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문화 이해해야 정확한 치안도 가능”
외국어 능통, 수사능력까지 인정 받아
지난달 15일 예멘의 고대도시 시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일몰을 구경하던 한국인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18세 소년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접근해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정부는 다음날 아침 곧바로 신속대응팀을 예맨으로 급파했다.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지, 시신은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 대응팀에게 주어진 임무는 막중했다. 박우현(39) 관악경찰서 경무과장(경정)에게 대응팀에 합류하란 연락이 온 건 16일 아침 8시 50분이었다.
“아내 얼굴도 못 보고 바로 준비하고 출발했어요.”
박 과장은 급히 자료를 챙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 관련자들은 누구인지, 예맨의 치안상태가 어떤지, 가서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박 과장은 “그때는 테러 추정이라는 정보 정도밖에 없었다. 의문이 드는 점이나 해야할 일을 수첩에 적으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회고했다. 도착하자마자 두바이로 피해있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목격자 진술을 받았다. 예맨 경찰에게 목격 내용을 전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상황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급한 것은 시신 송환 문제. 예맨의 법 절차를 알아보니 시신인도에 일주일은 걸렸다. 여기서부턴 협상력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예맨 정부와 한국 정부가 평소 우호적인 관계라 서로 협의해 18일에 시신을 우리나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유족 3명이 두바이로 왔는데 이들을 챙기는 것도 박 과장의 업무였다. 큰 충격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안전도 챙기는 게 중요했다.
2차 폭탄테러가 나고서부턴 안전문제는 더 시급해졌다. 특별히 한국인을 노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예맨엔 중앙선이나 신호등 같은 체계가 없다. 사람들이 그냥 도로로 다닌다. 누가 테러범인지 구분이 안 가기 때문에 사람이 차 앞으로 올 때마다 걱정됐다”고 말했다. 호텔에 들어갈 때도 일부러 택시를 이용해 2팀으로 나눠서 들어갔다.
박 과장은 현지 경찰과 함께 현장을 살폈고 한편으론 예맨 교민들의 안전 문제도 확인했다. 결국 시신은 빠른 시일 안에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왔고 현지 경찰의 철저한 수사 약속도 얻어낼 수 있었다.
박 과장은”가장 중요한 건 ‘하모니’”라며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대응팀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하면서 조화롭게 일을 처리했기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이 신속대응팀에 뽑혀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3년간의 뉴질랜드 주재원 생활, 뛰어난 영어실력, 수사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청이 가진 신속대응팀 명단에 있었다. 예맨 테러가 발생하자 경찰청은 사건을 다룰 인물로 박 과장을 뽑았고 그 결정은 정확했다.
박우현 과장은 타문화를 이해해야 정확한 치안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문화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한 해 1200만명이다. 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도 많고. 우리나라 자체도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관악경찰서에도 1만 명이 넘는 조선족,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경찰서 내에 중국어 공부 모임도 만들었다.
박 과장은 “경찰 한 명 한 명이 모두 거리의 판사다. 부닥치는 상황마다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게 무엇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며 문화를 알아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섭 기자 munch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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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능통, 수사능력까지 인정 받아
지난달 15일 예멘의 고대도시 시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일몰을 구경하던 한국인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18세 소년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접근해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정부는 다음날 아침 곧바로 신속대응팀을 예맨으로 급파했다.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지, 시신은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 대응팀에게 주어진 임무는 막중했다. 박우현(39) 관악경찰서 경무과장(경정)에게 대응팀에 합류하란 연락이 온 건 16일 아침 8시 50분이었다.
“아내 얼굴도 못 보고 바로 준비하고 출발했어요.”
박 과장은 급히 자료를 챙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 관련자들은 누구인지, 예맨의 치안상태가 어떤지, 가서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박 과장은 “그때는 테러 추정이라는 정보 정도밖에 없었다. 의문이 드는 점이나 해야할 일을 수첩에 적으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회고했다. 도착하자마자 두바이로 피해있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목격자 진술을 받았다. 예맨 경찰에게 목격 내용을 전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상황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급한 것은 시신 송환 문제. 예맨의 법 절차를 알아보니 시신인도에 일주일은 걸렸다. 여기서부턴 협상력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예맨 정부와 한국 정부가 평소 우호적인 관계라 서로 협의해 18일에 시신을 우리나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유족 3명이 두바이로 왔는데 이들을 챙기는 것도 박 과장의 업무였다. 큰 충격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안전도 챙기는 게 중요했다.
2차 폭탄테러가 나고서부턴 안전문제는 더 시급해졌다. 특별히 한국인을 노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예맨엔 중앙선이나 신호등 같은 체계가 없다. 사람들이 그냥 도로로 다닌다. 누가 테러범인지 구분이 안 가기 때문에 사람이 차 앞으로 올 때마다 걱정됐다”고 말했다. 호텔에 들어갈 때도 일부러 택시를 이용해 2팀으로 나눠서 들어갔다.
박 과장은 현지 경찰과 함께 현장을 살폈고 한편으론 예맨 교민들의 안전 문제도 확인했다. 결국 시신은 빠른 시일 안에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왔고 현지 경찰의 철저한 수사 약속도 얻어낼 수 있었다.
박 과장은”가장 중요한 건 ‘하모니’”라며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대응팀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하면서 조화롭게 일을 처리했기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이 신속대응팀에 뽑혀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3년간의 뉴질랜드 주재원 생활, 뛰어난 영어실력, 수사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청이 가진 신속대응팀 명단에 있었다. 예맨 테러가 발생하자 경찰청은 사건을 다룰 인물로 박 과장을 뽑았고 그 결정은 정확했다.
박우현 과장은 타문화를 이해해야 정확한 치안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문화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한 해 1200만명이다. 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도 많고. 우리나라 자체도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관악경찰서에도 1만 명이 넘는 조선족,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경찰서 내에 중국어 공부 모임도 만들었다.
박 과장은 “경찰 한 명 한 명이 모두 거리의 판사다. 부닥치는 상황마다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게 무엇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며 문화를 알아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섭 기자 munch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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