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 -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최종)

지역내일 2009-02-26
사람이 희망이다 -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
‘죽었다 살아난 호수’ 더는 없어야
시화호와 함께 한 15년 세월 … “최근 주변 개발로 또 걱정”

경기도 안산시청 공무원 최종인(55)씨. 그에게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외에 세상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이다. ‘시화호지킴이’다.
25일 안산시청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최씨는 사진기와 동영상 촬영장비를 한가득 들고 있었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비디오테이프며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은 그 장비로 찍은 것들이다. 그가 15년간 한결같이 담아온 시화호의 모습이다.

환경지킴이와 시화호가 만나다

최종인씨가 시화호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 건 지난 1989년 안산으로 이사하면서다. 연이어 사업에 실패한 뒤, 안산과 시화호는 그에게 안식처나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1994년 방조제가 들어선 뒤 시화호는 더 이상 그에게 안식을 주지 못했다. 공사가 진행되던 1991년부터 갯벌의 물이 눈에 띄게 줄더니 방조제 건설 뒤에는 썩은 생선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가 됐다. ‘최악의 환경재앙’은 그렇게 시작됐다.
최씨도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음의 호수’를 세상에 알리는 일은 그의 몫이 됐다. 떼죽음을 당해 허옇게 떠오르는 물고기며 조개류를 사진에 담고 동영상으로 전했다. 호수는 거무죽죽한 간장 색으로 변해갔다. 1997년 환경부에서 시화호 조사에 나섰다.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17.4ppm,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일부에서는 호수 주변의 오염물질을 탓했는데 시화호가 죽어간 결정적인 이유는 갯벌이었어요. 갯벌 속에서 수천만마리에 달하는 생물체가 죽어가면서 호수도 썩어간 거죠. 썩은 생물체가 시화호 60%를 죽였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정부는 여론에 등떠밀려 시화호 담수화 계획을 포기했다. 바닷물을 막은 거대한 간석지에 농업단지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담수호에서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개발 논리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1997년 사실상 바닷물이 시화호에 흘러들기 시작됐다. 1999년 2월부터 조개며 바지락 등이 조금씩 살아났다. 2002년에는 시화호 상류까지 숭어들이 살기 시작했다. 시화호가 새로운 생명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골치아픈 민원인’이 공무원으로

시화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최씨는 안산시청에게 가장 골치아픈 민원인 중 한명이었다. 매일 같이 새로운 고발거리를 들고 시청에 달려왔기 때문이다. 밤에는 공공근로로 일하고 낮이면 시화호와 시청을 오갔다. 그런 그를 눈여겨 본 이가 있었다. 당시 박강호 안산시 환경과장이다.
“1999년 박 과장님이 아예 공무원으로 일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그 해에 그는 일용직으로 안산시청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전문직 공무원으로 전환, 지금은 지구환경과에서 일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그가 공무원으로 변신한 뒤 어려움은 없을까. 최씨는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부닥치는 게 많아요. 협의과정이 정말 힘들거든요.”
하지만 얻은 것도 많다. 시민단체 회원일 때는 부정적으로만 보이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이 우선 바뀌었다. 물론 공무원들도 시민단체 활동가였던 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시민단체 일꾼에서 공무원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시화호에서 보낸다. 사진을 찍고 새들을 보호하고 환경오염을 감시한다.
최근엔 내년 이맘쯤을 목표로 환경 관련 책을 쓰고 있다. 그를 대상으로 한 책은 이미 나왔지만 이번에는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참이다. 책 제목도 정해놓았다. ‘그래도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한번쯤 돌아봐야 할 것과 진정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개발 대안을 제시할 생각이다.
“저처럼 욕 많이 먹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시화호를 지키면서 최종인씨는 의도와 달리 주변 사람들과 맞서왔다. 시화호의 가치를 알려준 공룡알 발견 때는 주변지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개발을 원하던 주민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쓰고 싶어요.”

물고기가 넘쳐나는 호수

시화호는 더 이상 죽음의 호수가 아니다. 최씨가 “물 반, 고기 반”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물고기가 넘쳐난다. 잠수부가 한번 들어가면 수도 없이 소라를 건져내온다. 하지만 최종인씨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시화호는 살아났어요. 하지만 아직은 시화호에 대한 관심을 멈출 때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시화호로서는 지금이 가장 어려운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시화호는 요즘 때아닌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변에 골프장 5개가 들어서고 북측엔 시화 멀티테크노밸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측엔 농경지가 조성되고 있다.
“당장 갈대가 걱정입니다. 정화작용으로 시화호를 지켜주던 갈대가 개발과정에서 없어지면 오염물질이 다시 시화호에 들어올 거거든요.”
최종인씨는 요즘 또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죽음의 호수로 인식이 굳어져버린 ‘시화호’라는 이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시화호는 원래 시흥시와 화성시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에요. 이름에 목적이 없어요. ‘죽었다 다시 살아난 호수’라는 뜻을 담은 새 이름이 있었으면 해요.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의 이름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 논란을 빚는 경인운하나 대운하에도 이런 생각이 이어진다. “너무 급해요. 100년을 보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당장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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