금융정책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재계도 고객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시장변화를 감지하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논의되는 집단소송제를 보는 정부와 재계의 시각에서 그것이 확인된다. 정부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오자 재계가 반격에 나섰다. 전경련이 중심이 되어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서명운동을 통해 정부의 시도를 무산시키겠다는 태세다. 소송남발로 기업경영에 애로를 준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부의 방침은 증권거래와 관련하여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분식회계, 내부자거래, 허위공시와 같은 증권거래법 위반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주가 소송을 내서 승소하면 다른 주주도 함께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설명하듯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재벌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라면 증시부양책에 가깝다는 판단하는 것이 옳다.
과거에는 소비자 불만이 개별적-우발적으로 발생하여 해당 피해자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체제에서는 소비자 문제가 동시다발로 그것도 광범위하게 발생함으로써 복합성과 집단성을 수반한다. 생산공정의 복잡화, 유통단계의 다기화로 인해 피해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도 용이하지 않다. 더구나 물적 피해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품특성에 따라 인적 피해도 포함하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여기에다 소비자는 공급자에 비해 거래조건, 상품정보, 선택능력 등에서 불리한 지위에 놓여 있다.
이런 구조적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그것이 바로 집단소송제다. 이 제도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산업육성’이라는 같은 이유로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외면해 왔다.
산업계도 ‘시기상조’라는 설득력 없는 소리를 되풀이하면서 반대해 왔다. 경제적 우월자인 공급자가 연대하여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정책방향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된 만큼 산업의 대외경쟁력도 취약해지고 말았다.

소비자 외면 재벌개혁 정부의 모순된 정책
공산품 등 제조물 뿐만 아니라 금융거래,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있어서도 공통적인 결함내용으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별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워 피해구제를 포기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개방체제에서는 원산지를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일어난다. 그런데 정부는 소비자 권익을 외면하며 재벌개혁을 말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소비자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산업-금융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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