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자살 ''짙어지는 불황의 그림자''

등록금 못내고 취업도 안돼 ''처지비관''

지역내일 2009-03-11
허름한 고시원서 한때 온라인게임 빠지기도

9일 오후 4시 한강 유람선을 타고 가던 시민이 서강대교 인근 밤섬 모래사장에 떠오른 시신 한 구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심하게 부패했지만 대학교 학생증이 있어 신원 확인이 가능했다. 시신은 지난 1월부터 실종 상태였던 명문대 중퇴생 정 모(남 29)씨로 밝혀졌다. 고시원 같은 층에 살던 형은 20일 넘도록 방에 들어오지 않는 동생이 걱정돼 1월 30일 동생의 실종 신고를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정씨의 삶은 기구했다. 정씨는 98년 ㄱ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으나 등록금 마련이 힘들었다. 정씨의 부모는 “집에 돈이 없어 학비를 제대로 붙여주지 못해 아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 돈 문제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던 정씨는 결국 2006년 대학을 중퇴하고 고향인 전남 담양으로 내려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2년여의 세월을 보냈다. 공무원 시험을 치겠다며 2008년 8월 다시 서울로 올라왔으나 곧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정씨의 형은 경찰 진술에서 “동생이 취업을 못 해 괴로워했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점점 폐쇄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서울로 올라온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머물던 1평짜리 고시원 월세는 11만원, 침대와 책상이 붙어 있어 누우려면 책상 아래로 다리를 넣어야 한다. 창문도 없고 건물 안쪽에 위치해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정씨가 머문 방은 고시원에서 가장 싼 방으로 같은 층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형도 살고 있다. 정씨가 남긴 물건은 노트북 하나와 옷 몇 벌 뿐으로 고시원 관리인은 “정씨의 짐이 유난히 적었다”고 기억했다. 고시원 관리인은 정씨가 “부끄러움이 많고 조용한 사람이었다”며 특별한 친구 없이 혼자 지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난과 취업난에 고통받던 정씨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처럼 경제난, 취업난 속에 목숨 끊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지난 3일 원주시 모 대학 학생회관 화장실에서 등록금 마련에 고민하던 대학원생 엄 모(24)씨가 목을 매 숨졌으며 8일엔 강릉에서 돈 문제로 고민하던 양씨 자매가 동반자살 하기도 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취업연령대(25세~34세)의 자살자 수는 2006년 1254명에서 2007년 1905명으로 늘었으며, 2008년엔 2000명 이상으로 추산될 예정이다. 지난 2월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이 61.8%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정씨처럼 한계상황에 몰려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정섭 기자 munch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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