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 지정 유예 … “촌로들이 0.1ppm에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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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침 전북 진안군 읍내 문화원 건물 2층 자원봉사단체 사무실. 5개 단체가 함께 쓰고 있는 사무실에 9시가 넘어서면서 촌로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전 날 오후에 내린 함박눈으로 시작한 담소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강수량 문제로 옮겨갔다.
행정동우회 소속인 정 모(71)씨가 “진안군 연간 강수량이 1400~1500mm 정도 였는데 지난 2년간 연간 강수량이 그 절반 밖에 안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옆의 노인이 “오죽하면 용담댐에서 기우제를 올리겠느냐”고 대꾸한다.
맞은편에서 얘기를 듣던 ‘용담호 수질개선 진안주민협의회’ 박형열(70) 사무국장은 “농사도 농사지만 용담댐 수질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70 넘은 촌 노인이 BOD, COD 수치를 걱정한다면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수원보호구역 대신 주민자율관리 선택
2002년 7월 용담호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저수면적 36.24㎢로 8억150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어 국내에서 5번째로 큰 인공호수다. 전북과 충남·북 일원에 생활용수 3억8300만t 등 연간 6억5000만t을 공급한다. 진안군은 용담호를 주민 자율로 관리하는 계획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유예를 건의했다.
진안군 김남기 과장은 “용담댐으로 흘러들어가는 주요 하천 수질을 용담호 취수 수질보다 우수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2004년 11월 10개 사회단체와 8개 읍면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수질개선 활동을 시작했고, 전북도 등은 이런 건의를 받아들여 4년째 자율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용담호로 흘러가는 진안천, 정자천 등 주요 5개 하천 주변에 대한 관리는 물론 수변구역(용담호 주변 1km 이내) 55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친환경세제, 유용미생물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용담호 지킴이’를 선발해 1주에 5일씩 감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물 이용 지자체 지방의원을 초청해 협의회 운영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진안군도 조례를 만들어 2007년부터 매월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수관거 사업 등 수질보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02년 3.4ppm이던 C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2008년 2.6ppm으로 낮아졌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부안댐(2.7) 섬진댐(3.3) 대청댐(2.9)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국 10개 다목적댐 가운데 3위 수준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남기 과장은 “담수호 유입 하천의 수질이 우수하기도 하지만 오염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동참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형열 사무국장은 “평가하기 나름이지만 주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인들이 대부분인 협의회 주민들이 생전 처음 듣는 수치가 오르고 내리는데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안만 희생하라는 건 억울”
진안군이 자율관리를 선택한 것은 보호구역 지정보다 지역개발에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는 자체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규제가 다소 완화되긴 하지만 수변구역은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오히려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이득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2009년 금강수계관리기금 894억원 가운데 진안군 몫은 35억4000여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김남기 과장은 “용담 물을 이용하는 지자체에서 이용부담금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기초시설 설치·운영비 중심”이라며 “그나마 사업량이 줄면서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국고지원 사업이 실제 수질보전사업 지원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에서 2007~2008년 용담호 COD가 2006년보다 0.2ppm 높아진 것을 두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 자율관리로 목표치 관리가 안 될 경우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전북도 수질보전과 관계자는 “4월 중에 평가방법을 확정해 올 상반기에는 수질개선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자율관리나 보호구역 지정 문제는 평가 결과를 보고 결정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송영선 진안군수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무관하게 진안군민이 손을 놓고 있으면 용담호 수질은 망가진다”고 단언했다. 송 군수는 “용담댐으로 1만2700명이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 허름한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며 “관리비도 못내고 있는 노인들의 삶을 한번이라고 관심을 갖고 봤다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댐 하류권 지자체에도 서운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는 “용담 물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수혜 주민들에게 큰소리 칠 수 있다고 진안군민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진안 주민들은 용담물 수질 현황에 밤잠을 설치는데 하류 지자체 주민들 중 이런 분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협의회 박형열 사무국장은 “가뭄으로 담수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치가 약간 올라간 것으로 생각한다”며 “목적이 깨끗한 물 공급에 있으니 하류권 지자체가 자율관리 실태를 직접 보고, 수질개선 활동에도 직접 참여해 보면 진안군민을 헤아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하류 지자체간 네크워크를 형성해 친환경농산물 사주기 등을 펼친다면 물 이용부담금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안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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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동우회 소속인 정 모(71)씨가 “진안군 연간 강수량이 1400~1500mm 정도 였는데 지난 2년간 연간 강수량이 그 절반 밖에 안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옆의 노인이 “오죽하면 용담댐에서 기우제를 올리겠느냐”고 대꾸한다.
