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문인 29명이 끌어낸 ‘안개와 호수의 추억’

지역내일 2009-02-27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박찬일 최수철 한명희
사진 박진호/문학동네/1만3500원

“당신은 춘천에 어떤 추억을 두고 왔나요.”
흥겨운 MT. 설레는 데이트코스. 쫄깃한 닭갈비. 춘천이라면 모두 아스라한 추억의 한 대목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2시간 거리. 춘천은 가는 길마저 아름답다. 산과 물을 끼고 흘러 들어가는 경춘선을 따라 시선을 압도하는 풍광은 모두를 가슴 설레게 한다.
안개와 호수의 고장 춘천에 대한 ‘연가’를 29명의 이야기꾼들이 풀어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29인이 한 도시에 모였다. 각양각색, 세대를 넘나드는 당대의 작가들을 한데 불러 모은 곳은 춘천.
작가 오정희는 ‘봄내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때때로 작가와 예술가들, 세상의 잡담과 사람들에게 치여 상처받은 사람들이 심신의 치유와 행복을 꾀하며 또는 창작에의 열정과 기대로 그림자처럼 조용히, 소문 없이 춘천으로 숨어든다고 하였다. 춘천, 그가 내 안에서 사는가, 내가 그 안에서 살아가는가.”
춘천 태생 시인 이승훈은 책의 첫머리를 열며 고향 춘천의 호수와 안개를 이렇게 묘사했다.
“30대에 춘천에서 만난 것은 안개와 호수지만 춘천의 안개는 아름다운 신비와 우수와 환상이 아니라 깊은 밤 흐느끼는 울음소리였다. 뭉크를 사로잡던 불안, 회색빛 청춘, 우울한 동경, 황량한 그리움은 당시의 나의 초상이고 춘천의 내면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오롯이 춘천에서 보낸 소설가 한수산 역시 ‘청춘의 가장 반짝이던 때’ 그러나 그런 만큼 더욱 ‘가슴 저리고 쓰라리고 하염없는 그 시절을 보낸 곳’으로서의 춘천을 회상했다. 그는 ‘안개, 그것은 내 청춘을 적셔준 춘천의 상징이었노라’고 고백한다.
춘천을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일상공간으로 살아가는 문인들. 그들이 보는 춘천은 어떨까.
시인 유안진은 이 책에서 ‘어느 날 문득 춘천이라는 이름이 나를 사로잡았고, 내 혼을 기습 점령해버렸다’며 춘천이 전해 준 압도적인 영감을 그려냈다. 소살가 함정임은 ‘춘천, 매혹과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블랙홀이자 활홀경. 내가 흠모하는 영혼들은 그곳에서 왔거나 그곳으로 갔다’고 기록했다.
우연히 남편을 따라 내려간 춘천에서 30여 년의 세월을 보내며 ‘파로호’ ‘새’ 등 춘천을 배경으로 한 역작을 남긴 소설가 오정희. 그리고 김유정 문학의 산실 실레마을에서 김유정 문학촌장으로 일하는 전상국. 전상국 촌장은 춘천의 힘을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위안이었다. 그것은 확실히 사람들과의 밀고 당기기의 탐색과는 달리 온통 덧셈이었다. 그는 자연 속에서 두 개의 그가 아닌 온전한 하나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아닌 그와 그가 되고 싶은 그가 완전한 화해를 하는 곳이 바로 자연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연 앞에서 거침없이 감동했고 그 충만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염인 증세도 사라졌다.”
이 책에서는 춘천의 어제와 오늘을 가로지르는 문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춘천 각지의 명소와 명물들이 소개된다. 청평사와 강촌, 소양댐, 의암호, 춘천호, 공지천, 실레마을 등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곳은 물론이거니와 에티오피아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이디오피아의 집’, 한 마을에서 박사를 114번째 배출한 ‘박사마을’, 의암댐에서 춘천댐까지 절경이 이어지는 ‘환상의 도로’를 모두 담았다.
시인 유안진은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이렇게 표현했다.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이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된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아름을 만날 수 있을 것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이니까.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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