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일은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죠"

<<가을맘의 그림책 몰입 영어>> 지은이 박혜정씨

지역내일 2009-04-13 (수정 2009-04-13 오후 11:25:41)





우리 동네에도 어린이 영어책을 쓴 사람이 있다고? 
처음 그 소문을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엄마가 얼마나 극성스러우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일반적인 선입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금은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가을맘의 그림책 몰입 영어』를 쓴 박혜정씨를 만나러 갔다. 
약속 시간이 되어 집으로 찾아가니 바람 불면 날려가 버릴 듯 가냘픈 몸매를 가진 분이 문을 열어주었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니 정면으로 보이는 거실 벽에 온통 책이 가득하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온 사방이 책장이다. 
거실이며 방 심지어 부엌까지. 그런 가운데서 엄마를 닮은 작은 여자아이가 여기저기 책을 늘어놓고 놀고 있었다. 

거실벽엔 온통 책으로 가득 가을맘 박혜정씨는 결혼 전 학습지 선생님을 5년간 했다. “그땐 아이들은 길들여져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성공하려면 부모 말을 잘 듣고 부모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존재로 길들여야 한다고요.” 그러나 자신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도 한 인격체죠. 내가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아니고요. 그래서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담을 들려주었지요. 남편도 같이 했어요. 처음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아이에게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지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들려주기도 했지요.” 아이를 가지기 전까진 자신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를 가지고 육아문제를 고민하면서 푸름이 교육법을 알게 되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흔들릴 때도 있었고, 몰라서 헤매던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었어요. 내가 가는 길이 틀린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더 힘을 얻게 되었죠. 무엇보다 남편이 가장 큰 힘이 되었어요.” 박혜정씨는 어린이 영어에 관한 책을 썼지만, 그 내용의 절반은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일들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가을이는 귀가 무척 예민한 아이였어요.

 아주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지요. 덕분에 우리 부부는 제대로 외출도 못했답니다. 남들은 유별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힘든 환경에서 지켜주는 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게 된 것도 가을이가 오디오나 다른 기계음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아이에게 책을 주기 전에 오디오나 비디오를 먼저 접하게 하면 아이가 책에 집중하기 힘들다. 엄마가 읽어주면 엄마 목소리에 친근감을 느껴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책에 익숙해진 후 아이가 노는 동안에 오디오를 들려주면 아이는 엄마와 봤던 것을 기억해 내고 엄마에게 이야기하기도 한단다.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해요" “무엇보다 환경이 중요합니다. 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억지로 보게 하지 마세요. 그냥 두면 아이 눈에 띄어 저절로 보게 됩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기다리세요. 아이 나이에 맞추려 하지 마세요. 아이마다 다르답니다. 내 아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세요. 부모는 아이가 자라는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보호해야 할 때 보호해 주고, 독립해야 할 때 놓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박혜정씨는 아이 키우는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면서, “얼마 전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에 하루에 10권 정도는 영어책을 읽어야 한다고 나왔더군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거든요. 기자가 마음대로 그렇게 써 버려서 어이가 없었어요.” 라며 어른의 잣대로 아이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말해 주었다. 또한 아이가 질문을 하면 바로 답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질문을 계속하는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독후활동은 절대로 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것은 책을 읽은 후 독후활동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금방 밥을 먹었는데 당장 똥을 싸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공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이지 목적이 아닌 것이다. “아이와 내가 행복하려면 먼저 나를 깨야 합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세요. 아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또 내가 얼마나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사는지. 욕심을 버리세요.”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인터뷰 전에 가졌던 극성 엄마일 것이라 생각했던 내 편견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편견이었다. 가을맘 박혜정씨는 아이를 키우는 이 시대의 엄마들과 다름없다. 다만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진정으로 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 흔들림 없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TIP 요즘 가을맘 박혜정씨를 찾는 곳이 너무 많다.

 신문이나 잡지사에서 인터뷰를 했고, 푸름이닷컴 엄마대학에서는 오랫동안 강연을 했다. 온라인으로는 네이버 블로그(Judie''s Palace)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가을맘 박혜정씨 강연이 5월 25일 월요일 디큐브 백화점과 통영 이마트에서 있다. 자세한 내용은 디큐브 백화점(680-0503)이나 통영 이마트(650-1234)로 문의
리포터 정현정 mizchris@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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