맞은편에서 얘기를 듣던 ‘용담호 수질개선 진안주민협의회’ 박형열(70) 사무국장은 “농사도 농사지만 용담댐 수질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70 넘은 촌 노인이 BOD, COD 수치를 걱정한다면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수원보호구역 대신 주민자율관리 선택
2002년 7월 용담호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저수면적 36.24㎢로 8억1500만t의 물을 담을 수 있어 국내에서 5번째로 큰 인공호수다. 전북과 충남·북 일원에 생활용수 3억8300만t 등 연간 6억5000만t을 공급한다. 진안군은 용담호를 주민 자율로 관리하는 계획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유예를 건의했다.
진안군 김남기 과장은 “용담댐으로 흘러들어가는 주요 하천 수질을 용담호 취수 수질보다 우수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2004년 11월 10개 사회단체와 8개 읍면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수질개선 활동을 시작했고, 전북도 등은 이런 건의를 받아들여 4년째 자율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용담호로 흘러가는 진안천, 정자천 등 주요 5개 하천 주변에 대한 관리는 물론 수변구역(용담호 주변 1km 이내) 55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친환경세제, 유용미생물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용담호 지킴이’를 선발해 1주에 5일씩 감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물 이용 지자체 지방의원을 초청해 협의회 운영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진안군도 조례를 만들어 2007년부터 매월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수관거 사업 등 수질보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02년 3.4ppm이던 C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2008년 2.6ppm으로 낮아졌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부안댐(2.7) 섬진댐(3.3) 대청댐(2.9)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국 10개 다목적댐 가운데 3위 수준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남기 과장은 “담수호 유입 하천의 수질이 우수하기도 하지만 오염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동참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형열 사무국장은 “평가하기 나름이지만 주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인들이 대부분인 협의회 주민들이 생전 처음 듣는 수치가 오르고 내리는데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안만 희생하라는 건 억울”
진안군이 자율관리를 선택한 것은 보호구역 지정보다 지역개발에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는 자체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규제가 다소 완화되긴 하지만 수변구역은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오히려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이득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2009년 금강수계관리기금 894억원 가운데 진안군 몫은 35억4000여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김남기 과장은 “용담 물을 이용하는 지자체에서 이용부담금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기초시설 설치·운영비 중심”이라며 “그나마 사업량이 줄면서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국고지원 사업이 실제 수질보전사업 지원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에서 2007~2008년 용담호 COD가 2006년보다 0.2ppm 높아진 것을 두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 자율관리로 목표치 관리가 안 될 경우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전북도 수질보전과 관계자는 “4월 중에 평가방법을 확정해 올 상반기에는 수질개선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자율관리나 보호구역 지정 문제는 평가 결과를 보고 결정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송영선 진안군수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무관하게 진안군민이 손을 놓고 있으면 용담호 수질은 망가진다”고 단언했다. 송 군수는 “용담댐으로 1만2700명이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 허름한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며 “관리비도 못내고 있는 노인들의 삶을 한번이라고 관심을 갖고 봤다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댐 하류권 지자체에도 서운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는 “용담 물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수혜 주민들에게 큰소리 칠 수 있다고 진안군민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진안 주민들은 용담물 수질 현황에 밤잠을 설치는데 하류 지자체 주민들 중 이런 분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협의회 박형열 사무국장은 “가뭄으로 담수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치가 약간 올라간 것으로 생각한다”며 “목적이 깨끗한 물 공급에 있으니 하류권 지자체가 자율관리 실태를 직접 보고, 수질개선 활동에도 직접 참여해 보면 진안군민을 헤아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하류 지자체간 네크워크를 형성해 친환경농산물 사주기 등을 펼친다면 물 이용부담금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안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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