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들의 한국살이 4개월

지역내일 2009-04-15
지난 14일 화성시 향남읍 주공임대아파트. 할머니 몇 분이 화단을 가꾸고 있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할머니들은 외국어를 쓰고 있다. 툭툭 거리는 게 러시아다. 따뜻한 게 좋은 듯 맨얼굴로 햇볕을 쬐는 할머니들은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온 사할린 동포들이다.
“꿈에서도 고향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이 딱 맞아요.”
김원진(68) 할아버지는 부인 황순자(67) 할머니와 함께 귀국해 이곳 화성에 터전을 잡았다. 대한적십자가 주선한 사할린 동포 영구귀국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정부는 사할린 동포들에게 임대아파트와 지원금을 제공했다. 김 할아버지는 한국에 와서 두 번 울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울었고, 지금 이 아파트 문을 열었을 때 또 울었어요. 우리나라에 내가 살 곳이 생겼다는 생각에서요.”
동포 할머니들은 연신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사할린은 아직도 눈이 있어. 겨울엔 아주 춥지. 털신, 털옷 이런 것 아니면 못 견뎌”라며 한국의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활 4개월째. 하지만 한국생활 적응이 쉽지만은 않다. 우선 언어가 문제다.
“옛날에 썼던 거니까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어떤 말은 자꾸 헷갈려서.” 그래도 김 할아버지 부부는 처지가 나은 편이다. 사할린 조선인 마을에 살아 우리말이 익숙하다. 러시아인 마을에 살던 이들은 우리말이 많이 서툴다고 한다.
생활비도 부족한 편이다.
황 할머니는 “물가가 비싸서 먹을 것 말고 용돈은 없지”라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 전기비, 전화비 등을 합치면 34만원쯤 된다. 여기에 식비 등 기본생활비를 정부에서 받는 돈으론 빠듯하다.
이곳 사할린 동포들의 첫 번째 바람은 모두 한 가지다.
김 할아버지는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거지요. 한국 왔다고 바로 나오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할린 동포들에게 주민등록증이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우리 국민으로 등록이 돼야 노인연금 등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전까진 적십자가 지자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기댈 수밖에 없다.
대한적십자회와 정부의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으로 현재 인천, 안산, 화성, 부산, 원주 등에 2300여 명의 사할린 동포들이 자리잡았다.
이제 막 한국에 온 동포들은 모든 게 좋다며 한국살이를 기대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원없이 고국에서 시간만 보내는 동포들은 실망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기 위해선 동포들에게 체계적인 언어 교육을 시행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정섭 기자 munchi@naeil.com

(사진설명)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남부노인복지회관.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환연회''에서 사할린 동포들이 ''타향살이''를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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