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내일 2009-02-06
시론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하늘 (시론)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해보려고 세상이 다 아는 일을 부정하는 경찰을 보고 있으려니 측은한 생각만 든다.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모습이 아닌가. 그런 경찰을 감싸고 두둔하는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용산참사 전날 경찰의 엄호 아래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농성장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장면이 MBC PD수첩에서 방영됐다. 그러자 용역업체 직원 동원의혹을 부인해오던 경찰이 말을 바꾸었다. “그가 물대포를 쏜 것이 아니라 소방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소방호스를 들고 있었던 것”이라 했다. 물대포인지 소방호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쏘았는지 들고 있었는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찰이 사설 경비업체 직원을 농성 진압에 동원한 사실이다.
시민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그 용역업체는 경비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허가 업체다. 철거용역업체 종사자는 철거 업무만 할 수 있을 뿐, 경찰의 진압작전을 도울 수 없도록 관련법규에 규정되어 있다.
경비업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찰이 등록되지 않은 업체 직원들을 진압 사전작업에 동원한 것 자체가 불법이다. 더구나 소방대원도 손댈 수 없는 물대포를 용역업체 직원이 경찰 엄호 아래 쏘았다면 최고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용역업체 직원을 진압작전에 동원한 의혹은 한 야당의원이 공개한 경찰 무선통신 기록에도 나왔다. 그 기록과 녹음에 대해 경찰은 “현장 지휘관이 순간적으로 오인해 무전보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용역업체 직원은 작전현장에 없었다는 것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거대상 건물 2층에서 불을 피워 4층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위협했다는 철거민들 진술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 인터넷 방송이 전날부터 내보낸 현장 실황중계방송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작전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다니,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아니고 무언가. 현장 지휘관이 아무리 무능하다 해도 자기 병력과 민간업체 직원을 구별하지 못 하겠는가.
경찰 수뇌부도 정직하지 못하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무전기를 통해 현장상황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검찰 서면질의에 “무전기는 있었지만 켜놓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전날 저녁 대책회의에서 강제해산 작전을 지시한 책임자가 작전수행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몰랐다면 무리한 작전에 대한 지휘책임이 희석될지는 몰라도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한 것은 아니다. 경찰총수로 내정된 다음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 그렇게 무신경했다면 경찰책임자로서 적임자는 아니다.
경찰을 두둔하는 검찰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보아도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경찰이고 철거민은 피해자다. 그렇게 무모한 진압은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도 수사의 초점이 철거민의 ‘불법점거 농성’에 맞추어져 있다. 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불러서 조사하지 못하고 서면조사를 했는가. “철거민 가운데 수십억대 자산가가 있다”는 말이 사건의 진실규명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일하다가 접시를 깬 공무원이 더 낫다”는 말을 한 일이 있다. 용산참사에 관한 인책 문제에 대해서는 “앞뒤 안 가리고 경질하면 공직자들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책임문제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접시론’은 공직자의 무사안일을 탓한 말인데, 혹시 경찰과 검찰은 용산참사를 일하다가 깬 접시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용산참사는 일하다가 깬 접시가 아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일하다가 접시를 깬 정도가 아니라, 집을 홀랑 태워먹은 것”이다. 깨진 접시는 다시 사면 그만이다. 그러나 집을 태워 먹은 것은 다르다. 여러 사람을 죽게 한 일을 어떻게 가벼운 실수라 여길 수 있는가.
(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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