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말보다 행동으로 역사왜곡 바로잡아야(왕길남 2001.07.10)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한일관계가 정면충돌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요구를 사실상 전면 거부했다. 데라다 데루스케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정부가 요구한 일본 중학생용 역사교과서 35개 항목 중 2개 항목만을 수정하겠다는 일본측의 검토 결과를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전달했다. 일본은 우리정부의 요구를 끝내 묵살한 것이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온갖 만행과 수탈은 백 번 사죄한다해도 아물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과거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합법·정당화하려는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왜곡에 우리는 분노한다.
고이즈미 내각 출범이후 일본의 국수주의 우경화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보이고 있는 역사 거꾸로 세우기는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한일관계는 교과서문제 뿐 아니라 남쿠릴열도 조업문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가 뒤엉키면서 살얼음판이 되고 있다. 일본어선도 러시아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하는 마당에 우리 어선의 조업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영유권분쟁에 대한 엉뚱한 화풀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남북한과 중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8월15일 전범의 위패가 놓여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군국주의의 향수에 젖어 들고있다.
정부는 3개월 동안 팔짱끼고 있었나
한일양국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가 발표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내팽개쳐진 휴지조각이나 다름 아니다. 이런 판국에 일본은 한술 더 떠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자며 ‘아시아 신세기 프로젝트’를 제의해왔다. 우리정부가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이런 뻔뻔스럽고 오만한 이중적 술수로 농락한단 말인가.
일본정부가 교과서 수정을 사실상 전면 거부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는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응 때문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금년 4월3일 일본측이 역사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성명과 항의로 대처하던 정부가 여론이 악화되자 최상룡 주일대사를 일시 소환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듯하더니 어느새 잠잠해지고 말았다.
정부는 최상룡 대사를 불러들인 뒤 김대통령이 재수정을 촉구하는 외에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일본의 후속조치를 두고보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최상룡 대사의 소환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국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긴장하던 일본도 정부의 속내를 읽기 시작했다. 정부의 대사소환카드는 일본 겁주기가 아닌 국내여론 잠재우기가 되고 만 셈이다.
일본정부의 생산적인 답변을 기대했던 정부의 ‘순진한 꿈’은 수정거부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고이즈미 내각 출범에 대해 정부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일본의 교과서 수정거부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일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과 단교할 각오로 나서라
‘민족정기 세우기 의원모임’은 주한 일본대사 추방과 주일 한국대사관 철수, 한일기본조약 개정, 일본 상품 불매운동 등 압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뿐 아니라 여야도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일본정부를 규탄했다. 정부도 이남수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왜곡된 역사기술을 시정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으로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대일 추가문화개방 중단과 최상룡 주일대사 재 소환, 이달 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때 한일외무회담 거부, 정부 공식문서에서 ‘천왕’을 ‘일왕’으로 표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일본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는 29일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고이즈미의 국민적 지지가 치솟고 있어 일본이 강경책으로 맞받아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적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정부는 그 동안 비난의 목소리만 높였지 일본측의 변화를 이끌어 낼 만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일본과 국교를 단절할 수 있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내일진단>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한일관계가 정면충돌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요구를 사실상 전면 거부했다. 데라다 데루스케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정부가 요구한 일본 중학생용 역사교과서 35개 항목 중 2개 항목만을 수정하겠다는 일본측의 검토 결과를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전달했다. 일본은 우리정부의 요구를 끝내 묵살한 것이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온갖 만행과 수탈은 백 번 사죄한다해도 아물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과거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합법·정당화하려는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왜곡에 우리는 분노한다.
고이즈미 내각 출범이후 일본의 국수주의 우경화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보이고 있는 역사 거꾸로 세우기는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한일관계는 교과서문제 뿐 아니라 남쿠릴열도 조업문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가 뒤엉키면서 살얼음판이 되고 있다. 일본어선도 러시아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하는 마당에 우리 어선의 조업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영유권분쟁에 대한 엉뚱한 화풀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남북한과 중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8월15일 전범의 위패가 놓여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군국주의의 향수에 젖어 들고있다.
정부는 3개월 동안 팔짱끼고 있었나
한일양국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가 발표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내팽개쳐진 휴지조각이나 다름 아니다. 이런 판국에 일본은 한술 더 떠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자며 ‘아시아 신세기 프로젝트’를 제의해왔다. 우리정부가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이런 뻔뻔스럽고 오만한 이중적 술수로 농락한단 말인가.
일본정부가 교과서 수정을 사실상 전면 거부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는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응 때문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금년 4월3일 일본측이 역사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성명과 항의로 대처하던 정부가 여론이 악화되자 최상룡 주일대사를 일시 소환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듯하더니 어느새 잠잠해지고 말았다.
정부는 최상룡 대사를 불러들인 뒤 김대통령이 재수정을 촉구하는 외에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일본의 후속조치를 두고보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최상룡 대사의 소환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국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긴장하던 일본도 정부의 속내를 읽기 시작했다. 정부의 대사소환카드는 일본 겁주기가 아닌 국내여론 잠재우기가 되고 만 셈이다.
일본정부의 생산적인 답변을 기대했던 정부의 ‘순진한 꿈’은 수정거부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고이즈미 내각 출범에 대해 정부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일본의 교과서 수정거부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일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과 단교할 각오로 나서라
‘민족정기 세우기 의원모임’은 주한 일본대사 추방과 주일 한국대사관 철수, 한일기본조약 개정, 일본 상품 불매운동 등 압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뿐 아니라 여야도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일본정부를 규탄했다. 정부도 이남수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왜곡된 역사기술을 시정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으로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대일 추가문화개방 중단과 최상룡 주일대사 재 소환, 이달 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때 한일외무회담 거부, 정부 공식문서에서 ‘천왕’을 ‘일왕’으로 표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일본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는 29일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고이즈미의 국민적 지지가 치솟고 있어 일본이 강경책으로 맞받아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적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정부는 그 동안 비난의 목소리만 높였지 일본측의 변화를 이끌어 낼 만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일본과 국교를 단절할 수 있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내일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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