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구역내 6만여 주민과 ‘상생’ 모델 모색
주변 인프라 확충으로 탐방객 1억명 시대 대비
“국민과 함께하는 공원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한 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엄홍우 이사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립공원관리를 위해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엄 이사장은 또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명인데 국립공원 탐방객은 3배가량 많은 3억5000만명이나 된다”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3500만명이 국립공원을 찾았고 조만간 5000만, 1억명 탐방객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국립공원 주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국민과 함께하는 공원관리란 무엇인가.
과거의 공원관리는 지역주민 활동을 규제하는 것 위주로 했다. 그러다 보니 마찰이 잦았다. 주민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13차례 해보니 공원구역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규제 일변도 공원관리 방법은 더 이상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다. 또 2000여명의 공단 직원으로서는 전국 20곳의 국립공원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어렵다. 지역주민들을 공원보존에 적극 참여시키자는 것이 국민과 함께 하는 공원관리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가.
지역주민들에게 공원이 애물단지가 아니라 공원으로 인해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아할 것이다. 태안지역에 기름오염사고가 터졌을 때 50억원을 투입해 기름제거사업을 벌였다. 주로 지역주민들을 고용했기 때문에 이들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 후 공청회를 해보니 이 지역 주민들은 국립공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식으로 공원구역내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 국립공원에 주민들이 얼마나 거주하나.
국립공원은 설악산 등 산악형 육상공원 16곳뿐만 아니라 해상공원 2곳(다도해·한려해상), 해안공원(태안) 1곳, 사적공원(경주) 등 총 20곳이다. 면적으로는 전 국토의 6.6%에 이르고, 이중 사유지가 39% 가량 된다. 국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거주하던 주민들을 포함해 5만8000여명이 살고 있다. 공원관리에 있어 이들의 협조가 절대적 요소이다.
- 어떤 식으로 주민에 도움을 줄 수 있나.
전국 공원관리 사무소가 26개 있다. 각 사무소별로 지역특성에 맞는 방안을 찾고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경우 단풍이 유명한데, 지역주민들이 화분에 심어진 단풍나무 표목을 상품으로 내놓으면 지역 사무소가 이를 팔면 된다. 또 북한산 같이 도심에 있는 사무소는 하산길에 ‘번개 노을시장’을 열어 지역주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생태관광을 추진해 ‘팜스테이’와 연결시키는 것도 추진 중이다.
- 주민 요구만 들어주다보면 보존 측면이 훼손될 우려도 있지 않나.
아니다. 보존 가치가 있는 곳을 철저히 보존한다는 원칙은 전혀 변함이 없다. 문제는 공원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주민들 상당수가 ‘공원이 있어 규제가 많아 싫다’고 생각했다면, 이제 부터는 ‘공원이 있어 좋으니 우리가 공원을 지키는 데 앞장서자’는 생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 얼마전 지리산에서 곰이 새끼를 낳아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국립공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희귀 동식물 복원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방사한 곰이 자연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양 복원사업도 하고 있다. 대략 7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월악산-오대산-설악산-DMZ를 잇는 백두대간 산양 생태축 복원이 목표다. 그밖에 멸종위기식물 65종 중 44종이 국립공원에 있다. 이들 자원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현장관리를 하고 있다.
-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이후 탐방객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2006년 2100만명이 국립공원을 찾았는데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은 3000만명으로 46%나 급증했다. 2008년은 3150만명으로 3% 가량 늘었고, 경주 국립공원을 포함하면 3500만명이나 된다. 일부 지역은 수용인원을 초과했다. 북한산은 하루 6만5000명이 한계인데 이미 8만5000명을 넘어섰고, 지리산 노고단도 하루 1100여명인 한계를 넘어 1500여명에 달했다. 한마디로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 어떤 문제가 있나.
