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치를 바꾸자 2-1

지역내일 2009-03-26

2. 의원 주무르는 정당

공천권 앞에서 작아지는 의원들
당이 지시하면 무조건 복종 … 당론 반대하면 ‘항명’ 간주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 128명의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를 놓고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쪽에 줄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생명이 달렸기 때문이었다.
의원들에게 두 유력후보의 철학이나 정치경륜, 국가관은 중요하지 않았다. 승리할 수 있는 후보, 그래서 당권을 장악해 자신에게 공천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잘 찍는게 급선무였다. 경선 막판엔 개혁성향 의원들조차 줄서기에 동참했다.
한국정치에서 유력 정당은 무소불위 권력이다. 헌법기관인 의원들도 정당 앞에선 무기력하기만하다.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유력 정당의 공천은 당선 가능성을 대폭 높여준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충청은 ‘공천=당선증’이나 다름없다. 수도권의 경우도 공천은 최소 20%이상의 ‘묻지마 표’ 확보를 의미한다는게 정치권의 일치된 견해다.
이 때문에 공천권을 가진 정당은 의원과의 관계에서 항상 ‘갑(甲)’의 위치에 서 있다. 을(乙)인 의원들은 갑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게 관행이다.
이를 믿고 갑은 을인 의원들을 마치 정당 조직의 행동대원처럼 여긴다. 국회에서 물리적 마찰이 예상될 때 여야 원내대표단은 의원들을 병사로 취급해 군사전략을 짠다. 여야간 전투가 벌어질 때 의원 개개인이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싸울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의원은 “(원내지도부로부터) 최전선 전투조에 편성됐으니 편한 복장에 넥타이를 매지말고 출근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는 정말 내가 왜 의원 배지를 달았나하는 회의가 들었다”고 털어놨다.
정당은 의원들을 행동대원으로 취급할 뿐 아니라 소신과 철학도 철저하게 무시한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말은 법전에나 나오는 말이라는게 의원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연초 법안전쟁에서 여야는 이른바 당론을 정해놓고 이견을 용납하지 않았다.
당론은 소수 수뇌부가 정하고 의원총회를 거쳐 확정하는 식이었다. 100여명 안팎의 의원들이 1시간 동안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지만, 당 지도부는 애써 이를 무시했다. “정하면 따르라”는 군대식 명령만이 존재했다.
뒤늦게 일부 의원이 개인 의견을 개진할라치면 지도부는 당을 분열시키는 ‘항명 의원’으로 규정하면서 윽박질렀다. 한나라당 다른 초선의원은 “원내대표가 법안 하나하나에 대한 당론을 정해놓고 의원들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횡포였지만 당내가 ‘돌격 앞으로’ 분위기라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당과 의원 관계가 갑-을 사이로 굳어지면서 당의 색깔이 단조로워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민심 수렴이 불가능해진다는 진단이다. 당내엔 극소수의 획일화된 주장만이 남게되는 것이다.
국회 소외현상도 불가피해진다. 당론이 의원들보다 우위에 서면서 국회와 상임위의 역할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국회를 놔두고 자꾸 당 대 당으로 맞붙으니까 양측이 사활을 걸고 싸울 수 밖에 없고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게된다”고 분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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