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내일 2009-03-06
시론

싸움질 끝에 방학한 국회

대한민국 국회가 봄방학이다. 3일 본회의와 일부 상임위원회 회의를 끝으로 본회의장과 각 상임위원회 회의실 문이 닫혔다. 4월과 6월에 임시국회를 열게 된다니, 앞으로 한달은 꼴사나운 국회 뉴스를 보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정족수 미달로 두 차례나 연기된 끝에 열린 야간국회가 끝나고 의사당을 나서는 의원들의 표정은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의원들도 많고, 골프약속 잡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 고단한 몸을 쉬고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려는 방학이라면 당연히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런데 낯 뜨거운 욕설과 싸움질과 삿대질로 날을 보내던 국회가 한달이나 문을 닫는다니, 무슨 일을 했다고 방학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3월 3일 국회 본회의는 오후 두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다섯시로 한 차례 연기됐지만 정족수에 턱없이 모자라 또 일곱시로 연기되었다. 그래도 재석의원은 104명에 불과했다. 3분의 2에 가까운 의원들이 결석해 비상소집 끝에 겨우 정족수를 채워 회의가 열렸다.
이날은 170명이 넘는 여당의원들의 의원총회가 열린 날이다. 이례적으로 여당의원들의 본회의장 농성이 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그런 날 본회의 정족수 채우기가 그렇게 어려웠다니, 그 많은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 갔던 것일까.
“결석과 지각이 싸움질보다는 낫다”고 개탄하는 소리도 들린다. 여야 의원이 멱살잡이를 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보도된 뒤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불신’ ‘무관심’이 아니라 ‘혐오’로 바뀌었다. 난장판에서도 보기 어려울 모습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니 “차라리 국회가 없는 편이 낫겠다”는 한탄이 지나친 말로 들리지 않는다. 어쩌다가 한번 있는 일이라면 ‘오죽하면 그럴까’ 하겠지만, 국회소식만 나왔다 하면 그런 모습뿐이니 말이다.
법정기일보다 3개월 가까이 늦게 개원한 18대 국회는 지난해 내내 여야 의원들이 원수처럼 싸우다가, 12월 18일 회의실 문을 해머로 부수는 전대미문의 폭력장면을 연출했다. 강제로 문을 여느라 해머와 전기톱이 동원되고, 안에서는 소화기로 소화액을 쏘아대는 모습이 미국 유력언론사 온라인 뉴스에 올라 나라망신을 당했다.
절망한 국민의 탄식과 한숨에 자극되었는지, 미디어 법안 문제에 대해 여야는 극적으로 타협을 이루었다. 여당 단독국회이기는 했지만 가까스로 새해 예산안도 처리하고 악수하고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인 국민은 새해부터는 좀 달라지겠거니 했다.
기대는 금세 깨지고 말았다. ‘합의처리’냐 ‘협의처리’냐 하는 문제로 티격태격 하더니, 다시 극한대결로 치달았다. 3∙1절 90주년 기념일 대한민국 국회본회의장에서 한 의원이 동료에게 목이 졸려 고통 받는 모습, 의원끼리 멱살잡이하는 모습이 TV 뉴스에 나왔다. 또 한 무리의 의원들도 밀고 당기고 하다가 한 사람이 넘어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다음날은 국회사무처가 출입을 막아 의원들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창을 넘어 회의실에 드나드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국민은 또 절망하고 정치인들은 또 합의했다. 3월 2일, 이번에는 합의문까지 작성하고 양당 대표가 서명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 뒤에 벌어진 일도 이젠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다.
싸움질로 허송세월 하느라고 시간에 쫓기면 법안은 무더기로 일괄 처리된다. 그 많고 복잡한 법안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문제점을 찾아내고 수정하고 보완하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 국회에는 2500여개의 안건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독소조항은 없는지, 남용의 소지는 없는지, 밤을 새워 법안을 들여다보아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싸움질로 회기를 다 보내고 봄방학이란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국회도 분쟁이 없는 곳은 없다.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 의회민주주의는 수많은 불상사와 파행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18대 국회처럼 지탄을 받은 전례가 있었던지, 모든 정치인들은 이 방학 중 국민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기 바란다.
(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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