흡연이나 취사 등 불법행위가 급증했다. 2006년 2200건에서 2007년은 무려 91%나 늘어난 4200건이나 됐고, 2008년에는 4700건으로 급증했다. 탐방로가 아닌 불법 탐방로가 급속히 늘어나 자연보존 구역 훼손이 늘었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수용한계를 넘어섰다.
- 대책마련이 시급한데
단기 대책으로는 훼손된 탐방로 복구와 탐방객이 많은 거점지역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탐방안내와 순찰활동 등 현장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탐방예약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올해 지리산 노고단에 성수기 탐방예약제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북한산 등에 혼잡예고제를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 혼잡예고제란 어떤 것인가.
도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도로 혼잡을 피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등산객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혼잡한 등산로를 피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봉산역과 탐방안내소 입구, 주요 갈림길 등에 큰 전광판을 만들어 탐방 인원의 많고 적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등산객들이 인원이 적은 곳으로 분산돼 혼잡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은 해마다 늘어날 텐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나.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명인데 국립공원을 즐기는 이는 이보다 3배가량 많은 3억5000만명이나 된다.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노인들도 국립공원을 찾아 주변에서 즐기며 쉴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다. 우리나라도 점점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데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정상 정복형 탐방 위주의 수직적 탐방문화를 수평적 탐방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공원 주변지역에 자연관찰로, 자연학습시설 같은 환경교육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탐방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도 현재 3500만명이 찾는데 조만간 5000만명, 1억명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당일부터 3박4일 코스까지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리산국립공원 북부’ 1박2일 코스를 예로 들면 지리산 뱀사골 탐방과 실상사와 달궁 등 주변 유적지, 생태마을 체험, 국악성지 방문 등을 묶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 지리산 등 11개 국립공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생태관광 서비스를 전 국립공원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또 코레일 투어와 협약을 체결해 승용차 없이 기차와 대중교통만으로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상품도 개발했다.
그밖에도 국립공원 주변 인프라를 확충하는 노력과 함께 탐방객이 편안히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엄홍우 이사장은
경북 영천생(1950년), 경산 진량농고, 영남대 축산가공학과 졸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회장, 한국농어민신문사 사장 역임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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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인프라 확충으로 탐방객 1억명 시대 대비
“국민과 함께하는 공원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한 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엄홍우 이사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립공원관리를 위해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엄 이사장은 또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명인데 국립공원 탐방객은 3배가량 많은 3억5000만명이나 된다”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3500만명이 국립공원을 찾았고 조만간 5000만, 1억명 탐방객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국립공원 주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국민과 함께하는 공원관리란 무엇인가.
과거의 공원관리는 지역주민 활동을 규제하는 것 위주로 했다. 그러다 보니 마찰이 잦았다. 주민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13차례 해보니 공원구역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규제 일변도 공원관리 방법은 더 이상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다. 또 2000여명의 공단 직원으로서는 전국 20곳의 국립공원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어렵다. 지역주민들을 공원보존에 적극 참여시키자는 것이 국민과 함께 하는 공원관리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가.
지역주민들에게 공원이 애물단지가 아니라 공원으로 인해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아할 것이다. 태안지역에 기름오염사고가 터졌을 때 50억원을 투입해 기름제거사업을 벌였다. 주로 지역주민들을 고용했기 때문에 이들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 후 공청회를 해보니 이 지역 주민들은 국립공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식으로 공원구역내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 국립공원에 주민들이 얼마나 거주하나.
국립공원은 설악산 등 산악형 육상공원 16곳뿐만 아니라 해상공원 2곳(다도해·한려해상), 해안공원(태안) 1곳, 사적공원(경주) 등 총 20곳이다. 면적으로는 전 국토의 6.6%에 이르고, 이중 사유지가 39% 가량 된다. 국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거주하던 주민들을 포함해 5만8000여명이 살고 있다. 공원관리에 있어 이들의 협조가 절대적 요소이다.
- 어떤 식으로 주민에 도움을 줄 수 있나.
전국 공원관리 사무소가 26개 있다. 각 사무소별로 지역특성에 맞는 방안을 찾고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경우 단풍이 유명한데, 지역주민들이 화분에 심어진 단풍나무 표목을 상품으로 내놓으면 지역 사무소가 이를 팔면 된다. 또 북한산 같이 도심에 있는 사무소는 하산길에 ‘번개 노을시장’을 열어 지역주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생태관광을 추진해 ‘팜스테이’와 연결시키는 것도 추진 중이다.
- 주민 요구만 들어주다보면 보존 측면이 훼손될 우려도 있지 않나.
아니다. 보존 가치가 있는 곳을 철저히 보존한다는 원칙은 전혀 변함이 없다. 문제는 공원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주민들 상당수가 ‘공원이 있어 규제가 많아 싫다’고 생각했다면, 이제 부터는 ‘공원이 있어 좋으니 우리가 공원을 지키는 데 앞장서자’는 생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 얼마전 지리산에서 곰이 새끼를 낳아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국립공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희귀 동식물 복원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방사한 곰이 자연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양 복원사업도 하고 있다. 대략 7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월악산-오대산-설악산-DMZ를 잇는 백두대간 산양 생태축 복원이 목표다. 그밖에 멸종위기식물 65종 중 44종이 국립공원에 있다. 이들 자원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현장관리를 하고 있다.
-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이후 탐방객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2006년 2100만명이 국립공원을 찾았는데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은 3000만명으로 46%나 급증했다. 2008년은 3150만명으로 3% 가량 늘었고, 경주 국립공원을 포함하면 3500만명이나 된다. 일부 지역은 수용인원을 초과했다. 북한산은 하루 6만5000명이 한계인데 이미 8만5000명을 넘어섰고, 지리산 노고단도 하루 1100여명인 한계를 넘어 1500여명에 달했다. 한마디로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 어떤 문제가 있나.
흡연이나 취사 등 불법행위가 급증했다. 2006년 2200건에서 2007년은 무려 91%나 늘어난 4200건이나 됐고, 2008년에는 4700건으로 급증했다. 탐방로가 아닌 불법 탐방로가 급속히 늘어나 자연보존 구역 훼손이 늘었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수용한계를 넘어섰다.
- 대책마련이 시급한데
단기 대책으로는 훼손된 탐방로 복구와 탐방객이 많은 거점지역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탐방안내와 순찰활동 등 현장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탐방예약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올해 지리산 노고단에 성수기 탐방예약제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북한산 등에 혼잡예고제를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 혼잡예고제란 어떤 것인가.
도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도로 혼잡을 피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등산객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혼잡한 등산로를 피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봉산역과 탐방안내소 입구, 주요 갈림길 등에 큰 전광판을 만들어 탐방 인원의 많고 적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등산객들이 인원이 적은 곳으로 분산돼 혼잡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은 해마다 늘어날 텐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나.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명인데 국립공원을 즐기는 이는 이보다 3배가량 많은 3억5000만명이나 된다.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노인들도 국립공원을 찾아 주변에서 즐기며 쉴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다. 우리나라도 점점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데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정상 정복형 탐방 위주의 수직적 탐방문화를 수평적 탐방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공원 주변지역에 자연관찰로, 자연학습시설 같은 환경교육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탐방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도 현재 3500만명이 찾는데 조만간 5000만명, 1억명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당일부터 3박4일 코스까지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리산국립공원 북부’ 1박2일 코스를 예로 들면 지리산 뱀사골 탐방과 실상사와 달궁 등 주변 유적지, 생태마을 체험, 국악성지 방문 등을 묶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 지리산 등 11개 국립공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생태관광 서비스를 전 국립공원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또 코레일 투어와 협약을 체결해 승용차 없이 기차와 대중교통만으로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상품도 개발했다.
그밖에도 국립공원 주변 인프라를 확충하는 노력과 함께 탐방객이 편안히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엄홍우 이사장은
경북 영천생(1950년), 경산 진량농고, 영남대 축산가공학과 졸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회장, 한국농어민신문사 사장 역임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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